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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25화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25화: 편집자님의 노란색 레이는 좁다

"저기, 작가님? 옆에 계신 이 모델 뺨치게 잘생기다 못해 비현실적인 아우라를 뿜어내시는 셔츠 차림의 남성분은 대체 누구시죠?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강남역 사거리를 갓 빠져나온 노란색 레이 카의 안. 핸들을 쥔 미소 씨의 눈동자가 룸미러를 통해 뒷좌석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해 보였으나, 엑셀을 밟은 발끝은 잔뜩 긴장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87센티미터의 거구를 억지로 구겨 넣은 도하 때문에 경차의 뒷좌석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도하는 기다란 다리를 어정쩡하게 모은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윤 작가. 이 초소형 차량의 서스펜션은 엉망이군. 노면의 진동이 내 척추로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어. 게다가 천장에 머리가 닿는……."
"진우 씨! 일단 조용히 좀 해봐요!"

세아는 조수석에서 등받이에 완전히 밀착된 채 도하의 입을 막으려 안간힘을 썼다. 미소 씨는 기가 막힌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진우 씨? 아까 주총장에서 보니까 팩스턴 사람들이 '강도하'라고 부르던데요? 작가님, 설마 마감 안 치고 도망 다니는 동안 진짜 대기업 사장님이랑 연애라도 하신 거예요? 그것도 본인 소설 남주랑 똑 닮은 사람이랑?!"
"아하하…… 미소 씨, 그게 설명하자면 지독하게 판타지적인 서사가 있는데요……."

세아가 눈동자를 굴리며 변명을 구상하는 사이, 도하가 천천히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그의 널따란 어깨가 조수석과 운전석 사이의 좁은 공간을 가로막자 미소 씨의 숨이 턱 막혔다.

"윤 작가의 담당 편집자라고 했나? 위급한 상황에서 기동력을 발휘해 준 점은 높이 평가하지. 'K-스마트'의 대표로서 정식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지."
"어머…… 목소리 봐. 진짜 도하 사장님이랑 똑같아…… 대박……."

미소 씨는 순간 핸들을 놓칠 뻔했다. 자기가 매주 원고로 검수하던 오만하고 차가운 남주인공의 동굴 목소리가 귓가에서 실시간으로 라이브 재생되고 있었으니까.

"잠깐만요. 그러니까 이분이 원고 속 강도하이고, 지금은 강진우라는 이름으로 현실 주총장에 난입했다는 뜻이에요?"
"요약 능력 미쳤다, 미소 씨."
"편집자잖아요. 말도 안 되는 설정도 일단 한 줄 로그라인으로 정리하는 게 직업이라고요."

"하지만 데이비드 블랙의 추격조가 완전히 떨어졌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저들은 자본을 무기로 움직이는 자들이니, 곧 우리 동선을 파악할 터. 일단 안전한 은신처로 향해야 해."
"안전한 은신처요? 거기가 어딘데요?"

미소 씨가 묻자, 세아와 도하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현실 세계에서 그들이 가진 안전한 공간이란 단 하나뿐이었다.

"우리 집이요. 남양주 옥탑방."

세아의 말에 미소 씨는 기어코 차를 급정거 시켰다.

끼익-!

"예?! 저 비주얼을 모시고 그 좁아터진 옥탑방으로 가신다고요? 아 전 몰라요! 아무튼 작가님, 주총이고 나발이고 오늘 밤까지 다음 화 원고 안 오면 저 진짜 레이로 옥탑방 문 부수고 들어갈 겁니다!"

미소 씨의 눈물겨운 마감 독촉과 함께, 노란색 레이는 다시금 엔진 소리를 높이며 남양주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블랙과의 지분 전쟁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좁은 차 안에서 피어나는 세아와 도하의 묘한 텐션, 그리고 현실 세계의 진짜 '생계형 마감'은 한층 더 치열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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