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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37화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37화: 반격의 펜 끝

빛의 잔상이 사라지기도 전에, 도하는 백도훈의 목덜미를 낚아채 책상 위로 처박았다. 이제 도하의 손은 더 이상 투명하지 않았다. 백도훈의 멱살을 움켜쥔 그의 손 마디마디에는 지독하리만치 생생한 근육의 긴장이 느껴졌다.

"백도훈. 네놈이 만든 감옥은 꽤 정교하더군. 하지만 넌 한 가지를 몰랐어."

도하의 목소리가 본부장실의 낮은 천장을 울렸다.

"데이터는 지울 수 있어도, 의지는 지울 수 없다는 것을."

"커헉…… 이, 이건 말도 안 돼! 넌 캐릭터일 뿐이야! 내가 만든 시스템 안의 꼭두각시라고!"

백도훈은 책상에 짓눌린 채 비굴하게 소리쳤다. 그의 발치에서 깨진 서버 파편들이 불꽃을 튕기고 있었다. 그 불꽃 사이로, 백도훈의 몸에서도 기괴한 노이즈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흐름이 역류하면서, '데이비드 블랙'의 껍데기가 벗겨지고 추악한 '백도훈'의 본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윤 작가, 괜찮나?"

도하가 고개를 돌려 세아를 바라보았다. 세아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방금 전 쓴 문장들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듯, 그녀의 손끝은 아직도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네…… 괜찮아요. 당신이 돌아왔으니까."

세아는 눈물이 고인 채 웃어 보였다. 도하는 그제야 안심한 듯 백도훈을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이제 끝이다. 네가 현실에서 쌓아 올린 가짜 성벽은, 네가 이야기의 흐름을 건드린 순간부터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으니까."

도하의 말대로였다. 본부장실 벽면에 설치된 수많은 모니터 속에서 K-미디어 그룹의 주가와 신뢰도가 수직 낙하하고 있었다. 백도훈이 도하를 공격하기 위해 퍼뜨렸던 '신분 위조'와 '정부 데이터 오류' 프레임이, 역으로 백도훈의 비리와 해킹 증거들로 바뀌어 세상에 폭로되고 있었다.

작가가 쓴 '개연성'이 현실의 진실을 바로잡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니야…… 아직 아니야! 나에겐 아직 '최종 권한'이 있어!"

백도훈이 피 섞인 침을 뱉으며 구석에 떨어진 태블릿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세아가 그보다 한발 앞서 태블릿을 걷어찼다.

"아니, 그 권한은 이제 없어. 당신이 나를 '어시스턴트'로 만들려고 했던 그 설정…… 기억나?"

세아가 태블릿을 집어 들며 차갑게 말했다.

"그 설정 덕분에 내가 당신의 시스템 깊숙한 곳까지 '작가 권한'으로 접속할 수 있었거든. 당신이 나를 초대한 게 당신 최대의 실수야."

세아는 태블릿 화면에 마지막 명령어를 입력했다.

[명령: 빌런 백도훈의 모든 '데이비드 블랙' 서사 동기화를 강제 해제한다. 그는 더 이상 소설의 힘을 빌릴 수 없는, 평범하고도 죄 많은 인간으로 돌아간다.]

"안 돼! 안 된다고!!!"

백도훈의 비명과 함께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푸른 오라가 연기처럼 증발했다. 그 순간, 건물 전체가 정전된 듯 암흑에 잠겼다.

비상 유도등의 붉은 빛만이 조용히 켜진 본부장실 안에서, 이제 남은 것은 승리한 남주인공과 그를 지켜낸 창조주, 그리고 모든 것을 잃고 떨고 있는 한 명의 범죄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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