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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오버 타임16화

시그널 오버 타임 (Signal Over Time)

시그널 오버 타임

16화: 뒤섞인 타임라인의 그림자

하은이 호텔에서 무사히 탈출한 지 사흘이 지났다. 2026년의 선우는 자신의 반지하 방 창문을 걸어 잠근 채,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아카이브 데이터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하은의 생존은 2026년의 풍경을 기묘하게 바꾸어 놓았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고장 난 장비들의 위치가 미세하게 달라져 있었고, 선우가 즐겨 찾던 단골 편의점의 간판이 '24시'에서 '야간 휴업'으로 바뀌어 있었다. 2년 전 호텔 화재 소동의 여파가 지역 상권에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과거가 바뀌면, 내 기억도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닌가?"

선우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하은이 실종되었던 2026년'과 '하은이 살아남은 2026년'의 기억이 공존하고 있었다. 시공간의 균열을 통해 하은과 연결된 탓에, 그는 인과율의 변화에서 빗겨난 관찰자가 되어버린 듯했다.

[ 하은 씨, 경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

[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어요. 그 보안 요원 복장의 남자는 CCTV 사각지대만 골라서 도망쳤대요. 호텔 직원 명단에도 김진욱이라는 이름은 없었고요. ]

선우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 유령 직원이었군요. 하은 씨, 그날 호텔 복도에서 범인을 마주했을 때 특징을 다시 한번만 떠올려 보세요. 아주 사소한 거라도 좋습니다. ]

[ 음…… 아까 말한 흉터 말고는…… 아! 그 사람, 말을 할 때마다 특이한 소리를 냈어요. ]

[ 소리요? ]

[ 네. 말 한마디를 끝낼 때마다 혀로 입술을 축이면서 '쯧' 하고 짧게 혀를 차는 습관이 있었어요. 무의식적으로 계속 그러더라고요. ]

'쯧' 하고 혀를 차는 습관.
선우는 즉시 2026년의 미제 사건 음성 아카이브를 뒤졌다. 당시 범인이 남긴 유일한 음성 증거인 '협박 전화' 녹음본이 있었다. 선우는 그 음성 파일의 노이즈를 제거하고 주파수를 분석했다.

[ ……다음은 너야. ]

파일의 끝부분, 아주 미세하지만 하은이 말한 것과 똑같은 '쯧' 소리가 섞여 있었다.

"찾았다."

선우는 전율했다. 범인은 하은을 놓쳤지만, 여전히 2024년의 어둠 속에서 다음 사냥감을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2026년 현재의 범인 역시,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납치 미수 사건'의 기억이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혼란을 겪고 있을 터였다.

그때, 선우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번호를 알 수 없는 문자 한 통.

[ 덕분에 내 얼굴이 경찰에 팔릴 뻔했잖아. 강선우. ]

선우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범인은 2026년에서 선우를 지켜보고 있었다.
과거를 바꾸어 하은을 구했지만, 그 대가로 선우는 범인의 직접적인 표적이 되었다.

"이 자식……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선우는 창밖을 살폈다. 골목길 가로등 밑, 길게 늘어진 그림자 하나가 선우의 창문을 향해 멈춰 서 있었다.
범인은 이제 숨지 않았다.
과거의 실패를 보상받기 위해, 2026년의 선우를 사냥하려 하고 있었다.
시공간을 사이에 둔 지독한 대결은, 이제 하은의 생존을 넘어 선우의 생존을 건 사투로 번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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