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28화: 폭풍우 뒤의 달콤한 야식
새벽 1시. 격렬했던 마감의 폭풍이 휩쓸고 간 옥탑방은 기분 좋은 적막감에 휩싸여 있었다.
"원고 무사히 넘어갔고, 독자들 실시간 댓글 반응 모니터링까지 끝! 작가님, 이번 화 진짜 역대급이에요. '루프홀 04' 알고리즘 독점 폭로 서사에서 소름 돋았다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전 이만 신혼집으로 퇴근할게요!"
미소 씨는 대만족의 미소를 지으며 가방을 챙겨 들었다. 그녀는 문을 열기 전,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도하와 세아를 음흉한 눈빛으로 번갈아 바라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두 분, 방이 좁으니까 부디 '효율적'으로 공간 활용 잘 하세요. 알콩달콩한 건 좋은데 다음 화 콘티 꼬이게 만들면 안 됩니다? 윤 작가님, 파이팅!"
"아, 진짜 미소 씨! 얼른 가요!"
세아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미소 씨를 문밖으로 등 떠밀었다. 계단을 요란하게 내려가는 노란색 레이의 엔진 소리가 멀어지자, 옥탑방에는 다시금 오롯이 두 사람만의 주파수가 흐르기 시작했다.
구우우우웅-.
그 타이밍에 맞춰 다시 한번 정적을 깨는 웅장한 저음의 알람이 울렸다. 도하의 배꼽시계였다. 밤새 머리를 쓰며 보안 소스코드를 복기하느라 에너지를 과하게 소비한 탓이었다.
"……뇌 활동량이 급증하면 소화 기관의 대사 속도도 빨라지는 게 인체의 신비군."
도하가 무안한 듯 헛기침을 하며 매끈한 턱을 만지작거렸다. 세아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싱크대 아래 하부장을 열었다.
"마침 미소 씨가 올 때 편의점에서 털어다 준 비상식량이 있어요. 오늘은 특별히 현실 세계의 소울 푸드, '짜장 라면'을 대접하죠. 게다가 무려 반숙 계란후라이와 치즈 추가 버전으로!"
"짜장……? 색깔이 검은색인 그 기괴한 면 요리 말인가?"
도하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미 냄비에서 물이 끓기 시작하자 좌식 테이블 앞으로 얌전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10분 후, 은은한 짜장 향과 고소한 치즈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노란 체다 치즈가 부드럽게 녹아내린 짜장 라면 위에 겉은 탱글하고 속은 촉촉한 반숙 계란후라이가 얹어진 비주얼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도하는 나무젓가락으로 면과 치즈, 계란 노른자를 완벽한 비율로 섞어 입으로 가져갔다. 한 입 크게 베어 문 도하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확장되었다.
"……이건."
"어때요? 맛있죠? 단짠단짠의 극치!"
"지독하게 자극적이고 영양학적으로는 불균형하지만…… 혀의 미뢰를 완벽하게 기만하는 맛이군. 훌륭해."
도하는 체통도 잊은 채 짜장 라면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소설 속에서 늘 정갈하게 칼질을 하던 손으로 냄비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 모습이 어쩐지 너무 사랑스러워, 세아는 턱을 괴고 그 모습을 가만히 훔쳐보았다.
"왜 그렇게 보지, 윤 작가? 내 얼굴에 검은 소스라도 묻었나?"
"아니요. 그냥…… 도하 씨가 진짜 내 옆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게, 그리고 이렇게 맛있게 음식을 먹어준다는 게 신기하고 고마워서요. 소설 속에서는 맨날 외롭게 혼자 서재에서 위스키나 마시게 했잖아요. 미안하게."
세아의 진심 어린 말에 도하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는 테이블 너머로 손을 뻗어, 세아의 부드러운 뺨을 감싸 쥐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 묻어나는 온기에 세아의 심장이 부르르 떨렸다.
"미안해할 것 없다. 그 외로움의 서사가 있었기에 내가 당신을 찾아 이 세계의 벽을 깨고 나올 수 있었던 거니까. 그리고 지금은…… 전혀 외롭지 않아."
도하의 깊고 짙은 눈동자가 세아의 입술로, 그리고 다시 눈빛으로 느리게 얽혀왔다. 어젯밤 소나기 속에 못다 한 진한 열기가 두 사람의 호흡을 타고 다시금 차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