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30화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30화: 한계 시간의 모래시계

모니터가 뿜어내는 붉은 빛은 좁은 옥탑방의 로맨틱한 온기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방금 전까지 입술을 나누며 느꼈던 지독하리만치 생생한 떨림 위로, 잔혹한 시스템의 경고음이 귓가를 때렸다.

[※ 남주인공의 현실 세계 체류 한계 시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체류 한계 시간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세아는 자기도 모르게 도하의 손을 더 꽉 쥐었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단단하고 뜨거웠던 도하의 손끝이, 모니터의 푸른 빛을 받자 아주 미세하게, 정말 눈을 크게 뜨고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투명하게 깜빡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우 씨…… 당신 손이……."
"바보 같은 소리. 난 여기 그대로 있다, 윤 작가."

도하는 태연하게 대답하며 세아의 손을 고쳐 잡았다. 힘을 꽉 준 그의 손은 여전히 굳건했지만, 그의 매서운 눈동자는 이미 모니터 화면에 박힌 글자들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데이비드 블랙의 자본 침식도가 70퍼센트라. 주총장에서는 의결권으로 판을 뒤집었지만, 그놈은 소설 속에서도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놈이었지. 주총 부결을 확인하자마자 현실 세계의 어둠의 자금이나 사채 시장의 지분까지 무차별적으로 끌어모으기 시작한 모양이군."

"어떡해…… 내 소설 설정에 '데이비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패배할 위기에 처하면 기업의 가치를 완전히 찢어발겨서라도 상대를 파멸시킨다'고 썼단 말이에요! 그 광기가 지금 현실에서 발동하고 있는 거야……."

세아는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자신이 부여한 악당의 서사가, 지금 제 옆에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 하고 있었다.

"자책할 시간 없다, 윤 작가. 독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우리 편이니까."

도하가 세아의 어깨를 붙잡아 똑바로 눈을 맞췄다.

"방금 전 올린 화에서 팩스턴의 취약점이 폭로됐어. 주식 시장이 열리는 내일 아침이면 현실의 팩스턴 주가는 폭락할 거다. 다만 그 타격이 클수록 데이비드는 더 깊은 현실의 자금줄과 동기화하려 들겠지. 자본의 근간이 흔들리는 순간이 오히려 마지막 발악의 시작일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소설의 완벽한 결말?"

"그래. 이 전쟁에서 내가 완벽하게 승리하고, 당신과의 서사를 완성해 '공식 해피엔딩'의 궤적을 찍는 것. 그리하여 허구의 존재였던 내가 이 세계의 완벽한 실체로 인정받게 만드는 것뿐이다."

도하의 말은 단호했고, 가차 없었으며, 지독하게 신뢰가 갔다.

세아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치고 다시 의자를 당겨 앉았다. 마침표를 찍은 지 고작 몇 분 지나지 않은 키보드 위로, 세아의 손가락이 다시금 전투적으로 얹어졌다. 도하 역시 그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다음 타임라인의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창밖의 밤하늘은 어느덧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째깍거리는 벽시계 소리가 마치 두 사람의 남은 시간을 갉아먹는 모래시계 소리처럼 들렸지만, 좁은 좌식 테이블 위에서 서로의 살결을 맞댄 두 사람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데이비드 블랙이 현실을 집어삼키기 전에, 창조주와 남주인공의 진짜 반격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