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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면 성녀님이 피를 토하십니다3화

거짓말을 하면 성녀님이 피를 토하십니다

거짓말을 하면 성녀님이 피를 토하십니다

3화: 사라진 시녀의 방

“서고 하층의 열쇠는 누가 관리합니까?”

릴리아가 눈을 뜨자마자 물었다.

창가의 빛은 조금 더 높아져 있었다. 이안은 여전히 침대 곁에 서 있었다. 피 묻은 손수건과 은쟁반은 사라졌고 문밖에는 갑옷 부딪치는 소리가 두 겹으로 들렸다.

“일어났나.”

“질문부터요.”

이안은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작은 장부를 침대 위에 올렸다.

“성녀의 궁 서고 하층은 관리 서기 엘리오가 맡는다. 찢긴 종이의 ‘엘’은 그 이름일 가능성이 크다.”

“가능성이라는 말은 마음에 드네요. 단정은 보통 증거가 부족할 때 나옵니다.”

“그리고 그 서기는 없다.”

릴리아의 손끝이 장부 위에서 멈췄다.

“언제부터요?”

“새벽 네 번째 종 뒤에 하층 열쇠를 반납했다는 서명은 있다. 그 뒤로 누구도 보지 못했다.”

“서명은 본인이 했습니까?”

“확인 중이다.”

이안의 대답에는 반응이 없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하면 육체는 너무 조용했다. 그 고요가 오히려 낯설었다.

릴리아는 문을 보았다.

“엘라는요?”

“옆방에 있다. 기사 둘이 지키고 있다.”

“문을 잠갔습니까?”

“창문까지 확인했다.”

“기사 이름은?”

이안의 미간이 좁아졌다.

“왜 묻지?”

“증인은 벌이 아니라 보호가 먼저예요. 누가 지키는지 알아야 나중에 빈틈을 찾을 수 있죠.”

이안은 문밖을 향해 짧게 말했다.

“도렌과 휴고.”

릴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성녀의 궁 복도에서 본 얼굴이었다. 도렌은 방패를 쓸 때 오른쪽 팔을 먼저 들었고 휴고는 순찰 중에도 손등의 오래된 흉터를 만지는 습관이 있었다. 긴장하면 시선이 손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도렌은 문 앞. 휴고는 창가. 서로 보이는 자리에 세우세요.”

“명령인가?”

“권고입니다. 그런데 기사단장님도 엘라가 혼자 달아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잖아요.”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장부를 다시 집어 들었다.

“나는 서고 하층으로 간다. 넌 누워 있어.”

“엘라에게 한 번만 묻겠습니다.”

“안 된다.”

“거짓말을 듣겠다는 게 아니에요. 지금 상태를 보겠다는 겁니다.”

“그 상태 판단도 네 몸으로 하는 일 아닌가.”

릴리아는 입술을 다물었다. 이안의 말은 옳았다. 그래서 더 거슬렸다.

그녀가 침대 난간을 붙잡자 이안이 먼저 손목을 눌렀다. 장갑을 벗지 않은 손이었다. 차가운 금속 조각이 피부에 닿는 듯했지만 힘은 생각보다 조심스러웠다.

“당신은 지금 일어나면 쓰러진다.”

“쓰러져도 판단은 할 수 있어요.”

“죽어서도?”

릴리아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건 못 해 봤네요.”

이안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

그때 옆방에서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났다.

“죄송합니다. 물을 좀 쏟았어요.”

엘라의 목소리였다.

릴리아의 몸은 반응하지 않았다. 말 자체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소리는 이상했다. 물그릇 하나가 엎어진 뒤에는 천이 바닥을 훑는 소리와 맨발이 급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이어졌다. 누군가 물을 닦는 소리치고는 너무 멀었다.

“이안.”

그가 이미 몸을 돌렸다.

“문을 열어.”

복도에서 도렌이 대답했다.

“열쇠를 받는 중입니다.”

“누구에게?”

