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33화: 잊혀진 주인공의 행방
도하가 사라진 옥탑방은 지독하리만치 고요했다. 방금 전까지 그와 나누었던 대화, 공기 중에 남아 있던 커피 향, 그리고 그가 앉아 있던 소파의 미세한 온기만이 그가 존재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저기요, 강도하 씨 어디 있냐고요! 분명히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는데!"
검찰 수사관들이 집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도하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은 세아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며 조서만 잔뜩 남긴 채 돌아갔다.
세아는 멍하니 노트북 앞에 앉았다. 화면에는 여전히 데이비드 블랙의 자본 침식도가 80%를 넘어서며 승전보를 울리고 있었다.
[※ 알림: 남주인공 '강도하'가 원작 서사의 격리 구역으로 강제 송환되었습니다.]
[※ 현재 상태: 미존재(Non-existent) - 현실 세계에서 그의 모든 기록이 말소 중입니다.]
"말소……?"
세아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켰다. 도하와 찍었던 사진첩을 열었다.
"아……."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사진 속 세아의 옆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도하의 어깨를 감싸고 웃고 있던 사진 속에서, 세아는 이제 허공에 팔을 두른 괴상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도하와 주고받았던 메시지 창은 '알 수 없는 사용자'로 변해 있었고, 내용물은 전부 깨진 글자로 바뀌어 있었다.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강도하라는 존재를 지워나가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기억해…… 내가 기억하면 돼. 내가 썼으니까, 내가 제일 잘 알아."
세아는 미친 듯이 일기를 쓰듯 도하의 설정을 적어 내려갔다. 이름 강도하, 나이 28세, MBTI는 ENTJ, 좋아하는 건 믹스커피와 세아가 해준 짜장 라면…… 하지만 적어 내려가는 족족 종이 위의 글씨들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투명하게 변하며 사라졌다.
원작의 서사가 세아의 기억조차 간섭하려 들고 있었다.
그때, 노트북 스피커에서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윤…… 작가…… 들려?
"도하 씨?! 진우 씨예요?"
세아는 노트북에 귀를 바짝 갖다 댔다.
— 이곳은…… 아무것도 없어. 글자가 되지 못한 폐기된 문장들만 떠다니는…… 소설의 뒷면이야. 데이비드가…… 현실의 내 지위를 뺏는 바람에, 시스템이 나를 '오류 데이터'로 분류했어.
"어떻게 하면 돼요? 내가 뭘 하면 당신을 다시 데려올 수 있어?"
— 데이비드가…… 내 이름을 뺏어갔어. 현실에서 '강도하'라는 이름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건 이제…… 소설 속의 논리가 아니라, 현실의…… '신뢰'뿐이야.
도하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 세아, 데이비드가 숨기고 있는…… 현실 세계의 '진짜 원작'을 찾아. 그놈은 단순히 소설 속 악당이 아니야. 그는…… 이 소설이 연재되기 전부터 현실에 존재했던……
지지직-!
통신이 끊겼다. 세아는 도하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곱씹었다. 데이비드 블랙이 소설이 연재되기 전부터 현실에 존재했다고?
세아는 자신의 예전 백업 하드디스크를 뒤지기 시작했다. <퍼펙트 라이프>를 처음 구상했던 3년 전의 메모들. 그곳에 데이비드 블랙의 원형이 된 누군가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마침내, 세아는 먼지 쌓인 폴더 속에서 하나의 사진 파일을 발견했다. 그것은 3년 전, 세아가 어시스턴트로 일하던 대형 웹소설 매니지먼트사의 창립 기념 파티 사진이었다.
그 사진 구석에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와인 잔을 들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세아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데이비드 블랙. 소설 속 모습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그 남자가, 3년 전 현실의 파티장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