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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43화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43화: 기억의 대가, 존재의 증명

독자들의 수만 개의 댓글이 시스템의 기록을 뒤덮었다. 차가운 기계적 논리로 무장했던 소설의 시스템은 수만 명의 '진심'이라는 비정형 데이터를 감당하지 못하고 과부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삐이이이-!

옥탑방을 가득 채웠던 귀를 찢는 노이즈가 멎고, 도하를 잡아당기던 빛의 인력이 한순간에 증발했다. 공중에 떠 있던 도하가 바닥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도하는 거친 숨을 내쉬며 자신의 손바닥을 바닥에 비볐다. 차가운 장판의 감촉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느껴졌다.

"성공…… 한 건가요?"

세아가 비틀거리며 도하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녀의 걸음걸이는 위태로웠다. 독자들의 진심을 시스템에 주입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던 세아의 뇌는, 그 대가로 더 거대한 기억의 공백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윤 작가! 괜찮나?!"

도하가 세아를 부축했다. 하지만 세아는 도하의 품에 안긴 채, 초점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죄송한데, 누구시죠? 우리 옥탑방에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도하의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세아, 나다. 강도하. 당신이 만든…… 당신의 연인."

"강도하? 아, 내 소설 주인공 이름이네요. 그런데 왜 당신이 그 이름을……? 코스프레 하시는 분인가?"

세아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생긋 웃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강도하와 함께한 모든 현실의 추억'이 완벽하게 삭제된 것이다. 이제 그녀에게 도하는 그저 자신이 창조한 '글자 속의 인물'일 뿐이었다.

"작가님! 정말 기억 안 나세요? 이분이랑 같이 떡볶이도 먹고, 백도훈도 잡으러 가고 그랬잖아요!"

옆에서 지켜보던 미소 씨가 울먹이며 소리쳤지만, 세아는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미소 씨, 농담도 참. 소설 주인공이랑 어떻게 떡볶이를 먹어요. 나 마감하느라 너무 피곤해서 환각 본 건가?"

도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현실에 완벽하게 고정되었다. 이제 시스템의 경고등도, 신체의 노이즈도 사라졌다. 그는 이제 '진짜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 기적의 대가는 세아의 마음속에서 자신이 지워지는 것이었다.

미소 씨는 더 말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편집자로서는 해피엔딩을 확인해야 했지만, 친구로서는 세아가 잃어버린 시간을 눈앞에서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휴대폰에 남아 있는 사진과 메시지들을 꽉 움켜쥔 채, 울음을 삼켰다.

도하는 세아의 멍한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당신이 나를 잊어도 상관없다고 했지. 내가 다시 당신과 사랑에 빠지게 하겠다고.'

도하는 세아의 차가운 손을 잡아 자신의 심장 위에 갖다 댔다.

"강도하 씨……? 뭐 하시는 거예요?"

"느껴집니까? 이 심장 박동."

"……네. 아주 빠르네요."

"이건 당신이 문장으로 만든 게 아닙니다.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이 만들어낸 진짜 생명입니다."

도하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세아의 손등을 적셨다. 세아는 그 눈물의 온기에 왠지 모를 가슴 통증을 느끼며, 낯선 남자의 품 안에서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기억은 사라졌지만, 영혼에 새겨진 '사랑의 흉터'는 지워지지 않은 채 두 사람 사이를 잇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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