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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면 성녀님이 피를 토하십니다2화

거짓말을 하면 성녀님이 피를 토하십니다

거짓말을 하면 성녀님이 피를 토하십니다

2화: 시녀의 거짓 보고

“출입 명단부터.”

세아가 다시 말하자 이안의 눈썹이 느리게 올라갔다.

“성녀의 명령이라면 내가 당장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나?”

“기사단장님의 무릎에는 관심 없습니다. 문을 막으세요.”

세아는 침대 기둥을 짚고 버텼다. 손바닥 아래로 금박 장식의 차가운 굴곡이 느껴졌다. 조금 전 몇 걸음 움직였을 뿐인데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현장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 방은 사건 현장입니다. 의사든 사제든 허락 없이 손대게 하지 마세요.”

“사건 현장.”

이안이 그 낯선 단어를 낮게 반복했다. 비웃음은 섞였지만 전보다 얇았다.

“당신이 방금 피를 토한 침실을 그렇게 부르는 건가.”

“누가 여기서 죽었으니까요.”

방 안의 공기가 아주 잠깐 멈췄다.

이안의 손이 검 손잡이 위에서 굳었다.

“누가 죽었다는 거지?”

“릴리아.”

세아는 거울 속의 백금발 여자를 스치듯 보았다.

“그리고 내가 깨어났습니다.”

그 말에 통증은 없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이 몸도 판단하지 못하는 말일지 몰랐다. 세아는 그 불분명함을 뒤로 미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철학이 아니라 물증이었다.

“순결의 방 출입은 어떻게 관리합니까?”

“내부 열쇠 하나. 외부 감시 기록 하나. 성녀의 침소에 들어오려면 둘 다 필요하다.”

“그럼 더더욱 닫아야겠군요.”

세아는 침대 옆 은쟁반을 가리켰다.

“약병 세 개. 물그릇 하나. 향로 하나. 시트 위 혈흔. 문 안쪽 손잡이. 창틀. 전부 그대로 두세요.”

“성녀께서 갑자기 수사관 흉내를 내는군.”

“흉내인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되겠죠.”

복도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가벼운 발소리 하나와 느린 발소리 하나. 가벼운 쪽은 시녀 엘라였다. 느린 쪽은 발끝을 끄는 습관이 있었다. 노인 혹은 체력이 약한 자. 약품 냄새가 문틈으로 먼저 흘러 들어왔다.

이안은 짧게 혀를 차고 문 앞으로 물러섰다. 완전히 협조하는 자세는 아니었다. 그래도 문지방을 가로막는 위치에 섰다.

문이 열리자 엘라가 창백한 얼굴로 들어왔다.

“성녀님! 의사 선생님을 모셔왔습니다. 제발 다시 누우세요. 몸을 그렇게 쓰시면 안 돼요.”

그 뒤로 회색 수염을 단 남자가 들어섰다. 흰 장갑은 깨끗했지만 소매 끝에는 연한 은회색 얼룩이 남아 있었다. 약초 찌꺼기라기엔 빛이 너무 차가웠다.

“성녀님. 주치의 마르빈입니다. 먼저 맥을 보겠습니다.”

그가 다가오자 세아는 손목을 뒤로 물렸다.

“그 전에 질문에 답하세요.”

“지금은 문답보다 치료가 우선입니다.”

가슴은 조용했다. 진실이거나 최소한 본인은 그렇게 믿는 말.

세아는 엘라를 보았다.

“엘라. 내가 잠든 동안 이 방에 들어온 사람이 있습니까?”

엘라의 두 손이 앞치마를 움켜쥐었다.

“없었습니다. 성녀님께서는 밤새 평온히 주무셨어요.”

쿵.

심장이 갈비뼈 안쪽을 들이받았다.

세아는 허리를 접었다. 목구멍으로 뜨거운 것이 치밀었다. 그녀는 손수건을 입에 대고 억지로 숨을 삼켰다. 붉은 점이 흰 천 위에 번졌다.

이안의 얼굴에서 조롱기가 사라졌다.

“릴리아.”

“기록하세요.”

세아는 이를 악문 채 말했다.

“엘라의 진술. 밤새 평온히 주무셨다. 거짓.”

“당신 지금 몸이 어떤지 알고 하는 말인가?”

“압니다. 그래서 짧게 할 겁니다.”

세아는 손수건을 쥔 손으로 침대 난간을 잡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몸은 도망치라고 비명을 질렀지만 머리는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새벽 네 번째 종이 울린 뒤 이 방에 들어왔죠?”

엘라의 눈이 흔들렸다.

“저는 성녀님의 안위를 확인하러 왔을 뿐입니다.”

