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45화: 써 내려가지 못한 진심
[※ 알림: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완결 공지가 등록되었습니다.]
[※ 최종화 제목: '나의 창조주에게']
세아의 노트북 화면에 뜬 공지는 그녀가 직접 쓴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하와 독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이 소설의 진짜 마지막 페이지였다.
세아는 카페에 앉아 독자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 작가님, 기억을 잃으셨다는 소식 듣고 너무 울었어요. 하지만 도하 씨가 현실에서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 이게 진짜 해피엔딩이네요. 작가는 잊었지만, 캐릭터는 살아남아 작가를 지켜주는 결말이라니.
- 두 분, 현실에서 꼭 다시 사랑하시길 빌어요!
세아는 가슴 한구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만든 캐릭터가 현실에 남기 위해 창조주인 자신과 이런 처절한 거래를 했다니. 비록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는 판타지 같은 이야기였지만, 눈앞의 도하가 보여주는 모든 행동은 그 어떤 소설보다 더 진실했다.
"윤 작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도하가 따뜻한 라떼 두 잔을 들고 다가왔다. 세아는 아직 그를 부를 이름을 매번 망설였다. 소설 속 이름인 '강도하', 현실을 버티게 해준 가명 '강진우', 그리고 눈앞의 사람을 향한 가장 단순한 호칭인 '도하 씨'가 그녀의 혀끝에서 조심스럽게 오갔다.
"그냥…… 내가 쓴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생명이었구나 싶어서요. 작가로서 이보다 더 영광스러운 결말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영광이라니, 당신은 너무 큰 대가를 치렀어."
도하가 씁쓸하게 웃으며 세아의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아니요. 기억은 잃었지만, 감정은 남았나 봐요. 당신이랑 이렇게 앉아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하고…… 자꾸 웃음이 나거든요."
세아가 싱긋 웃어 보이자, 도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테이블 너머로 세아의 손을 꽉 잡았다.
"세아.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도 좋아. 아니, 오히려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예전의 나는 당신을 힘들게만 했던 소설 속 조각일 뿐이었으니까. 지금의 나를, 현실의 강도하를 새로 알아가 주겠나?"
"음, 조건이 있어요."
세아가 장난스럽게 눈을 가늘게 떴다.
"뭔가?"
"나, 다음 소설 구상 중인데 주인공 모델이 필요하거든요. 전직 억만장자 사장님이면서, 지금은 옥탑방 작가한테 믹스커피 타주는 게 취미인 남자로."
도하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좋아. 전속 계약이지? 계약금은 믹스커피 평생 제공권으로 하지."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카페 안을 가득 채웠다.
그날 저녁, 세아는 노트북을 펴고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의 진짜 마지막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그것은 독자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인사이자, 도하에게 보내는 새로운 시작의 약속이었다.
[작가는 더 이상 펜을 들지 않는다. 이야기는 책장을 덮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삶 속에서 새로운 숨을 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나의 남주인공이었던 그가 이제 나의 현실이 되었듯, 우리의 로맨스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완결]
마침표를 찍는 순간, 세아의 귓가에 환청처럼 시스템의 마지막 메시지가 들려왔다.
[※ 알림: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연재가 종료되었습니다.]
[※ 최종 보상: 강도하의 영구 실체화 및 작가와의 인연(Connection) 확정.]
그리고 세아의 눈앞에 기적처럼, 잊어버렸던 기억의 파편 하나가 반짝이며 돌아왔다. 옥탑방 창가에서 도하와 처음으로 입을 맞췄던 그 달콤하고 뜨거웠던 여름밤의 기억.
세아는 눈물을 흘리며 옆에 서 있는 도하를 와락 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