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백수의 게이트 노다지 독점: 손가락 튕기기

92화: 손가락 튕기기
"저기 괴물들이 옥수수 밭으로 내려온다!"
대피하던 마을 이장과 주민 몇 명이 멀리 언덕배기에서 기어 내려오는 고블린들의 그림자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태현은 흔들의자에서 엉덩이조차 떼지 않았다.
그는 그저 오른손을 가볍게 올렸다. 온실 속에서 희귀 마나 난초들을 키우며 극도로 다듬어 왔던 정밀 제어 에테르 기류가, 그의 검지와 엄지 사이에서 미세하게 회전하더니 이내 굳어졌다.
태현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탁-!
맑은 마찰음과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시공간 차원 간섭 파동이 강남의 돔 결계를 통과하듯 총알처럼 500미터 밖 용문산 등산로 초입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갔다.
파지직! 퓽-!
대단한 마법도 아니었다. 단지 공간의 쐐기 공식 하나를 붕괴시키는 차원 지우개(Eraser) 주파수 신호탄이었다.
파동이 등산로 골목의 F급 고블린 게이트 중앙 핵을 스치는 순간, 웅웅거리던 게이트 소용돌이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중심부를 향해 급격히 수축하더니 바람 빠진 풍선처럼 감쪽같이 소멸했다. 이미 넘어와 밭을 어지럽히려던 고블린 세 마리 역시, 연결된 차원 끈이 잘리자마자 먼지 조각이 되어 스르륵 대기 중으로 기화해 증발했다.
흔적조차 남지 않은 완전한 자연 정화였다.
태현은 모자를 다시 내려쓰고 식어버린 차를 들이켰다.
40분 뒤, 요란하게 경광등을 켜고 현장에 도달한 군 헌터 수비 대원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텅 빈 등산로를 뒤졌다.
"대장님, 게이트의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마나 잔류 밀도도 제로입니다."
"자연 소멸인가? 가끔 시골에서 차원 균형이 맞아 저절로 닫히는 던전이 보고되곤 하지. 상황 종료다. 철수해."
수비 대원들은 허탈하게 트럭을 몰고 철수했고, 대피소에서 나온 마을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격변 시대의 인류를 구한 세계 유일의 SSS급 영웅의 비장한 활약극은, 이 조용한 양평 산기슭 아래에서는 단지 'F급 게이트의 허무한 자연 소멸 헤프닝'으로 아주 고요하고 평화롭게 묻혀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