가슴이 약하게 조였다. 전부 거짓은 아니었다. 일부만 틀린 문장.

“좋아. 안위를 확인했다. 그때 향로를 갈았습니까?”

“매일 하는 일입니다.”

반응 없음.

“오늘 새벽에도 갈았습니까?”

엘라의 입술이 푸르게 질렸다.

“아니요.”

쿵.

이번에는 더 깊었다. 쇠못이 심장을 꿰뚫고 등 뒤까지 박히는 느낌. 세아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피가 손가락 사이에 스며들었다.

마르빈이 다급히 다가왔다.

“더는 안 됩니다. 성녀님의 몸은 지금 심문을 견딜 수 없습니다.”

“심문이 아닙니다.”

세아는 피 묻은 입술을 열었다.

“현장 검증입니다.”

이안이 낮게 명령했다.

“의사. 물러서.”

마르빈의 눈가가 꿈틀했다.

“기사단장님. 성녀님의 치료 권한은 교황청 의무국에 있습니다.”

“그리고 성녀의 침실 경비 권한은 성기사단에 있지.”

이안이 문 앞에서 한 걸음도 비키지 않았다.

“지금은 내가 막는다.”

세아는 그 짧은 충돌을 놓치지 않았다. 이안은 아직 자신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피를 토하는 반응만큼은 보고 있었다. 비웃던 눈이 증거를 관찰하는 눈으로 바뀌고 있었다.

“마르빈. 저 약은 당신이 처방했습니까?”

세아가 은쟁반 위 약병을 가리켰다.

“그렇습니다. 성녀님의 신경을 안정시키는 약입니다.”

반응 없음.

“기억을 흐리게 하는 성분은 없습니까?”

마르빈은 아주 짧게 침묵했다.

“없습니다.”

세아의 시야가 붉게 번졌다.

이번에는 기침이 아니라 토혈이었다. 비릿한 피가 손수건을 적시고 턱 아래로 떨어졌다. 무릎이 꺾였다. 이안이 반사적으로 팔을 뻗었지만 세아는 침대 기둥을 붙잡고 버텼다.

“거짓.”

숨이 찢어졌다.

“약병. 기억을 흐리는 성분 있음.”

마르빈의 얼굴에서 피가 빠졌다.

“성녀님께서 혼란을 겪고 계십니다. 기적의 후유증입니다. 이건 의학적인 발작입니다.”

“방금 말은 아프지 않네요.”

세아는 웃었다. 입술이 갈라져 피가 묻었다.

“당신은 정말 그렇게 믿고 있군요. 편리한 믿음입니다.”

그녀는 향로 쪽으로 손을 뻗었다. 이안이 먼저 움직여 향로를 집어 들었다. 검을 잡던 손이 의외로 조심스러웠다.

향로 안에는 다 타지 않은 회색 재가 남아 있었다. 침향의 묵직한 향 뒤에 쇠를 갈아 넣은 듯한 냄새가 숨어 있었다.

“창틀로 가져가세요.”

“왜지?”

“빛을 비추면 보일 겁니다.”

이안은 말없이 향로를 창가에 들었다. 오전 햇살이 재 위로 비스듬히 떨어졌다. 회색 가루 사이에서 아주 작은 은빛 입자가 반짝였다.

세아는 창틀을 가리켰다.

“저기도.”

창틀 안쪽 홈에는 누군가 닦다 만 흔적이 남아 있었다. 먼지가 일정하게 끊겼고 그 끝에 은빛 가루가 얇게 달라붙어 있었다.

마르빈의 소매 끝에 있던 얼룩과 같은 색이었다.

“향로 재와 창틀의 가루가 같습니다. 누군가 창가에서 같은 물질을 다뤘어요. 창문은 잠겨 있습니까?”

이안이 잠금쇠를 확인했다.

“안쪽에서 잠겨 있다.”

“그럼 밖에서 들어온 게 아닙니다. 안에 있던 누군가가 창문을 이용한 척 흔적을 만들었거나 창가에서 가루를 처리했습니다.”

엘라가 숨을 삼켰다. 너무 큰 소리였다.

세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엘라. 너는 향로를 갈았다.”

“저는...”

“직접 나를 죽이려 했습니까?”

“아니에요!”

반응 없음.

방 안의 모두가 그 침묵을 들었다. 거짓말을 들으면 피를 토하는 성녀의 몸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침묵.

세아는 처음으로 엘라를 범인이 아니라 증인으로 보았다.

“그럼 누가 시켰습니까?”

엘라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슬픔보다 공포가 먼저였다.

“저는 아무 지시도 받지 않았어요.”

