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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21화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로맨스는 휴재 중입니다만?

21화: 적진의 심장부로, 9시의 카운트다운

오전 8시 40분.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쏟아져 나온 출근길 인파는 거대한 파도 같았다. 세아는 긴장으로 바짝 마른 입술을 침으로 축이며 도하의 소매를 꼭 쥐었다. 지하철 역사를 빠져나오자마자 저 멀리 위용을 자랑하는 ‘K-스마트 코리아’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따라 그 통유리 외벽이 유난히 차갑고 서늘해 보였다.

"진우 씨, 정말 괜찮을까요? 소설을 올리긴 했지만, 만에 하나 현실의 시스템이 꼬여서 작동 안 하면 어쩌죠?"
"비즈니스에서 100퍼센트 완벽한 시나리오는 없다, 윤 작가. 하지만 리스크를 안고 판을 흔드는 자가 결국 승리하지."

도하는 세아의 손을 가볍게 쥐어짜며 안심시켰다. 슬랙스에 셔츠 차림일 뿐인데도 그의 걸음걸이는 당당했다. 마치 억만 자산가의 수트를 입고 붉은 카펫을 걷는 듯한 오만함마저 느껴졌다. 세아는 그 단단한 태도에 의지해 한 걸음씩 적진의 심장부로 걸어 들어갔다.

빌딩 로비는 평소보다 훨씬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대형 보안업체의 경호원들이 주총 전용 출입구를 통제하며 주주 명부를 일일이 대조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오늘 일반 방문객은 출입이 제한됩니다."

두 사람이 회전문을 통과하자마자 덩치 큰 경호원 두 명이 앞을 가로막았다. 세아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도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강진우'라는 가짜 이름이 적힌 빳빳한 거소증을 꺼내 보였다.

"주주총회 참석 의결권을 가진 대리인 자격으로 왔다. 확인해 보지."
"강진우 씨라굽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경호원이 무전기로 상부에 이름을 확인하는 사이, 세아는 노트북 가방을 멘 손에 힘을 주었다. '제발, 내가 새벽에 쓴 설정이 먹혀들어야 해!'

정적 같은 몇 초가 흐른 뒤, 무전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경호원들의 태도가 순식간에 공손해졌다.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그들을 지나 초고속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세아는 그제야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우와…… 진짜 먹혔어. 내가 쓴 비하인드 스토리가 진짜 현실의 데이터로 조작된 거예요!"
"조작이 아니라 '구현'이다. 당신의 텍스트가 이 세계의 행정망에 합법적인 빈틈을 만들어낸 거지. 아주 훌륭한 치트키였어, 윤 작가."

도하가 세아의 머리를 톡 치며 장난스레 웃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3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는 순간, 두 사람의 미소는 순식간에 증발했다.

대회의실 앞 복도 끝, 수많은 수행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서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세련된 그레이 수트를 입고 시가 향을 은은하게 풍기는 남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짙은 선글라스 너머로 비치는 서늘한 안광과 입가에 걸린 비열한 미소.

소설 속 최종 빌런이자 팩스턴의 아시아 총괄, 데이비드 블랙이 진짜 살아있는 인간의 모습으로 그들 앞에 서 있었다.

"어서 와라, 강도하. 아니…… 가짜 신분증 뒤에 숨은 쥐새끼라고 불러줘야 하나?"

데이비드가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낮게 읊조렸다. 복도의 공기가 순식간에 영하로 얼어붙는 듯한 지독한 압박감이 두 사람을 덮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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