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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3화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3화: 완벽한 사장님의 첫 양은냄비

양은냄비 속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라면 소리가 좁은 옥탑방을 가득 채웠다. 붉은 국물 위로 송송 썬 파와 계란탁이 올라가자, 이 세상의 것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향이 피어올랐다.

강도하는 소파도 없는 세아의 방 한가운데, 낡은 좌식 테이블 앞에 어정쩡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수천만 원짜리 명품 수트 바지가 바닥에 쓸리는 것쯤은 이제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그의 시선은 오직 냄비 속 붉은 국물에 고정되어 있었다.

"자, 드세요. 작가 윤세아가 선사하는 현실 세계 첫 식사입니다."

세아가 나무젓가락을 툭 쪼개어 건네자, 도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것을 받았다.

"이런 인스턴트 식품은 내 몸에 독소만 쌓을 뿐이야. 난 유기농 식단 외에는……."
"소설 속에서 도하 씨 식단 깐깐하다고 쓴 건 맞는데요, 여기선 선택권 없어요. 싫으면 굶든가요."

세아가 냄비 뚜껑을 가져가려는 시늉을 하자, 도하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여 냄비를 사수했다. 찰나의 순간 스친 도하의 단단한 손등 때문에 세아의 심장이 살짝 쿵 내려앉았다.

"……낭비는 미덕이 아니니까, 성의를 봐서 먹어주지."

도하는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라면 면발을 크게 들이켰다. 그리고 정확히 3초 후, 그의 눈동자가 두 배로 커졌다.

"……!"
"어때요? 맛있죠? 소설 속 'K-스마트' 구내식당이 아무리 오성급 호텔 수준이라도, 이 밤에 먹는 양은냄비 라면은 못 이겨요."

도하는 체통도 잊은 채 폭풍 같은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후루룩, 후룹. 소설 속에서 늘 스테이크를 썰거나 와인잔을 굴리던 도하가, 양은냄비에 코를 박고 라면을 흡입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매운 국물 때문에 도하의 뽀얀 뺨이 발갛게 가오르고, 입술이 촉촉하게 젖어 드는 모습을 보며 세아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미쳤다, 윤세아. 네가 썼지만 얼굴 하나는 진짜 기가 막히게 뽑았구나.'

순식간에 면발을 해치운 도하가 아쉬운 듯 숟가락으로 국물을 가리켰다.

"이 국물에…… 흰쌀밥을 말아 먹으면 완벽할 것 같은데. 혹시 있나?"
"와, 도하 씨 탄수화물 중독자였어요? 소설에선 관리하느라 밥 반 공기만 먹는댔잖아!"
"그건 소설 속 도하 사장이고, 지금은 그냥 굶주린 인간 강도하다."

뻔뻔하게 대꾸하는 모습마저 어처구니가 없어서 세아는 실소를 터트렸다. 냉동실에서 꽁꽁 얼어붙은 즉석밥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동안, 도하는 만족스러운 듯 입가를 닦아내며 세아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런데 윤세아."
"왜요, 사장님?"
"당신, 잠은 언제 자는 거지? 눈 밑에 그 거뭇한 건…… 설정인가?"
"이건 다크서클이라는 거예요! 누구 때문에 꼬박 사흘을 밤샜는데!"

세아가 팩 소리를 지르며 렌지에서 꺼낸 뜨거운 밥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았다.

"오늘 밤 11시까지 마감 못 지키면, 난 독자들한테 매장당하고 담당 미소 씨한테 머리채 잡힌단 말이에요. 도하 씨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내 글이 완전히 꼬였다고요."
"글이 꼬여?"

도하가 밥을 국물에 말며 무심하게 물었다.

"그래요. 원래 오늘 장면에선 도하 씨가 쓰러지고, 여주인공인 채아린이 간호해 주면서 둘이 첫 키스를…… 읍!"

세아는 제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도하의 숟가락이 허공에서 딱 멈췄다.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 내렸다.

"방금 뭐라고 했지? 키스?"
"아니, 그게…… 로맨스 소설이니까 당연한 수순인데……."
"난 그 채아린이라는 여자에게 눈길 한 번 준 적 없어.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협력 관계일 뿐이지, 연애 감정 따윈 추호도 없단 말이다. 그런데 그걸 당신이 강제로 조작하려고 했다고?"

도하가 테이블을 탁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바뀐 서늘한 분위기에 세아가 엉거주춤 뒤로 물러섰다. 도하는 분노와 황당함이 뒤섞인 눈으로 세아를 몰아붙였다.

"내 감정까지 당신 마음대로 주무르려 하지 마. 난 인형이 아니야."
"그치만 도하 씨는 내 소설 속 인물인 걸요……."
"그럼 지금 내 앞에 있는 당신은 뭔데? 내 눈앞에 살아 숨 쉬는 당신은 허구인가, 실제인가?"

성큼 다가온 도하의 숨결이 세아의 이마에 닿았다. 너무 가까웠다. 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 비친 제 초라한 모습이 보일 정도로. 세아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바로 그 순간, 웅- 웅- 하며 세아의 스마트폰이 무서운 진동을 울려댔다. 액정에는 잔혹하게도 [편집자 마녀 미소 씨]라는 글자가 번쩍이고 있었다. 마감 시간 임박을 알리는 데드라인의 종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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