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를 착하게 키우기로 했습니다

4화: 잠자리의 인과응보
유아전의 등불이 하나씩 낮아졌다.
첫 목욕을 끝낸 백운휘는 보송한 천에 싸여 있었다. 젖었던 머리카락은 정수리에서 다시 살짝 솟았고 붉은 눈동자는 반쯤 감겼다. 누가 보아도 잠이 올 얼굴이었다.
그런데 잠들지는 않았다.
"우... 우..."
연소화는 운휘를 가슴에 기대게 하고 등을 천천히 쓸었다.
"졸리죠. 그런데 자기 싫은 거죠."
갓난아기가 알아들을 리 없었다. 그래도 운휘는 그 목소리에는 반응했다. 찡그린 얼굴이 조금 풀렸다가 다시 울상이 되었다.
문가에서 상급 보모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연 보모. 진정향을 피우면 어떻겠습니까. 아주 약하게 쓰면 소교주님의 잠을 돕습니다."
"향은 피우지 마세요."
"마기를 가라앉히는 향입니다."
"아기 코에는 강합니다. 목욕방에서도 냄새 때문에 놀랐잖아요."
상급 보모가 입을 다물었다.
소화도 자신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는 것을 알았다. 천마신교의 어른들은 그 작은 몸을 너무 큰 법도와 의식으로만 보았다.
소화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침상 옆에는 금빛 부적이 붙은 요람이 있었다. 그 옆에는 은침과 약병이 든 상자가 놓여 있었고 문가에는 호위무사 둘이 검을 찬 채 서 있었다. 목욕방에서 무릎을 꿇었던 마공사도 어느새 따라와 벽 아래에 앉아 있었다.
"부적 상자는 치워 주세요. 약병도요."
상급 보모가 놀라 눈을 들었다.
"아기가 잘 곳 바로 옆에는 두지 마세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둬요."
상급 보모는 곧장 약상자를 두 팔로 들었다.
소화는 호위무사들을 보았다.
"발소리도 줄여 주세요. 아이가 잠들 때는 조용해야 해요."
호위무사 하나가 숨을 삼켰다. 천마신교에서 누가 호위에게 발소리를 줄이라고 명령하겠는가. 하지만 운휘가 다시 칭얼거리자 무사는 반 걸음 뒤로 물러났다.
"우으..."
운휘의 손이 소화의 옷깃을 꼭 붙잡았다.
소화는 그 작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전생의 청연문 아이들도 잠들기 전에는 꼭 무언가를 붙잡았다. 낡은 천 조각이든 소화의 소매든 자기보다 큰 세상에 묶어 둘 끈 하나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아이들은 마지막 밤에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소화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운휘야."
"우..."
"이야기 하나 들려줄게요."
문가의 호위무사들이 동시에 멈췄다. 마공사의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
소화는 못 들은 척했다. 지금은 저 사람들의 오해보다 품 안의 아이가 먼저였다.
"옛날 어느 마을에 형제가 살았어요. 동생은 가난했지만 마음이 착했고 형은 곡식 창고가 가득했지만 욕심이 많았답니다."
운휘의 눈꺼풀이 느리게 깜박였다.
"동생은 겨울에 다친 작은 새를 주웠어요. 자기 밥도 부족했지만 새에게 따뜻한 밥알을 나누어 주고 다친 날개를 천으로 감싸 주었어요."
소화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검술을 가르칠 때처럼 힘을 싣지 않았다. 아이가 숨을 따라올 수 있게 길고 부드럽게 말했다.
운휘의 찡그린 미간이 조금 펴졌다.
마공사가 낮게 중얼거렸다.
"약한 것을 거두는 마음..."
소화는 듣고도 무시했다.
"봄이 오자 새는 날 수 있게 되었어요. 새는 동생에게 씨앗 하나를 물어다 주었지요. 동생은 그 씨앗을 땅에 심고 매일 물을 주었어요. 빨리 자라라고 화내지도 않았어요."
"우..."
운휘의 손가락이 천천히 펴졌다.
소화는 조심스럽게 웃었다.
"그랬더니 커다란 덩굴이 자랐어요. 덩굴 끝에는 둥글고 큰 박이 열렸답니다. 동생은 박을 가르기 전에 이렇게 말했어요. 고마워. 잘 자라 줘서 고마워."
