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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36화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36화: 도화선(導火線)

[데이비드 블랙은 마침내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고 믿었다. 승계 서류에 도장이 찍히고, 숙적이던 강도하의 실루엣이 스러져가는 그 순간까지도.]

백도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내가 불러준 대로 쓰라고 했을 텐데. 이게 무슨 짓이지?"

"당신은 작가가 아니잖아. 독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결말은 이야기에 기록되지 않아. 내가 작가로서 '개연성'을 부여해야 당신도 진짜 승리자가 될 수 있는 거라고."

세아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다음 문장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가 훔친 것은 강도하의 자산일 뿐, 강도하라는 인물의 '기반'이 아니라는 것을. 강도하를 이루는 진짜 기반은 자본이 아니라,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기억'이었다.]

"기억? 그런 추상적인 데이터가 무슨 소용이지? 지금 당장 저놈은 내 서버 안에서 분해되고 있는데!"

백도훈이 조소하며 도하의 홀로그램을 손으로 휘저었다. 하지만 세아는 멈추지 않았다. 태블릿의 펜 끝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작가는 설정한다. 강도하가 현실에 남긴 '신뢰'는 그의 신분증이나 통장 잔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옥탑방의 낡은 책상 위, 그리고 그와 함께 커피를 마셨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분산 저장되어 있다고. 그것은 클라우드 방식의 백업 시스템과 같다.]

지잉-!

그 순간, 본부장실을 가득 채우고 있던 서버 랙의 냉각 팬들이 미친 듯이 돌기 시작했다. 백도훈의 태블릿 화면에 '동기화 오류' 메시지가 무차별적으로 팝업되었다.

"뭐야? 왜 수치가 역전되는 거야!"

백도훈이 당황하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세아가 쓴 문장들이 현실의 데이터망을 타고 퍼져나가고 있었다.

독서실 원장 아주머니의 따뜻한 기억, 미소 씨의 열렬한 팬심, 그리고 이름 모를 독자들이 보낸 응원 댓글들이 '강도하'라는 존재의 좌표를 현실 세계에 다시 찍어내고 있었다.

"당신이 이야기의 권능을 뺏었을지는 몰라도, 독자들의 마음까지 뺏지는 못했어. 내가 쓴 데이비드는 늘 고독하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였으니까!"

— 으아아악!

푸른 사슬에 묶여 있던 도하의 몸이 강렬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투명했던 그의 피부에 다시금 혈색이 돌고, 그의 눈동자가 번쩍 뜨였다.

"윤…… 세아!"

도하의 외침과 함께 그를 구속하고 있던 푸른 사슬들이 산산조각이 났다. 서버실의 유리창이 비명 같은 소리를 내며 금이 갔다.

"이럴 리가 없어! 내가 다 장악했다고! 시스템, 강제 종료해! 서버 다운시켜!"

백도훈이 광적으로 버튼을 눌렀지만, 세아가 적어 내려가는 문장은 이미 그의 권한을 초월해 있었다.

[창조주는 명한다.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가짜의 가면을 쓴 악당이 아닌, 현실의 고통 속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두 사람이다. 그리하여, 뒤바뀌었던 서사는 제자리로 돌아간다.]

콰아앙!

본부장실 중앙의 서버 유닛이 폭발하며 거대한 빛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그 빛의 소용돌이 속에서, 강도하가 다시 한번 단단한 발로 현실의 대지를 딛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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