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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를 착하게 키우기로 했습니다3화

천마를 착하게 키우기로 했습니다

천마를 착하게 키우기로 했습니다

3화: 첫 목욕의 전쟁

새벽은 아기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연소화가 백운휘를 겨우 재운 지 한 시진도 지나지 않아 유아전 바깥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쇠바퀴가 바닥을 긁는 소리와 약탕을 젓는 소리가 문틈으로 스며들었다.

품 안의 운휘가 눈썹을 찡그렸다.

"우..."

"괜찮아요. 아직 잘 시간이야."

소화는 아이의 등을 천천히 쓸었다. 작은 몸은 따뜻했다. 젖을 먹고 트림도 했고 입가도 닦아 주었다. 이제 남은 일은 자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문이 열렸다.

상급 보모가 고개를 숙였다.

"연 보모. 새벽 의식을 준비해야 합니다."

"지금요?"

"마혈초 목욕과 기혈 봉인입니다. 소교주님의 첫날에 반드시 행해야 하는 절차입니다."

소화는 잠든 운휘를 내려다보았다.

첫날.

갓 태어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아이에게 신교의 법도는 벌써 칼처럼 들이밀어지고 있었다.

"목욕방으로 안내하세요."

소화는 운휘를 포대기째 안아 들었다. 이번에는 포대기를 헐렁하게 감았다. 목을 받치고 배가 눌리지 않게 팔로 둥글게 감싸자 운휘의 찡그린 얼굴이 조금 풀렸다.

목욕방은 산실보다 더 뜨거웠다.

검은 돌로 만든 커다란 욕조가 가운데 놓여 있었다. 탕 안의 물은 물이라기보다 끓인 먹물 같았다. 마혈초 냄새가 목을 찔렀고 탕 주변에는 금빛 부적과 은침과 차가운 봉인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마공사 하나가 붉은 실로 묶은 봉인석을 들어 보였다.

"소교주님의 사지 혈도에 대고 마기를 잠시 묶을 것입니다. 울음은 거칠 수 있으나 참아야 합니다."

소화의 표정이 굳었다.

"갓난아기가 참아야 한다고요?"

마공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천마의 그릇이십니다."

"아직 목도 못 가누십니다."

방 안의 공기가 식었다.

산파가 황급히 끼어들었다.

"연 보모. 교주님께서 사흘을 주셨으나 의식을 금하신 것은 아닙니다. 이 절차를 거쳐야 소교주님의 기혈이 막히지 않습니다."

"기혈을 보려면 먼저 숨부터 봐야죠."

소화는 욕조 곁으로 다가가 손목 안쪽을 물 가까이에 댔다. 열기가 살갗을 찔렀다. 독한 향 때문에 눈가까지 매웠다.

"이 물은 안 됩니다."

"무슨 소리냐!"

"온도가 높고 향이 너무 강합니다. 피부가 붉어지고 숨이 거칠어질 겁니다. 이런 탕에 아이를 담그면 안정되는 게 아니라 놀랍니다."

마공사가 코웃음을 쳤다.

"마혈초는 마기를 다스리는 성초다. 하급 보모가 감히 성초를 논하느냐."

"성초든 독초든 아기한테 독하면 독한 겁니다."

소화는 운휘를 더 단단히 안았다.

호위무사들의 손이 칼자루로 갔다. 소화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교주 앞에서 한 번 살았다고 해서 여기서도 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때 운휘가 작게 울었다.

"응..."

마혈초 냄새가 싫은 듯 작은 코가 찡긋거렸다. 소화의 옷깃을 쥔 손이 꽉 오므라들었다. 동시에 욕조 주변의 부적 한 장이 바르르 떨었다.

마공사의 눈빛이 번쩍였다.

"이미 마기가 반응합니다. 지체하면 안 됩니다."

그가 봉인석을 들고 다가왔다.

소화는 한 걸음 물러섰다.

"멈추세요."

"비켜라."

"아이 몸에 찬 돌을 대지 마세요."

"천마기를 봉하지 못하면 네가 책임질 것이냐."

"책임집니다."

대답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소화는 그제야 알았다. 두려워서 손끝이 떨리는데도 물러설 생각은 들지 않았다. 품 안의 아이가 아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죽음보다 먼저였다.

