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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42화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42화: 시스템의 마지막 보루

[※ 빌런 '데이비드 블랙'의 서사가 완전 소멸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 경고: 원작의 갈등 요소가 부족합니다. 시스템은 '강제 종결' 절차를 준비합니다.]

세아의 모니터에 뜬 메시지는 차가웠다. 백도훈이라는 구체적인 악당이 사라지자, 소설의 시스템은 이제 이야기의 '수명' 자체가 다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마치 연료가 떨어진 비행기처럼, 이야기는 지상(완결)을 향해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작가님, 큰일 났어요! 웹소설 플랫폼 서버가 이상해요!"

미소 씨가 사색이 되어 달려왔다.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작품 페이지가 자꾸 사라졌다 나타났다 해요! 독자들은 완결 편도 아닌데 왜 완결 마크가 붙어 있냐고 난리고요!"

세아는 서둘러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했다. 하지만 그녀의 아이디는 '권한 없음'으로 튕겨 나갔다. 시스템이 작가인 세아를 밀어내고 스스로 이야기를 닫으려 하고 있었다.

"도하 씨, 시스템이…… 강제로 완결을 찍으려 해요. 아직 외전도, 우리 미래도 더 써야 하는데!"

세아가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도하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거실 한복판에 서서 천천히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느껴져. 시스템의 '마지막 보루'가 발동하고 있어."

"마지막 보루요?"

"이야기가 완결되기 위해선, 소설 속에서 온 주인공은 다시 소설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절대 원칙. 시스템은 지금 현실에 흩어진 내 데이터들을 강제로 긁어모아 책장 속으로 끌고 가려 하고 있어."

도하가 말을 마치는 순간, 옥탑방 바닥에 기하학적인 문양의 빛의 원이 그려졌다. 그것은 도하가 처음 이곳에 떨어졌던 날 보았던 차원의 통로와 닮아 있었지만, 훨씬 더 차갑고 강력한 인력이 느껴졌다.

"안 돼! 못 보내요!"

세아는 도하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 하지만 빛의 인력은 세아의 팔 근육을 찢어발길 듯이 도하를 잡아당겼다. 도하의 발이 서서히 지면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윤 작가, 들어. 시스템이 나를 끌고 가려는 건, 이 소설의 '주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야."

"주제라니요? 로맨스잖아요! 우리 사랑하잖아요!"

"사랑만으로는 부족해. 시스템은 '증명'을 원해. 내가 현실에 존재해야만 하는, 소설의 논리를 뛰어넘는 진짜 '이유'를."

도하의 몸이 점점 빛의 기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세아는 기억이 사라져가는 머리를 쥐어짜며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도하가 현실에 남아야 하는 이유. 단순히 세아가 원해서가 아닌, 이 세계가 그를 필요로 하는 이유.

그때, 세아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그녀가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끝까지 놓지 않았던 마지막 메모의 한 구절이었다.

"미소 씨! 지금 당장 독자들에게 공지 올려요! 이 소설의 결말은 작가가 쓰는 게 아니라고! 독자들이 직접 '강도하가 현실에 필요한 이유'를 댓글로 적어달라고요!"

"네? 그게 무슨……."

"빨리요! 집단 지성의 힘으로 시스템의 논리를 덮어쓰는 거예요!"

혼자 쓰는 문장은 이미 시스템에 막혔다. 하지만 등록된 작품을 읽고 믿어온 독자들의 댓글은 세아의 원고 밖에 쌓인 또 하나의 기록이었다. 작가의 권한이 닫힌 자리에서, 독자의 증언만이 현실 쪽에서 밀고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문이었다.

미소 씨가 정신없이 공지를 올리자마자, 수천, 수만 개의 댓글이 폭풍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강도하 사장님, 우리 동네에도 K-스마트 보안 설치해주세요!]
[작가님, 도하 씨는 제 우울증을 치료해준 유일한 빛이에요. 제발 현실에 남겨주세요!]
[그는 이제 허구의 인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친구이자 희망입니다!]

독자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텍스트들이 데이터가 되어 세아의 노트북으로 흘러 들어왔다. 시스템의 붉은 경고등이 독자들의 푸른 댓글들에 밀려 조금씩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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