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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던전이 열렸다2화

우리 학교에 던전이 열렸다

우리 학교에 던전이 열렸다

2화: 매점 빵의 힘

고블린이 재가 되어 흩어진 뒤에도 교실은 조용해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울음을 삼켰고, 누군가는 의자 밑에 엎드린 채 나오지 못했다. 타버린 책상 냄새와 컵라면 양념 냄새, 설명할 수 없는 비린내가 한꺼번에 코를 찔렀다.

김한결은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손에 들려 있던 컵라면은 사라졌다. 대신 손바닥에는 뜨거운 열감만 남아 있었다.

"한결아... 너 방금 뭐 한 거야?"

민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한결은 대답하지 못했다. 자기가 뭘 했는지, 그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만 하나는 분명했다.

복도 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키히히히히."

낮고 날카로운 웃음소리.

하나가 아니었다.

"문 막아."

한결의 입에서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아이들이 멍하니 그를 보았다.

"뒷문 막으라고! 책상 밀어!"

그제야 민수가 벌떡 일어났다. 방금 전 목숨을 건진 얼굴로 책상을 끌어당겼다. 쇠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교실을 찢었다.

"나도, 나도 할게!"

앞자리의 여학생 둘이 울먹이며 책상을 밀었다. 독사로 불리던 수학교사도 창백한 얼굴로 정신을 차렸다.

"앞문도 막아! 다들 책상 밑에 숨지 말고 움직여! 지금 안 움직이면 다 죽는다!"

그 말은 효과가 있었다.

아이들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책상과 의자가 뒷문 앞에 쌓였다. 누군가는 교실 사물함을 열어 교과서를 꺼내 문틈에 끼웠고, 누군가는 커튼 끈을 풀어 책상 다리를 묶었다.

한결은 그 사이 가방을 열어젖혔다.

초코우유는 포션으로 바뀌었다. 먹다 남은 불꽃 쫄면은 폭발탄이 되어 사라졌다. 남은 것은 쉬는 시간에 사두었던 크림빵 하나, 자바라 볼펜 두 개, 박하 사탕 봉지뿐이었다.

시야 한쪽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등록 가능 대상: 부드러운 크림빵]
[등록 가능 대상: 자바라 볼펜]
[등록 가능 대상: 박하 사탕]

'역시 아무거나 되는 게 아니야.'

한결은 바닥에 떨어진 교과서를 집어 들었다. 아무 변화도 없었다. 옆 학생의 물병도 마찬가지였다.

'매점에서 산 것만.'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한아름: 한결아 너희 반도 괴물 나왔어? 우리 반 앞문 누가 긁고 있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름이는 옆 반이었다. 문 하나와 복도 몇 미터가 이렇게 멀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한결은 손가락을 억지로 움직였다.

[김한결: 문 막아. 책상으로. 절대 열지 마.]

전송 버튼을 누르자마자, 뒷문이 터질 듯 흔들렸다.

쾅!

쌓아둔 책상 더미가 한 뼘 밀려났다. 아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문틈 사이로 초록색 손가락이 비집고 들어왔다. 손가락 끝의 더러운 손톱은 갈고리처럼 휘어져 있었다.

"키에에엑!"

고블린 하나가 단검을 문틈에 박아 넣고 흔들었다. 나무 문이 버티지 못하고 쩍 갈라졌다.

한결은 자바라 볼펜 하나를 움켜쥐었다.

[자바라 볼펜 -> 투척용 관통 침]
[전환 비용: 15포인트]
[보유 포인트: 940]

'변환.'

볼펜이 손 안에서 짧은 쇠침으로 바뀌었다.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한결은 문틈으로 보이는 고블린의 어깨를 향해 그것을 던졌다.

퍽!

쇠침이 박혔다.

고블린이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미친 듯이 문을 밀었다.

"안 죽어?"

한결의 목이 말라붙었다.

처음 고블린을 처치했을 때처럼 한 방에 끝나는 공격이 아니었다. 폭발탄은 강했지만, 볼펜은 볼펜이었다. 변환해도 원래 물건의 한계가 있었다.

그때 고블린 하나가 책상 더미 위로 기어올랐다.

작은 몸이 천장 가까이 솟더니, 교실 안쪽으로 툭 떨어졌다. 초록색 발바닥이 바닥을 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뒤로 가!"