방 안의 공기가 기묘하게 가라앉았다.
상급 보모가 숨을 참았고 호위무사들은 눈도 깜박이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다친 새와 박씨가 그냥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소화는 어쩔 수 없이 계속했다.
"박 속에서는 금은보화가 나왔어요. 하지만 동생은 혼자 다 가지지 않았어요. 배고픈 사람에게 쌀을 나누어 주고 추운 사람에게 옷을 나누어 주었답니다."
운휘의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소화의 가슴이 이상하게 저렸다.
이 아이가 언젠가 강호를 피로 물들일 천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품 안의 아이는 다친 새를 돌보는 대목에서 손을 펴고 웃고 있었다.
호위무사 하나가 아주 낮게 말했다.
"복을 얻고도 탐하지 않는다."
다른 호위가 대답했다.
"그릇이 크다는 뜻이다."
소화가 그쪽을 보자 두 호위가 곧장 입을 다물었다.
"조용히요."
"명 받들겠습니다."
소화는 한숨을 삼키고 다시 운휘를 보았다. 아이의 눈은 거의 감겨 있었다. 이대로 끝내도 될 것 같았지만 이야기는 아직 반만 끝났다.
착한 사람이 복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욕심이 어떤 얼굴이 되는지도 알려 줘야 했다.
물론 갓난아기가 알지는 못하겠지만.
"그런데 형은 동생이 복을 받은 걸 보고 화가 났어요."
운휘의 눈썹이 꿈틀했다.
"형은 자기도 더 큰 보물을 얻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다친 새를 찾아다녔어요. 새를 돕고 싶어서가 아니라 보물을 갖고 싶어서였지요."
마공사의 눈빛이 번뜩였다.
"동기가 삿되면 같은 행위도 독이 된다..."
"기록하지 마세요."
소화가 바로 말했다.
마공사의 손이 소매 안에서 멈췄다.
"아직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생각도 하지 마세요."
"생각은 이미..."
"안 됩니다."
운휘가 작게 칭얼거렸다. 소화는 얼른 등을 토닥였다.
"미안해요. 계속 들려줄게요."
운휘가 다시 조용해졌다.
"형은 일부러 새를 괴롭혔어요. 그리고 돌봐 주는 척했지요. 새가 씨앗을 물어다 주자 형은 빨리 보물을 내놓으라고 땅을 걷어찼어요. 박이 익기도 전에 베어 버렸답니다."
그 순간 운휘의 입술이 삐죽 올라갔다.
방 안에 걸린 부적 하나가 아주 작게 흔들렸다.
호위무사들이 동시에 굳었다.
소화는 운휘를 더 가까이 안았다.
"괜찮아요. 이야기에 나쁜 사람이 나와서 그래요. 무서운 게 아니에요.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예요."
"으..."
"형이 박을 열자 보물은 나오지 않았어요. 대신 먼지와 낡은 돌과 따가운 가시가 쏟아졌어요. 형은 깜짝 놀라 도망쳤지요."
소화는 벌을 세게 말하지 않았다. 너무 무서운 벌은 잠을 깨운다. 중요한 건 겁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알아듣게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형은 깨달았어요. 남을 돕는 척만 해서는 복을 받을 수 없구나. 욕심만 내면 마음도 손도 다 다치는구나."
운휘의 얼굴이 서서히 풀렸다.
"형은 동생에게 가서 미안하다고 말했어요. 동생은 형에게 밥을 나누어 주었고 형은 그 뒤로 조금씩 달라지려고 노력했답니다."
마공사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용서까지 포함되는군요."
"쉿."
소화가 눈으로 경고했다.
마공사는 두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소화는 운휘의 등을 천천히 쓸었다.
"착한 마음은 보물보다 커요. 욕심 많은 마음은 창고보다 작고요. 그러니까 우리 운휘는 배고픈 아이를 보면 나누어 주고 다친 새를 보면 아프지 않게 해 주는 사람이 되자."
"우..."
"그래야 잠도 편하게 와요."
운휘의 손이 소화의 손가락을 감쌌다.
이번에는 힘이 세지 않았다. 그냥 잠든 아이가 붙드는 힘이었다. 붉은 눈동자가 완전히 감기고 작게 벌어진 입에서 고른 숨이 흘러나왔다.
