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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31화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31화: 균열의 서막

"오전 9시입니다. 장 열렸어요!"

세아의 외침과 함께 모니터에는 팩스턴 코리아의 주가 그래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젯밤 세아가 올린 웹소설 28화의 내용—팩스턴의 핵심 보안 로직 결함 폭로—이 현실의 증권가 찌라시와 결합하며 유례없는 하한가 직행을 예고하고 있었다.

도하는 팔짱을 낀 채 냉정한 눈빛으로 수치들을 훑어 내렸다.

"데이비드 블랙. 네놈이 아무리 현실의 자금을 끌어모아 방어하려 해도, 근간인 기술력이 가짜라는 게 밝혀진 이상 버틸 재간은 없을 거다."

도하의 예상대로였다. 화면 속 팩스턴의 파란색 하향 곡선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세아는 기뻐서 도하의 팔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어?"

세아의 손이 도하의 팔꿈치를 스쳐 지나갔다. 잡히지 않았다. 마치 공기를 움켜쥔 듯, 세아의 손가락은 도하의 셔츠 소매를 그대로 통과해 허공을 휘저었다.

"진우 씨?"

세아가 당황하며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잡혔다. 하지만 방금 전의 그 소름 끼치는 이질감—분명 눈앞에 존재하는데 만져지지 않았던 그 순간—에 세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도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차가운 표정이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역시 방금 전 자신의 신체가 순간적으로 데이터 노이즈처럼 뭉개졌다는 사실을 직감한 모양이었다.

띠링-.

그때, 노트북 화면 중앙에 기분 나쁜 붉은색 팝업창이 떠올랐다.

[※ 시스템 경고: 원작의 인과율(Causality)이 훼손되었습니다.]
[※ 빌런 '데이비드 블랙'의 생존 본능이 현실 세계의 '어둠의 경로'와 동기화됩니다. 서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남주인공의 출력값이 조정됩니다.]

"출력값 조정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예요?"

세아가 비명을 지르듯 물었지만, 도하는 대답 대신 제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아침 햇살이 비치는 창가 쪽에서 그의 손끝이 텔레비전 화면의 지직거리는 노이즈처럼 짧게 깜빡이다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데이비드가 단순히 주식 시장에서 패배하는 것으로 끝날 놈이 아니라는 뜻이군."

도하가 낮게 읊조렸다.

"그놈은 소설 속에서도 '절대악'의 롤을 맡고 있었지. 내가 승리할수록, 원작의 서사는 빌런에게 더 큰 '반등의 기회'를 주려 하고 있어. 그게 이 조잡한 소설 시스템의 평형 유지 방식인 모양이다."

"그럼 내가 이긴 게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 주가 떨어뜨렸잖아요!"

"돈으로 해결될 단계가 지났다는 뜻이다, 윤 작가. 저 붉은 메시지를 봐."

도하가 가리킨 모니터 하단에는 이전에는 본 적 없는 수치가 기록되고 있었다.

[빌런 '데이비드 블랙'의 현실 자본 침식도: 75% (상승 중)]
[남주인공 '강도하'의 현실 동기화율: 82% (하락 중)]

도하가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오히려 빌런의 영향력은 현실의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고 있었고, 그 대가로 도하의 '존재'는 현실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안 돼…… 내가 그렇게 안 둬요."

세아는 서둘러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데이비드를 완전히 파멸시키고 도하를 고정하는 문장을 쓰려 했다. 하지만 자판을 두드리는 순간, 화면에는 글자 대신 기괴한 외계어와 깨진 코드들만 나열되기 시작했다.

[ERROR: 작가의 권한이 제한되었습니다. 현재 에피소드는 '원작의 서사'의 자동 연산 모드에 진입했습니다.]

"뭐라고……?"

세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신이 만든 소설이, 이제 창조주인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폭주의 끝은, 도하의 소멸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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