독사가 빗자루를 들고 달려들었다.

"이 새끼가, 우리 애들한테!"

평소 같으면 학생들이 웃었을 말투였다. 지금은 아무도 웃지 않았다. 독사는 빗자루를 길게 휘둘렀지만, 고블린은 몸을 낮춰 피했다. 놈이 빗자루 끝을 잡아당기자 독사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선생님!"

고블린의 단검이 번쩍였다.

한결은 다리가 굳는 것을 느꼈다.

무서웠다. 방금 전 폭발탄을 던졌을 때와 달랐다. 이번엔 놈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단검이 살을 찢는 상상이 너무 선명했다.

하지만 독사 뒤에는 책상 밑으로 기어 들어가려던 아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옆 반에는 아름이가 있었다.

한결은 가방 바닥의 크림빵을 꺼냈다.

[부드러운 크림빵 -> 하급 근력 강화 식량]
[효과: 3분 동안 근력 소폭 상승]
[전환 비용: 40포인트]

'해.'

크림빵 포장지가 하얗게 빛났다. 평범하던 빵은 손바닥만 한 갈색 덩어리로 변했다. 보기에는 딱딱한 군용 식량 같았지만, 이상하게 달콤한 냄새가 났다.

한결은 포장째 찢어 입에 욱여넣었다.

"읍!"

너무 달았다.

혀가 아릴 정도의 단맛이 목구멍을 밀고 내려갔다. 곧바로 속에서 뜨거운 열이 치솟았다. 심장이 세게 뛰고, 손끝이 저릿해졌다.

[하급 근력 강화가 적용됩니다.]
[남은 시간: 02:59]

한결은 독사가 놓친 빗자루를 잡았다.

고블린이 단검을 내리찍었다. 한결은 빗자루를 가로로 세워 막았다.

캉!

나무와 쇠가 부딪혔다. 그런데 손목이 부러지지 않았다.

'막았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한결은 온몸으로 밀었다. 고블린의 작은 몸이 뒤로 밀려났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절대 낼 수 없는 힘이었다.

"민수야!"

한결이 소리쳤다.

"책상 밀어!"

"어, 어!"

민수는 겁에 질린 얼굴로도 움직였다. 옆에 있던 남학생 둘이 함께 책상을 밀었다. 책상 모서리가 고블린의 무릎을 들이받았다.

"키엑!"

놈이 균형을 잃었다.

한결은 빗자루를 휘둘렀다. 제대로 배운 적 없는 엉망진창의 동작이었다. 그래도 힘은 실렸다. 빗자루 끝이 고블린의 턱을 후려쳤고, 놈은 칠판 쪽으로 굴렀다.

끝난 줄 알았다.

쾅!

두 번째 고블린이 바리케이드 위에서 뛰어내렸다. 이번 놈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창가 쪽으로 곧장 달렸다.

"오지 마!"

여학생 하나가 의자를 던졌다. 의자는 빗나갔지만, 고블린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

한결은 남은 볼펜을 움켜쥐었다.

[자바라 볼펜 -> 투척용 관통 침]

변환된 쇠침을 던졌다. 이번에는 허벅지에 꽂혔다. 고블린의 속도가 늦어졌다.

"책상 밑으로 들어가지 말고 뒤로 빠져! 구석에 몰리면 끝이야!"

한결은 뛰었다.

발이 평소보다 가벼웠다. 하지만 몸이 마음처럼 정확히 움직이지는 않았다. 교실 바닥에 흩어진 문제집을 밟고 미끄러질 뻔했다.

[남은 시간: 01:47]

시간이 줄고 있었다.

한결은 넘어진 의자를 양손으로 잡아 들었다. 고블린이 단검을 휘둘렀다. 의자 등받이가 잘려 나갔다. 플라스틱 조각이 뺨을 스쳤다.

따끔한 통증이 정신을 깨웠다.

"으아아!"

한결은 의자째 고블린을 들이받았다.

쿵!

놈이 벽에 부딪혔다. 한결의 팔도 저렸다. 강화가 있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건 아니었다. 무섭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때 커튼 끈이 날아왔다.

"발! 발 묶어!"

민수였다.

창가에 있던 학생 둘이 커튼 끈을 잡아당겼다. 고블린의 발목에 대충 걸린 끈이 팽팽해졌다. 놈이 넘어졌다.

"지금!"

