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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6화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6화: 사장님의 품격은 시장바닥에서 증명된다

쨍한 아침 햇살이 옥탑방의 창문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세아는 눈을 부비며 간신히 상체를 일으켰다. 온몸이 찌뿌둥했다. 습관적으로 바닥을 내려다본 순간, 세아는 비명을 지를 뻔한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강도하는 여전히 바닥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그 자태가 기가 막혔다. 얇디얇은 만 원짜리 여름 이불을 덮고 있으면서도, 한 팔을 이마에 얹은 채 마치 최고급 리조트의 킹사이즈 침대에 누워 있는 듯한 오만한 각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구겨진 네이비 수트마저 무슨 명품 브랜드의 빈티지 콘셉트 화보처럼 소화해 내는 남자의 얼굴을 보며, 세아는 새삼 얼굴 천재의 위력을 실감했다.

지익-.

도하의 짙은 속눈썹이 떨리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시선이 침대 위에서 멍하니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세아와 마주쳤다.

"……조식은 몇 시지?"
"예?"
"내 비서가 8시에는 항상 아메리카노와 간단한 샐러드를…… 아."

말을 뱉던 도하가 아차 싶은지 미간을 찌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자신이 처한 황당한 현실이 그제야 완벽하게 동기화된 모양이었다. 럭셔리한 펜트하우스가 아닌, 빛바랜 벽지가 반겨주는 옥탑방.

"조식 같은 소리 하네. 사장님, 꿈 깨세요. 현실 세계는 자급자족입니다."

세아는 침대에서 내려와 대충 머리를 질끈 묶었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었지만, 텅 빈 냉장고 안에는 차가운 생수 한 병과 유통기한이 아슬아슬한 케첩뿐이었다. 어젯밤 마지막 라면까지 털어 먹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지갑을 확인하니 전 재산은 현금 3만 원과 체크카드가 전부. 다음 고료가 들어오려면 아직 멀었다.

"안 되겠다. 시장에 장 보러 가야겠어요. 도하 씨도 일어나요."
"내가 왜 그런 조잡한……."
"안 가면 오늘 굶는 줄 아세요. 그리고 그 옷 꼴이 그게 뭐예요? 동네 사람들 다 쳐다보겠네."

세아는 옷장을 뒤져 남동생이 군대 가기 전에 버리고 간 회색 트레이닝복 세트(일명 백수 세트)를 꺼내 도하에게 던졌다.

"이걸 나보고 입으라고?"
"그 비싼 양복 다 찢어지기 전에 얼른 갈아입으시죠, 강도하 씨?"

10분 후, 화장실에서 나온 도하의 모습을 본 세아는 바닥을 구르며 웃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무릎이 허옇게 늘어난 회색 추리닝에 삼색 슬리퍼를 신었음에도, 그의 8등신 비율과 조각 같은 얼굴은 감춰지지 않았다. 오히려 '동네 백수 왕자님' 같은 묘한 반전 매력에 세아의 심장이 또 한 번 엉뚱하게 두근거렸다.

"불쾌하군. 통풍은 잘된다만, 이 조악한 재질은 내 피부에……."
"자, 잔말 말고 출발!"

옥탑방 문을 열고 나가자 골목길의 매콤한 가을바람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평일 아침의 재래시장은 활기로 가득했다. 빨간 대야에 담긴 싱싱한 고등어,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기름떡볶이, "골라 골라!"를 외치는 상인들의 목소리까지.

도하는 이 모든 광경이 처음이라는 듯 붉은 카펫을 밟는 황제처럼 도도하게 시장 한복판을 걸었다. 추리닝 차림으로 팔짱을 낀 채 생선 좌판을 날카롭게 응시하는 도하의 모습에 시장 아줌마들의 시선이 일제히 고정되었다.

"어머, 총각! 왜 이렇게 잘생겼어? 배우야? 모델이야?"
"이쪽 고등어는 신선도가 떨어지는군요. 아가미의 색깔과 눈동자의 혼탁도로 보아 잡힌 지 최소 사흘은 지난 것 같습니다만."
"……어머, 뭐라는 거야? 이 총각 말하는 것 좀 봐?"

상인의 얼굴이 굳어지자 세아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쫙 흘렀다. 세아는 얼른 도하의 탄탄한 팔뚝을 잡아끌며 가차 없이 이동시켰다.

"아이고, 이 인간이 또 대기업 사장 빙의 글을 찍네! 죄송합니다, 이모! 얘가 요즘 취업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래요!"

골목 모퉁이로 도하를 끌고 온 세아는 그를 벽에 밀치고 허리에 손을 올렸다. 도하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세아의 야무진 눈매와 코끝에 맺힌 작은 땀방울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지독하게 좁은 거리, 세아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샴푸 향이 도하의 코끝을 스쳤다.

"도하 씨! 여기는 당신 소설 속 회의실이 아니에요! 시장에서 그렇게 팩폭을 날리면 칼 맞는다고요!"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리스크가 있는 상품을 소비자에게 속여 파는 건 비즈니스 규율에 어긋나."
"여긴 서민들의 정이 넘치는 시장이라고요! 휴, 안 되겠다. 당신은 그냥 내 뒤에 서서 짐꾼이나 해요. 입은 꾹 닫고!"

세아는 씩씩거리며 야채 가게로 향했다. 감자 한 봉지와 양파를 고르며 "이모, 조금만 깎아주시면 안 돼요?" 하고 불쌍한 표정을 짓는 세아를 보며, 도하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소설 속에서 자신이 만나던 여자들은 전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세련된 미소를 지으며 억 단위의 계약을 논하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제 눈앞에서 100원을 아끼기 위해 조막만 한 손을 꼬물거리며 흥정하는 이 삼류 작가는…… 어쩐지 그 어떤 비즈니스 파트너보다 치열하고, 또 이상하리만치 생동감 있게 빛나 보였다.

"자, 이거 들어요."

세아가 건넨 검은 비닐봉지를 엉정쩡하게 받아 든 도하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아주 작은 미소가 번졌다. 완벽했던 사장님의 품격이, 시장바닥의 검은 비닐봉지와 함께 조금씩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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