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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32화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32화: 가짜의 역습

"작가님! 큰일 났어요! 지금 인터넷 기사 좀 보세요!"

미소 씨의 다급한 전화에 세아는 정신없이 포털 사이트를 열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팩스턴의 몰락을 예고하던 헤드라인들이 한 시간 만에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속보: K-스마트 강도하 대표, 학력 및 경력 위조 의혹 제기]
[충격: 강도하, 존재하지 않는 유령 인물인가? 정부 데이터베이스 오류 주장]
[경제: 팩스턴 코리아, "강도하의 공격은 근거 없는 기술 탈취 목적" 맞고소 성명]

"이게 뭐야…… 다 사실이 아니잖아요!"

세아가 주먹을 꽉 쥐었다. 데이비드 블랙이 현실의 언론사와 권력층에 뻗어있는 인맥을 동원해 역공을 시작한 것이다. 소설 속 설정상 데이비드는 '현실 조작의 명수'였다. 그는 도하가 이 세계에 갑자기 떨어진 '기록 없는 존재'라는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도하는 거실 소파에 앉아 가만히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하고 있었다. 그의 팔꿈치 너머로 뒤편의 벽지가 희미하게 비쳐 보였다.

"진우 씨, 괜찮아요? 몸은 좀 어때요?"

"……감각이 무뎌지고 있군. 누군가 내 몸 위에 얼음물을 계속 붓고 있는 것 같아."

도하의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동기화율이 떨어지면서 현실의 물리적인 감각들이 하나둘씩 차단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내가 다시 쓸게요. 데이비드의 거짓말이 다 들통나고, 당신 정체가 완벽하다는 증거들이 쏟아지는 걸로……!"

세아는 노트북을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가 권한 제한'이라는 메시지는 여전히 그녀를 조롱하듯 깜빡였다. 시스템은 세아가 만든 '해피엔딩'으로의 지름길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때, 옥탑방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강도하 씨 안에 계십니까? 서울지검 검찰청에서 나왔습니다. 신분 위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검찰?!"

세아는 소스라치게 놀라 문 쪽을 바라보았다. 현실의 법 집행 기관까지 데이비드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것은 원작의 서사가 도하를 '소설 속의 감옥'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현실의 투영물을 이용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들이 이 좁은 옥탑방 주소까지 찾아낸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방금 전 기사에 세아의 필명과 플랫폼 정산 계좌가 악의적으로 묶여 공개되어 있었고, 데이비드가 뿌린 고발장에는 강진우의 거소증 발급 기록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현실의 서류가 허구의 균열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도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몸은 이제 아침보다 훨씬 더 투명해져서, 마치 옅은 푸른색 연기로 빚은 조각상 같았다.

"윤 작가, 문 열어주지 마."

"하지만…… 하지만 저 사람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면……!"

"그들이 들어와도 나를 데려가지는 못할 거다."

도하가 씁쓸하게 웃으며 제 팔을 가리켰다. 검찰들이 문 밖에서 고함을 치는 사이, 도하의 발등이 거실 장판 아래로 스르륵 스며들듯 사라지고 있었다. 중력조차 그를 붙잡지 못할 만큼 현실과의 연결 고리가 약해진 것이다.

"안 돼! 가지 마요! 제발!"

세아는 도하에게 달려가 그를 껴안으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의 팔은 도하의 가슴팍을 허망하게 통과해 버렸다. 도하는 그저 슬픈 눈으로 세아를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서둘러야 해, 세아. 데이비드가 현실의 '진실'을 완전히 오염시키기 전에…… 네가 나를 위해 만든 진짜 '개연성'을 찾아내."

그 말을 마지막으로, 도하의 신체가 거대한 노이즈와 함께 옥탑방 안에서 완전히 증발해 버렸다. 문을 부수고 들어온 검찰들이 본 것은, 텅 빈 거실에서 바닥을 짚고 오열하는 세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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