독사가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

한결은 부서진 책상 다리를 주워 들었다. 손바닥에 가시가 박혔지만 놓지 않았다.

퍽!

책상 다리가 고블린의 머리를 내리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로 내리치려는 순간, 놈의 몸이 검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고블린을 처치하였습니다.]
[10 던전 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한결은 숨을 토했다.

하지만 바리케이드 쪽에서 아직 한 마리가 꿈틀대고 있었다. 처음 쇠침을 맞았던 고블린이 갈라진 문틈 사이에 몸을 끼운 채 들어오려 했다.

[남은 시간: 00:38]

삼십팔 초.

한결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문으로 향했다.

"밀어! 못 들어오게 밀어!"

학생들이 책상 더미를 밀었다. 고블린의 몸이 문틈에 낀 채 괴성을 질렀다. 단검이 허공을 긁었다.

한결은 책상 다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이번에는 눈을 감지 않았다.

"여기까지야."

그는 책상 다리를 내려쳤다.

퍽!

고블린의 몸이 축 늘어졌다가, 검은 재로 부서졌다.

[고블린을 처치하였습니다.]
[10 던전 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 상승까지 필요한 경험치: 70%]

강화 시간이 끝났다.

몸에서 힘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한결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지나친 단맛과 피 냄새, 탄 냄새가 뒤섞여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한결아!"

민수가 달려와 어깨를 붙잡았다.

"괜찮아? 야, 피 나!"

한결은 그제야 뺨에 난 상처를 만졌다. 손끝에 피가 묻었다. 깊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작은 상처가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스마트폰이 다시 진동했다.

[한아름: 우리 반도 막았어. 근데 복도에서 더 큰 소리 나. 너 괜찮아?]

한결은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았다.

괜찮다고 쓰고 싶었다. 하지만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대신 짧게 답했다.

[김한결: 살아 있어. 조금만 버텨.]

전송을 누르자, 교실 안의 시선이 모두 한결에게 꽂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 전과 달랐다.

두려움만 담긴 눈이 아니었다. 기대와 의심, 그리고 살고 싶다는 절박함이 뒤섞여 있었다.

민수가 물었다.

"너 그거... 또 할 수 있어? 방금 빵 먹고 세진 거."

한결은 가방을 열었다.

박하 사탕 봉지 하나.

그게 전부였다.

[등록 가능 대상: 박하 사탕]
[변환 후보: 하급 각성 사탕, 호흡 안정 사탕]

좋은 물건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고블린 무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한결은 자기 상태창을 떠올렸다.

[보유 포인트: 885]
[던전 코인: 30]
[매점 인벤토리 등록 슬롯: 3/10]

포인트는 남아 있었다. 코인도 생겼다. 하지만 넣을 물건이 없었다.

능력은 강했다.

단, 매점 물건이 있을 때만.

"여기 있으면 끝이야."

한결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독사가 그를 보았다.

"무슨 뜻이냐."

"제 능력, 매점에서 산 물건만 됩니다. 지금 남은 건 사탕뿐이에요. 복도에 저런 게 더 있으면 못 버텨요."

"그럼?"

한결은 창밖을 보았다.

운동장은 여전히 괴상한 숲과 구렁텅이로 바뀐 채였다. 밖으로 도망치는 길은 없었다. 학교 안에서 답을 찾아야 했다.

"매점으로 가야 해요."

그 말에 교실이 얼어붙었다.

나가야 한다.

고블린들이 돌아다니는 복도로.

아무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한결도 마찬가지였다. 당장이라도 책상 뒤에 숨어 아무 소리도 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다시 소리가 들렸다.

긁.

긁.

이번에는 고블린의 웃음소리가 아니었다.

무언가 단단한 것이 벽을 천천히 긁는 소리였다. 이어서 낮고 거친 숨소리가 문틈을 타고 들어왔다.

교실 앞쪽 이름표가 흔들렸다.

3학년 5반.

하얀 플라스틱 이름표 위로 검은 금이 하나 그어졌다.

긁.

아이들이 동시에 숨을 멈췄다.

한결은 바닥에 떨어진 책상 다리를 다시 쥐었다. 손이 떨렸다. 그래도 놓지 않았다.

"조용히 해."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문밖의 무언가가, 이번에는 손톱이 아니라 발톱 같은 것으로 3학년 5반의 이름표를 천천히 긁어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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