마공사가 손을 뻗었다.

운휘가 눈을 떴다.

붉은 눈동자가 젖은 빛으로 흔들렸다. 작은 입술이 삐죽 올라가더니 울음이 터졌다.

"응애!"

목욕방의 등잔불이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봉인석에 감긴 붉은 실이 툭 끊어졌다. 은침들이 접시 위에서 잘게 떨었다. 욕조의 검은 약탕이 가운데부터 움푹 꺼졌다가 출렁였다.

마공사가 굳었다.

"소교주님의 기운이..."

"무서워서 그래요."

소화는 운휘의 귀 가까이에 입을 대고 낮게 속삭였다.

"운휘야. 괜찮아. 유모 여기 있어요. 아무도 아프게 안 해."

"으아..."

울음이 조금 낮아졌다.

소화는 가제 손수건으로 운휘의 눈가를 닦았다. 손끝에 닿은 눈물이 너무 따뜻해서 가슴이 저렸다.

"맑은 물을 가져오세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소화가 고개를 들었다.

"미지근한 맑은 물. 부드러운 천. 깨끗한 대야 두 개. 향 없는 기름 조금. 지금 가져오세요."

상급 보모가 산파를 보았다. 산파는 마공사를 보았다. 마공사는 끊어진 붉은 실을 내려다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호위무사 하나가 결국 밖으로 나갔다.

잠시 뒤 맑은 물이 들어왔다.

소화는 손목 안쪽으로 온도를 확인했다. 조금 뜨거워 찬물을 섞었다. 다시 확인했다. 미지근했다.

"목욕은 싸움이 아니에요."

그녀는 운휘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따뜻해야 하고 천천히 해야 해요."

운휘를 포대기에서 풀자 작은 팔다리가 움찔거렸다. 모두가 숨을 삼켰다. 갓난아기의 손발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작았다. 그런데 그 작은 발끝이 움직일 때마다 바닥의 먼지가 살짝 밀렸다.

소화는 수건으로 아이의 몸을 감싸고 발끝부터 물에 닿게 했다.

"자. 따뜻하지?"

"우..."

운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처음에는 놀란 듯 발가락을 오므렸다. 곧 물결이 발바닥을 간질이자 아주 작게 발을 찼다.

찰박.

검은 목욕방에 어울리지 않는 맑은 소리가 났다.

상급 보모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소교주님께서 물을 밀어내셨다."

"발장구예요."

소화는 곧장 정정했다.

마공사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발끝으로 수기를 가르는 초식인가."

"아닙니다."

소화는 한숨을 삼키고 운휘의 배에 물을 조금씩 끼얹었다. 갑자기 담그면 놀란다. 배와 가슴과 팔을 차례로 적셨다. 목은 끝까지 받쳤다.

운휘의 울음은 멎어 있었다.

작은 입이 오물거렸다. 물이 신기한 듯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였다. 정수리에 뿔처럼 솟았던 머리카락도 젖어 동그랗게 눕기 시작했다.

소화는 손바닥에 향 없는 기름을 아주 조금 묻혔다.

"이제 배를 문질러 줄게요. 꾹 누르는 게 아니라 둥글게."

"마기를 돌리는 것입니까?"

"배앓이를 줄이는 겁니다."

"배앓이..."

"아기가 배가 아프면 웁니다."

너무 당연한 말인데 방 안의 어른들은 깨달음을 들은 얼굴을 했다.

소화는 운휘의 배를 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문질렀다. 작은 배가 숨에 맞춰 오르내렸다. 팔다리도 살살 주물렀다. 굽힌 채 힘이 들어간 손가락을 하나씩 펴 주었다.

"힘 빼도 돼요. 아무도 운휘를 묶지 않아요."

운휘의 손이 스르르 펴졌다.

그 순간 목욕방 바닥에 깔려 있던 눌린 기운이 풀리듯 흩어졌다. 등잔불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은침도 멈췄다.

마공사가 무릎을 꿇었다.

"어떻게..."

소화는 놀라 운휘의 목을 더 단단히 받쳤다.

"왜 그러세요?"

"억지로 봉하지 않았는데 천마기가 순해졌습니다."

"잠이 오는 거예요."