소화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잤다.
마혈초도 봉인석도 진정향도 없이 잠들었다.
그 사실 하나가 목욕방에서 얻은 승리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언젠가 이 아이가 검을 들 날이 온다 해도 오늘 밤의 이야기가 아주 작게라도 남아 있기를 바랐다.
소화가 운휘를 요람에 내려놓으려 하자 작은 손이 다시 움켜쥐었다.
"아직 안 돼?"
아이의 대답은 없었다.
그냥 손만 놓지 않았다.
소화는 결국 침상 곁에 앉아 운휘의 손을 잡은 채 기대었다. 온몸이 늦게서야 피곤을 알아차렸다.
그때 문가에서 호위무사가 무릎을 꿇었다.
"연 보모."
소화는 이를 악물었다.
"작게 말하세요."
"방금 전수하신 이야기는 선악의 인과를 소교주님의 심맥에 새기는 구결입니까?"
"그냥 잠자리 이야기입니다."
호위무사는 진심으로 놀란 얼굴을 했다.
"잠자리에서 인과를 새긴다는 뜻입니까."
"아니요."
상급 보모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착한 동생이 복을 받고 욕심 많은 형이 벌을 받은 뒤 반성하는 구조는 앞으로 매일 시행해야 합니까?"
"아기가 좋아하면 들려주는 거예요."
"소교주님께서 웃으셨습니다."
"그건..."
소화는 반박하려다 멈췄다.
운휘가 웃은 건 맞았다.
마공사가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조금 다가왔다.
"연 보모. 형이 벌을 받은 뒤 바로 참회하게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신교의 율법이라면 사지를 끊고 마혈굴에 넣는 것이 합당합니다."
"아기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마공사가 바로 고개를 박았다.
"소리가 작았습니다."
"내용이 문제예요."
소화는 운휘의 귀를 손바닥으로 살짝 가렸다.
"잘못했으면 혼나야 하지만 반성할 기회도 필요해요. 사과하고 고치면 다시 잘할 수 있어요."
방 안의 모두가 굳었다.
소화는 불길한 침묵을 느꼈다.
호위무사가 중얼거렸다.
"벌보다 반성을 중히 여긴다."
상급 보모가 떨리는 목소리로 받았다.
"공포로 복종시키지 않고 스스로 고치게 한다..."
마공사의 눈빛이 깊어졌다.
"이는 심복을 기르는 제왕의 도리..."
"아닙니다."
소화는 작게 말했다.
"육아입니다."
아무도 믿지 않는 얼굴이었다.
소화는 이제 설명을 포기했다. 대신 운휘의 손을 보았다. 작은 손가락은 아직 그녀의 손가락을 잡고 있었다. 아기의 숨은 고르고 따뜻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오늘 밤 적어도 하나는 확실해졌다. 운휘는 이야기에도 반응했다. 착한 동생이 새를 돌볼 때 웃었고 욕심 많은 형이 새를 괴롭힐 때 싫은 얼굴을 했다.
반복하면 된다.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것처럼 착한 이야기도 매일 조금씩 들려주면 된다.
마공사가 다시 물었다.
"그 이야기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이름이요?"
소화는 잠시 고민했다. 원래 알던 제목을 그대로 말하면 저들이 또 무슨 비전명처럼 새길 것 같았다.
"착한 동생과 욕심 많은 형 이야기입니다."
마공사가 경건하게 고개를 숙였다.
"착한 동생과 욕심 많은 형의 장."
"장 아니에요."
"제 일 장이겠습니까."
"아니라고요."
호위무사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다음 장도 있습니까."
소화는 대답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요람 속 운휘가 잠든 채 손을 허공으로 꼼지락거렸다.
소화는 그 손을 보다가 전생의 아이들이 낡은 그림책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다투던 얼굴을 떠올렸다.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도 그림은 오래 들여다보았다. 운휘도 아직 말은 몰라도 그림은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천마신교에 전래동화책이 있을 리 없었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
소화는 지친 눈으로 방 구석의 빈 종이와 먹통을 보았다.
"내일은 그림을 보여 줄게요."
그 말에 방 안의 어른들이 다시 숨을 삼켰다.
소화는 이번에도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더 큰 오해가 온다.
하지만 품 안의 아이가 편히 자고 있었다.
그거면 오늘 밤은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