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백수의 게이트 노다지 독점: 신선이 따로 없군

93화: 신선이 따로 없군
"어이, 양평 총각! 문 좀 열어보게나!"
저택 마당 울타리 너머로 아랫마을 최 씨 할아버지가 갓 수확한 고구마 한 자루와 김치통을 들고 소리쳤다.
태현은 슬리퍼를 직직 끌며 마당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아이고, 어르신. 웬 고구마입니까?"
"내 어제 밭 가꾸는데 우리 집 똥개 녀석이 덤불 속에 고블린 시체 껍질을 보고 짖어대더라고. 근데 총각이 저번 주에 등산로 지나가다 쓰윽 손가락 한번 튕겨주니까 다 정리됐다며? 동네 이장이 총각을 '운 좋은 귀촌 총각'이라고 부르던데, 아주 신통방통해서 밭에서 캔 고구마 좀 가져왔네."
"하하, 별말씀을요.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최 씨 할아버지는 넓고 화려한 대리석 저택을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근데 총각은 젊은 나이에 일도 안 하고 매일 마당에서 흔들의자나 흔들고 놀더만, 어떻게 이런 대저택에서 사는가? 혹시 부모님이 땅투기라도 성공하셨나?"
"아, 예. 던전 이권 주식에 운 좋게 조금 얹어두었더니 알아서 굴러가네요. 백수가 제일 잘 어울리는 체질이라서요."
태현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할아버지는 혀를 차며 어깨를 두들겼다.
"젊은 친구가 욕심 없이 조용히 부모님 모시고 사는 꼴이 참 기특하구만. 요즘 서울 청년들은 다들 눈에 쌍불을 켜고 돈 벌러 던전으로 기어 들어간다던데, 조용히 양평에서 신선 놀음하는 자네가 진짜 승리자여."
할아버지가 고구마 자루를 밀어주고 터덜터덜 비탈길을 내려갔다.
태현은 고구마 자루를 들고 거실로 들어와, 어머니가 삶아주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고구마에 매콤한 배추김치를 올려 입에 가득 베어 물었다.
"음, 최고군."
전 세계 언론들이 '구세주의 은둔'이라 부르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동안, 영웅은 시골 할아버지가 던져주고 간 찐고구마를 입에 채워 넣으며 더없이 안락하고 찬란한 '동네 백수'의 일상에 만족하고 있었다. 이 소박하고 따뜻한 시골의 풍경이야말로, 그가 백 년 아니 평생을 갈망하며 쟁취하려 애썼던 완벽한 평화의 종착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