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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22화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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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얼음 황태자와 비열한 포식자

대회의실 앞 복도는 거대한 두 포식자의 대치로 인해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이 감돌았다. 수행원들은 데이비드 블랙의 등 뒤에서 위압적인 자세로 도하와 세아를 압박해 왔고, 세아는 저도 모르게 도하의 셔츠 자락을 바짝 쥐었다.

"쥐새끼라니. 남의 빈집에 무단 침입해서 안방을 차지하려는 도둑의 입에서 나올 법한 저급한 수사로군, 데이비드."

도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싸구려 흰 셔츠에 작은 슬랙스 차림이었지만, 상대의 억 단위 명품 수트를 단숨에 기죽이는 오만한 자태였다.

"... 여전히 주둥이만 살아있군, 강도하 사장."

데이비드가 선글라스를 완전히 벗어 주머니에 꽂아 넣으며 비열하게 웃었다. 그의 눈빛은 세아가 원고지에 묘사했던 그대로,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사의 그것이었다. 데이비드의 시선이 도하의 어깨너머로 움츠러들어 있는 세아에게 닿았다.

"거기 있는 아가씨가 그 위대한 '창조주'인가? 나에게 이런 막강한 부와 권력을 쥐여준 서사에는 감사하지. 하지만 주인공을 잘못 골랐어. 이 세계의 자본주의는 냉혹하거든. 텍스트 몇 줄로 현실의 거대 자본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당신……."

세아가 입을 열려 하자, 도하가 자연스럽게 세아의 앞을 가로막으며 그녀를 보호했다.

"착각하지 마라, 데이비드. 자본주의가 냉혹한 건 맞지만, 그 자본을 움직이는 행정망의 허점을 만든 건 바로 윤 작가의 손가락이다. 네가 가진 그 화려한 자산의 근본 역시 결국 이 조그만 노트북 안에서 시작되었다는 뜻이지."

도하가 세아의 노트북 가방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데이비드의 미간이 순간적으로 가볍게 비틀렸다.

"말장난은 거기까지 하지. 주총 시작 5분 전이다. 들어가서 네 해임안이 가결되는 걸 똑똑히 지켜봐라. 위임장 몇 장으로 판을 뒤집기엔 이사회의 배신이 너무 깊거든."

데이비드가 비웃으며 먼저 대회의실의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섰다.

도하는 문이 닫히는 것을 보며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돌아선 그의 얼굴에는 세아를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럽고 단단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긴장되나, 윤 작가?"
"……솔직히 손이 너무 떨려요. 내가 쓴 소설이 진짜 현실이랑 부딪치는 거잖아요."
"걱정 마. 원작의 개연성은 언제나 정의의 편이니까. 그리고 내 옆엔 가장 강력한 치트키를 쥔 작가님이 계시지 않나."

도하가 세아의 떨리는 손을 꽉 잡아왔다. 그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뜨겁고 든든한 온기가 세아의 심장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오전 8시 58분. 주총장의 문이 다시 열렸고, 두 사람은 마침내 현실 세계의 운명을 가를 거대한 전장 속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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