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백수의 게이트 노다지 독점: 평화의 가치

96화: 평화의 가치
따뜻한 오후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저택 유리 온실.
태현은 조심스럽게 피어오르는 '에테르 불꽃 백합'의 붉은 꽃잎을 어루만지며 잔잔한 마나를 주입해 주었다. 식물은 태현의 온화한 마력을 빨아들이며 기분 좋게 붉은 향기를 피워 올렸다.
그는 온실 의자에 깊숙이 파묻혀 누워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회귀하기 전 10년의 비참했던 삶.
매달 게이트 붕괴로 대피 사이렌이 울릴 때마다 낡은 배낭을 멘 채 사방으로 도망쳐야 했고, 물가 폭등 뉴스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을 먹어야 했던 무기력한 30대 F급 낙오자 백수 강태현.
당시 그는 세상의 변두리에서 헌터들의 영웅담을 읽으며, 부와 권력을 지닌 그들을 무작정 동경했었다.
하지만 대격변 3개월 전으로 회귀하여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던 10년 치의 던전 노다지 공략 지식들을 모조리 독점해 나간 결과, 태현은 깨달았다.
"진짜 보물은 S급 마검이나 SSS급 룬이 아니었어."
세상의 영웅들은 더 큰 명예를 쥐기 위해 사지로 기어 들어갔고, 더 큰 부를 쥐기 위해 매일 피비린내 나는 정치판과 던전 속에서 뼈를 깎는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결국 그들의 삶은 화려한 감옥 속에 갇힌 죄수와 다를 바 없었다.
태현에게 힘이란, 오직 단 하나의 가치를 위해 존재했다.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아무 걱정 없이, 내 마음껏 게으를 수 있는 완벽한 자유.'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무력을 선점하고, 평생 마르지 않을 배당금의 샘물을 파놓음으로써, 그는 비로소 그 완벽한 나태함을 영구 수호할 성벽을 쌓은 것이었다.
"힘이란 내 게으름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일 뿐이지."
태현은 차를 한 모금 들이키며 씩 웃었다.
세상은 그를 '은둔한 위대한 구세주'로 칭송하며 온갖 전설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나, 태현이 누리는 궁극의 가치는 그저 따뜻한 온실 속 흔들의자에 누워 아무 걱정 없이 늦잠을 잘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찬란한 '백수의 일상' 그 자체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