시그널 오버 타임 (Signal Over Time)

19화: 무너지는 가짜 벽
2024년의 성문 인쇄소 지하. 낡은 종이 냄새와 잉크 향이 진동하는 그곳에서 형사들이 청소 도구함을 열었다. 하은은 떨리는 손으로 선우가 알려준 위치를 가리켰다.
"저기 벽면이 좀 달라요. 나무판자가 덧대어져 있어요."
형사들이 판자를 떼어내자, 선우의 예언대로 육중한 철제 금고가 나타났다. 하은이 가져온 황동 열쇠가 금고 구멍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철컥-.
금고 문이 열리는 순간, 그 안에 들어있던 수십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과 피해자들의 유류품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김진욱이 자신의 범죄를 기념하기 위해 모아둔 잔인한 '수집품'들이었다.
같은 시각, 2026년의 선우 앞.
현관문을 부수려던 김진욱이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괴성을 질렀다.
"아아악! 안 돼! 내 기록들이…… 내 완벽한 역사가!"
김진욱의 몸이 투명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과거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면서, 그가 2년 동안 수사망을 피해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며 살인마로 군림했던 '현재'가 모순으로 판명되어 지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강선우…… 네가 감히……!"
김진욱이 최후의 발악으로 선우를 향해 칼을 던졌지만, 칼날은 선우의 어깨를 스치기 직전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김진욱의 존재 자체가 인과율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2026년의 공간에서 증발해버렸다.
선우는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내쉬었다.
증거는 확보되었고, 2026년의 직접적인 위협은 사라졌다. 하지만 선우는 알고 있었다. 2024년의 김진욱은 여전히 어둠 속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것을.
[ 선우 씨! 증거를 다 찾았어요! 이제 김진욱은 빼도 박도 못할 범인이에요! ]
하은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2024년의 김진욱은 이제 '정체불명의 보안 요원'이 아니라, 전국에 얼굴이 팔린 '최악의 수배자'가 되어 막다른 길에 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