대답이 늦었다.

이안의 손이 검으로 향했다.

“부숴.”

문이 한 번에 떨어져 나갔다.

옆방에는 엘라가 없었다. 깨진 물그릇과 젖은 천만 바닥에 남아 있었다. 창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

휴고가 창틀을 더듬으며 말했다.

“창문은 건드린 흔적 없습니다.”

“문은?”

도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한 번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계속... 제가 여기 있었습니다.”

“계속?”

릴리아가 침대에서 물었다.

도렌의 고개가 그녀에게 향했다.

“예. 아무도 안 나왔습니다.”

심장이 세게 움츠러들었다.

릴리아는 이를 깨물었다. 막 깨어난 몸이 또 한 번 토혈을 거부하듯 목구멍을 조여 왔다. 손수건을 찾을 틈도 없었다.

“콜록.”

붉은 피가 입술 끝에서 떨어졌다.

이안이 한 걸음에 침대 곁으로 돌아왔다.

“누가 나갔지?”

도렌이 무릎을 꿇었다.

“저는... 화장실에 간다고 했습니다. 성녀님 시녀가 탈이 났다며 약을 가져오겠다고.”

“누가 그렇게 말했습니까?”

“엘라가요.”

릴리아는 젖은 천을 보았다. 천 가장자리에는 짧은 은회색 실이 한 가닥 붙어 있었다. 엘라의 회색 앞치마에는 없는 색이었다.

“그 목소리를 직접 들었어요?”

“문 너머로.”

“문은 열지 않았고요.”

도렌은 대답하지 못했다.

릴리아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누군가 엘라의 목소리를 흉내 냈거나 엘라에게 그 말을 시켰어요. 둘 다 엘라가 자유롭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은 도주로 보고 궁을 수색하는 게 빠릅니다.”

휴고가 조심스레 말했다.

“도주자라면 신발을 신고 나갔겠죠.”

릴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엘라의 방으로 가요.”

“안 됩니다.”

“저를 업으세요.”

이안의 눈썹이 움직였다.

“뭐?”

“제가 걸으면 당신 말대로 쓰러집니다. 그러니 선택하세요. 여기서 추측할지 아니면 증인이 도망쳤는지 확인할지.”

이안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녀의 무릎 아래와 등을 받쳤다.

“말은 하지 마.”

“지시가 많으시네요.”

“살아 있어야 들을 수 있으니까.”

엘라의 시녀방은 성녀의 궁 끝 복도에 있었다. 릴리아는 이안의 팔에 안긴 채 문턱을 넘었다. 화려한 침소와 달리 방은 좁았다. 침대 하나, 작은 서랍장 하나, 창가의 바느질 상자 하나가 전부였다.

처음 보이는 광경만으로는 도주한 방 같았다. 서랍은 열려 있었고 옷가지 몇 벌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릴리아는 그곳에 발을 들이지 못한 채 시선을 옮겼다.

침대 위 이불은 반쯤 들쳐져 있었다. 누군가 급히 짐을 싸려 했다면 가장 먼저 챙길 동전 주머니가 베개 아래에 그대로 있었다. 창가에는 한 짝뿐인 구두가 있었다. 다른 한 짝은 침대 밑에 반쯤 밀려 들어가 있었다.

“도주 아닙니다.”

이안이 그녀를 내려놓지 않은 채 물었다.

“이유는.”

“혼자 떠나는 사람은 동전과 신발을 두고 가지 않아요. 특히 동생이 협박받고 있다면 더 그렇죠.”

릴리아는 바느질 상자를 가리켰다.

“저 실을 봐요. 끊긴 자리가 짧습니다. 소매를 수선하다가 손을 잡혀 끌려간 거예요.”

이안이 상자를 살폈다. 회색 천 조각에 꿰매던 바늘이 아직 꽂혀 있었다. 실 끝은 거칠게 뜯겨 있었다.

침대 아래에서 휴고가 작은 종이를 꺼냈다.

