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23화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23화: 반격의 의사봉, 뒤집히는 주총장

웅장한 마호가니 원탁을 중심으로 수십 명의 주주와 이사진이 빼곡히 앉아 있는 대회의실은 차가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그 무겁고 삭막한 공기 한가운데, 데이비드 블랙이 상석에 앉아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의사봉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시간이 되었군. K-스마트 코리아 대표이사 강도하 해임안 및 팩스턴과의 합병 안건에 대한 표결을 시작하겠습니다."

데이비드의 선언에 회의실 여기저기서 헛기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미 데이비드의 거대 자본에 매수된 사내이사들은 당연하다는 듯 일제히 찬성표를 던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때, 회의실 뒷문이 거칠게 열리며 서늘한 바람이 밀려들었다.

"이의 있습니다."

나직하지만 회의실 전체를 압도하는 묵직한 동굴 목소리. 모든 주주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가로 향했다. 그곳에는 싸구려 흰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도하와, 그의 곁에서 노트북을 품에 꼭 안은 채 서 있는 세아가 서 있었다.

"저, 저 사람은…… 잠적했다던 강도하 사장님?!"
"아니야, 강 사장님은 수트만 입으시는데 저 차림은 대체……."

장내가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데이비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의사봉을 탁탁 두드렸다.

"소란 피우지 마십시오. 저 자는 행정망 확인 결과 '강진우'라는 별개의 인물로 밝혀졌습니다. 신원미상의 침입자일 뿐이니 보안요원들은 당장……."

"내가 강진우인 것은 맞다, 데이비드."

도하가 원탁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의 걸음걸이마다 수행원들이 주춤하며 길을 터주었다. 비록 겉모습은 초라할지언정, 눈빛과 자태에 서린 제왕의 위엄은 감출 수 없었다. 도하는 데이비드의 바로 맞은편 자리에 멈춰 서서 테이블을 두 손으로 짚고 상체를 숙였다.

"하지만 내가 가진 우호 지분 15퍼센트와, 강도하 사장의 명의로 신탁된 가상 자산 법인의 26.2퍼센트 지분 의결권이 방금 전 합법적으로 내 가명 계좌인 '강진우'에게 위임되었다."

"무슨 헛소리냐! 그 법인 계좌는 락(Lock)이 걸려 있어서 인출이나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할 텐데!"

데이비드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의 이마에 처음으로 핏대가 섰다.

도하는 싱긋 웃으며 뒤에 선 세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세아는 떨리는 손으로 노트북의 엔터 키를 탁 쳤다.

[새벽에 등록된 24화 예약 연재분의 효과가 현실에 발동되었다. 강도하 사장이 잠적 기간 중 가상 자산 법인의 락을 해제할 수 있는 '비밀 조건'을 충족했다는 서사가 독자들의 엄청난 추천을 받으며 개연성을 획득한 것이다.]

지잉-.

동시에 회의실 대형 스크린에 팩스턴이 확보한 찬성 지분을 무너뜨릴 숫자가 푸른 빛으로 떠올랐다. 데이비드가 기대했던 일부 주주들의 기권까지 겹치면, 특별 결의가 필요한 해임 및 합병 안건은 더 이상 통과될 수 없었다.

[강진우(우호 지분 위임 포함) : 41.2%]

"말도 안 돼…… 시스템 오류야! 당장 전산실 확인해!"

데이비드가 서류를 집어던지며 경악했다. 도하는 그 모습을 냉정하게 내려다보며, 데이비드의 손에 쥐어져 있던 의사봉을 부드럽게 빼앗아 들었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하지, 데이비드. 총 지분율 41.2퍼센트의 반대와 우호 주주들의 기권 전략에 따라, 대표이사 해임안 및 합병 안건은 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탕! 탕! 탕!

도하가 내리친 의사봉 소리가 회의실에 청량하게 울려 퍼졌다. 완벽한 체크메이트였다. 세아는 눈물이 핑 도는 것을 참으며 도하를 바라보았다. 도하는 수많은 주주들의 경탄 섞인 시선 속에서, 오직 세아만을 바라보며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기가 만든 소설 속 남주인공을, 진짜 현실의 영웅으로 만들어낸 짜릿한 반격의 순간이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