운휘는 정말 졸린 얼굴이었다. 눈꺼풀이 반쯤 내려앉았고 입술에는 젖 냄새가 남아 있었다. 물속에서 발가락만 느리게 꼼지락거렸다.

산파가 욕조의 검은 약탕과 소화 앞의 맑은 물을 번갈아 보았다.

"그럼 마혈초 탕은..."

"오늘은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교의 법도가..."

"교주님께서는 소교주의 울음과 기혈을 안정시키라 하셨습니다. 지금 울음은 멎었고 기운도 가라앉았습니다."

소화는 산파를 똑바로 보았다.

"사흘 동안은 제 방식으로 하겠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제가 책임집니다."

방 안에서 누구도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운휘가 그때 소화의 손가락을 붙잡았다. 젖은 손이라 미끄러워야 하는데 이상하게 꼭 붙어 있었다.

"우모..."

아주 작은 소리였다.

소화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운휘야?"

"우..."

아기는 눈을 감은 채 배시시 웃었다.

목욕방의 험악한 공기가 순식간에 이상해졌다. 호위무사 하나가 고개를 돌렸다. 산파는 입술을 꽉 물었다. 상급 보모는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려다 들킨 사람처럼 헛기침했다.

소화는 어이가 없을 만큼 마음이 풀렸다.

천마가 목욕하다 졸면서 웃고 있었다.

이 모습만 보면 강호를 불태울 악마가 아니라 배부르고 따뜻해서 기분 좋은 갓난아기일 뿐이었다.

소화는 운휘를 맑은 물로 헹군 뒤 부드러운 천으로 감쌌다. 물기를 꾹꾹 눌러 닦고 머리카락도 살살 말렸다. 뿔처럼 서던 머리카락은 보송하게 마르며 다시 살짝 솟았다.

"이건 그냥 머리카락이에요."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소화는 미리 말했다.

마공사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였다.

"연 보모."

"예?"

"방금 펼친 수법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수법이요?"

"온수로 외기를 풀고 손바닥으로 내부의 흐름을 열었습니다. 억압하지 않고 따르게 하였으니 이는 봉인의 상위 경지입니다."

소화는 잠시 말을 잃었다.

"아기 마사지입니다."

마공사의 눈이 깊어졌다.

"아기마사지."

"아니요. 그런 비전명처럼 부르지 마세요."

상급 보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앞으로도 소교주님께 이 아기마사지를 시행하면 되는 것입니까?"

소화는 이마를 짚고 싶었다. 하지만 운휘가 품 안에서 작게 꿈틀대자 손을 내렸다.

"앞으로는 뜨거운 약탕도 차가운 봉인석도 쓰지 않습니다. 먹고 자고 씻는 일부터 편하게 해 주세요. 아기는 편해야 잘 큽니다."

마공사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편해야 잘 큰다."

그 말이 목욕방 벽을 타고 이상한 무게로 퍼졌다.

소화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분명 육아 상식인데 마교 사람들의 얼굴에는 무공 비급을 전수받은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그 오해가 필요했다.

소화는 운휘를 품에 안고 일어섰다.

"소교주님은 이제 주무셔야 합니다."

누구도 길을 막지 않았다.

유아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운휘가 다시 칭얼거렸다. 목욕으로 몸은 풀렸지만 잠들기 직전의 투정이 올라오는 듯했다.

"우... 우..."

"졸리지? 자장가라도 불러 줄까요."

소화는 잠깐 멈칫했다.

전생의 청연문 아이들에게 밤마다 들려주던 노래와 이야기가 떠올랐다. 울던 아이들도 이야기를 들으면 숨을 고르고 눈을 감곤 했다.

검 대신 들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이야기.

소화는 운휘의 볼을 손가락으로 살짝 쓸었다.

"내일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욕심쟁이는 혼나는 이야기."

뒤따르던 호위무사들의 발소리가 동시에 멈췄다.

소화는 돌아보지 않았다. 지금은 아기를 재우는 일이 먼저였다.

하지만 등 뒤에서 누군가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는 들렸다.

"착한 자가 복을 얻고 욕심 많은 자가 벌을 받는다..."

"선악의 인과를 가르치는 비전인가."

소화는 눈을 질끈 감았다.

첫 목욕은 끝났다.

그런데 아무래도 더 큰 오해가 막 시작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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