“편지입니다.”

종이에는 번진 글씨가 남아 있었다.

‘미안해. 오늘은 꼭 데리러 갈게. 서고 하층에서 기다리라는 말은 믿지 마.’

그 아래에는 쓰다 만 문장이 있었다.

‘엘리오 님이 아니라면...’

릴리아의 시선이 종이 아래로 내려갔다. 편지에 감긴 끈은 낡은 마포 끈이었다. 끈 끝에는 둥근 인장이 희미하게 눌려 있었다.

서고 하층.

“엘라는 엘리오를 믿지 않았습니다.”

이안의 턱선이 굳었다.

“엘리오가 공범이라는 뜻인가?”

“아직은 아닙니다. 누군가 그의 이름을 썼을 수도 있어요.”

문밖에서 늙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아이는 혼자 나갔습니다.”

회색 조끼를 입은 서고 관리인 베르트가 서 있었다. 그는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제가 창고 길목에서 보았습니다. 작은 보따리를 들고 성녀의 궁 뒤편으로 갔습니다.”

이안이 차갑게 물었다.

“언제?”

“방금 전입니다.”

“무슨 옷을 입고 있었지?”

“회색 앞치마요.”

릴리아는 베르트의 신발을 보았다. 발등에는 젖은 먼지가 말라붙어 있었다. 엘라 방 앞 복도에는 없는 검은 흙이었다. 화물 통로처럼 햇빛이 들지 않는 곳의 흙이었다.

“베르트 씨.”

그가 고개를 들었다.

“엘라가 혼자 나가는 걸 직접 봤습니까?”

“예. 분명히.”

쿵.

이번 통증은 가슴에서 끝나지 않았다. 찬 칼날이 폐를 갈아내는 것처럼 숨이 멎었다. 릴리아는 이안의 제복을 움켜쥐고 피를 토했다.

“그만.”

이안이 그녀를 붙들었다.

“거짓이에요.”

릴리아는 떨리는 손으로 베르트를 가리켰다.

“당신은 엘라를 못 봤어. 보따리를 든 건 봤겠지. 하지만 회색 앞치마를 입은 작은 사람을 엘라라고 생각하게 만든 누군가가 있었어요.”

베르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는 그런 뜻으로...”

“망토를 쓴 사람의 얼굴도 봤습니까?”

“못 봤습니다.”

반응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엘라라고 단정했죠?”

베르트의 입이 다물렸다.

이안은 베르트의 발등을 한 번 보고 문턱을 넘어섰다. 검을 뽑지는 않았지만 방 안의 온도가 낮아진 듯했다.

“화물 통로로 안내해.”

베르트는 뒤로 물러났다.

창문 아래 바닥에서 도렌이 낮게 외쳤다.

“단장님. 발자국입니다.”

검은 흙 위로 두 줄의 발자국이 나 있었다. 하나는 작은 맨발이었다. 다른 하나는 앞코가 각진 남성용 장화 자국이었다. 둘 사이에는 끌린 흔적이 길게 이어졌다.

그 가장자리에서 은빛 가루가 가늘게 빛났다.

릴리아는 눈을 감았다. 목구멍에는 아직 피 맛이 남아 있었다.

“엘라는 도망친 게 아니에요.”

이안은 그녀를 더 단단히 받쳤다.

“안다.”

그는 기사들을 돌아보았다.

“서고 하층과 화물 통로를 봉쇄한다. 엘리오와 베르트는 분리해 감시해.”

그 순간이었다.

복도 바닥 아래에서 희미한 비명이 울렸다.

짧고 막힌 소리였다. 문을 막고 두 손으로 입을 틀어쥐어도 새어 나올 법한 소리였다.

그런데 릴리아의 손끝에 남은 은회색 실이 가늘게 떨렸다. 엘라의 방에서 들었던 숨 막힌 흐느낌과 같은 박자였다.

릴리아는 눈을 떴다.

“엘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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