쿵.

세아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이안의 손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차가운 갑옷의 감촉이 피부에 닿았다.

“그만해.”

“아직.”

세아는 이안의 팔을 밀어내지 못했다. 붙잡힌 팔이 아니면 서 있을 수 없었다.

“엘라. 지시받은 건 맞다. 하지만 살해 명령인 줄은 몰랐어. 맞습니까?”

엘라의 입술이 떨렸다.

“저는 향을 바꾸면 성녀님께서 편히 주무신다고 들었어요.”

반응 없음.

“누구에게.”

“모릅니다.”

약한 통증이 지나갔다. 완전한 거짓은 아니었다. 이름을 모르거나 말할 수 없는 상대.

세아는 엘라의 소매를 보았다. 오른쪽 소매 끝이 왼쪽보다 불룩했다. 손목을 감추려는 자세. 무언가를 쥐고 있다가 숨긴 사람의 습관.

“오른손을 펴.”

엘라가 뒤로 물러났다.

이안의 시선이 검처럼 따라붙었다.

“펴라.”

엘라는 결국 손을 펼쳤다. 손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소매 안쪽에서 축축하게 젖은 종이 조각 하나가 떨어졌다.

마르빈이 먼저 움직이려 했다.

이안의 검이 반쯤 뽑혔다.

“손대지 마.”

이안은 종이 조각을 집어 침대 옆 은쟁반에 올렸다.

종이는 일부가 찢기고 침에 젖어 글자가 번져 있었다. 그래도 두 단어는 남아 있었다.

서고 하층.

그리고 그 아래에 겨우 알아볼 수 있는 한 글자.

엘.

“출입 명부입니까?”

이안이 종이를 노려보았다.

“성녀의 궁 감시 명부와 같은 종이다.”

엘라가 무너져 주저앉았다.

“죽는다고 했어요. 제가 말하면 제 동생도 저도...”

“누가.”

세아의 질문은 낮았다.

엘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하려는 순간 목이 막힌 사람처럼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기억 조작인가. 협박인가. 세아는 그 차이를 아직 알 수 없었다.

마르빈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녀님.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발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세아는 그를 보았다.

“당신은 이 약의 전부를 알지 못합니다.”

마르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반응은 없었다.

이번에는 진실이었다.

그는 모든 배후가 아니었다. 약의 일부가 조작되었거나 처방 이후 누군가 손을 댔다. 세아는 머릿속에 선을 그었다. 엘라는 실행자. 마르빈은 이용당한 의사. 진짜 지시자는 출입 명부를 찢게 만들고 향로를 갈게 한 자.

“기사단장님.”

세아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이 방을 봉쇄하세요. 약병, 향로, 물그릇, 창틀 가루, 저 종이 조각. 전부 기사단 이름으로 보관합니다.”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고 하층으로 갑니다.”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세아의 시야가 기울었다. 천장의 금박 문양이 물결처럼 번졌다. 이안이 그녀를 받쳐 들었다. 차갑고 단단한 팔이었다.

“당신은 가지 않는다.”

“가야 합니다.”

“지금 한 걸음 더 걸으면 죽는다.”

“진술이 식으면 단서도 식습니다.”

“그럼 내가 먼저 간다.”

세아는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이안의 얼굴을 보았다. 여전히 차가웠다. 하지만 그 차가움의 방향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그녀를 향한 멸시가 아니라 현장을 향한 집중이었다.

“기록은.”

“내가 한다.”

“엘라는.”

“살려 둔다. 증인이니까.”

세아는 짧게 웃었다. 피 냄새 때문에 웃음이 기침으로 바뀌었다.

“배우는 게 빠르시네요.”

“입 다물어. 성녀.”

이안이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엘라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고 마르빈은 창백한 얼굴로 약병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 안의 누구도 이제 이 침실을 병실이라고 부르지 못했다.

세아는 감기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서고 하층... ‘엘’로 시작하는 이름을 찾으세요.”

이안은 문가에 선 기사에게 낮게 명령했다.

“순결의 방을 봉쇄한다. 누구도 나가지 못하게 해.”

그리고 그는 세아를 내려다보았다.

“릴리아.”

“네.”

“당신이 정말 누구인지는 나중에 묻겠다.”

세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손수건을 쥔 손가락만 희미하게 움직였다. 붉게 젖은 천 위로 은빛 가루 한 점이 묻어 있었다.

향로의 가루와 같은 빛.

그 작은 반짝임을 보며 세아는 확신했다.

릴리아는 병으로 죽은 게 아니었다.

누군가 이 방을 성스러운 침실이 아니라 완벽한 밀실 살인의 무대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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