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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를 착하게 키우기로 했습니다2화

천마를 착하게 키우기로 했습니다

천마를 착하게 키우기로 했습니다

2화: 교주 앞의 젖병

문밖의 그림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검은 장포 끝이 바닥을 스쳤다. 그뿐인데 무사들의 숨이 한꺼번에 낮아졌다. 산실에 고여 있던 약재 냄새마저 벽 쪽으로 밀려나는 듯했다.

연소화는 잠든 백운휘를 품에 안은 채 이마를 바닥에 댔다.

"네가 그 하급 보모냐."

목소리는 낮았다. 칼을 뽑지 않았는데도 목덜미가 베이는 기분이었다.

"예. 연소화라 합니다."

"소교주의 포대기를 풀고 첫 젖을 바꾸었다지."

"그랬습니다."

호위무사 하나가 이를 악물었다.

"교주님. 즉시 끌어내 참해야 합니다. 소교주님의 옥체에 하급 보모가 감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천마가 손가락을 들었다.

무사는 입을 다물었다. 산실에는 갓난아기의 가느다란 숨소리만 남았다.

소화의 등에 식은땀이 고였다. 하지만 팔은 흔들리지 않았다. 운휘의 목이 꺾이지 않도록 손바닥으로 받치고 등을 제 품에 붙였다.

백천마는 그 작은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고개를 들라."

소화가 고개를 들었다.

교주의 얼굴은 전생에서 보았던 천마 백운휘와 닮아 있었다. 붉은 눈동자. 사람의 숨값을 재는 듯한 차가운 시선.

다만 그 시선의 끝은 소화가 아니라 아기에게 꽂혀 있었다.

"내 아들을 내게 넘겨라."

명령이었다.

소화의 손끝이 굳었다.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곧장 내미는 것도 위험했다. 운휘는 방금 젖을 먹고 겨우 잠들었다.

"교주님. 지금은 막 트림을 끝낸 뒤라 갑자기 자세를 바꾸면 토할 수 있습니다."

방 안이 얼어붙었다.

상급 보모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소화야!"

백천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내 명보다 젖 먹은 뒤의 자세가 중한가."

"소교주님의 숨이 더 중합니다."

말하고 나서야 소화는 자신의 간이 어디까지 부은 것인지 깨달았다.

교주의 손가락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무사들의 검집이 동시에 울었다. 산실 한쪽에 엎드린 산파가 바닥에 이마를 더 세게 눌렀다.

그 순간 운휘가 눈을 떴다.

"으..."

작은 얼굴이 찌푸려졌다. 소화가 놀라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요. 여기 있어요."

운휘는 소화의 옷깃을 찾았다. 손가락이 허공을 휘저었다. 소화가 검지 하나를 내밀자 아기는 곧 붙잡고 울음을 삼켰다.

그 짧은 동안 바닥의 먼지가 동그랗게 밀려나 있었다.

백천마의 눈빛이 달라졌다.

"방금 그 기운."

"놀라서 그런 겁니다."

"갓난아이의 놀람이 산실의 촛불을 꺾는다고?"

소화는 대답하지 못했다. 운휘는 정말 백운휘였다. 아직 이도 나지 않은 입으로 옹알거리는 이 작은 아이 안에 언젠가 강호를 집어삼킬 힘이 있었다.

하지만 소화가 아는 것도 있었다.

그 힘은 지금 배고픔과 불편함과 두려움에 흔들리는 힘이었다. 악의가 아니라 생존 본능이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소화는 입술을 깨물었다.

"소교주님은 강해서 우시는 게 아닙니다. 아직 어려서 우십니다. 배가 고프면 울고 답답하면 울고 품이 바뀌면 놀랍니다."

"그것을 네가 안다?"

"저는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해 왔습니다."

전생의 청연문 아이들이 떠올랐다. 이름을 불러주면 대답하던 아이들. 밤마다 이불을 걷어차고 감기에 걸리던 아이들. 품 안에서 숨이 끊어지던 아이.

소화는 목 안쪽을 꾹 눌렀다.

"아기는 무공보다 먼저 숨 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무사들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천마신교의 소교주 앞에서 무공보다 숨을 먼저 말하는 하급 보모라니.

백천마는 웃지 않았다. 화도 내지 않았다.

"데려가라."

두 무사가 다가왔다.

소화는 저항하지 않았다. 다만 운휘의 몸을 조심스럽게 돌려 안겨 주려 했다. 목을 받치고 배가 눌리지 않게 하려면 천천히 옮겨야 했다.

그러나 운휘가 먼저 울었다.

"응애!"

울음은 짧았다.

대신 방 안의 금빛 부적들이 일제히 흔들렸다. 요람에 매달린 부적 하나가 탁 끊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촛불 심지가 검게 휘었다가 다시 곧아졌다.

무사들이 멈췄다.

운휘의 손은 소화의 검지를 놓지 않았다. 손톱도 없는 작은 손인데 뜻밖에 단단했다.

소화는 급히 얼굴을 낮췄다.

"운휘야. 괜찮아. 유모 여기 있어."

"우..."

아기의 눈가가 젖었다. 소화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 주자 들썩이던 기운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백천마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그림자가 소화와 운휘를 덮었다. 소화는 숨을 참았다. 교주는 손을 뻗어 운휘의 이마 가까이에 가져갔다.

운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손을 보았다.

백천마의 손은 거칠고 컸다. 수많은 검을 부쉈을 손이었다. 그는 아기를 만지지 못하고 허공에서 멈췄다.

"이름을 불렀군."

"예."

"허락한 자가 있었나."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불렀지."

소화는 품 안의 아기를 내려다보았다.

"아기가 자기 이름을 들어야 안심합니다."

"소교주는 천마의 그릇이다."

"그래도 갓난아기입니다."

이번에는 정말 죽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소화는 물러서지 못했다. 운휘의 볼이 다시 소화의 손등에 닿아 있었다. 따뜻하고 말랑한 살결이었다.

백천마는 오래 침묵했다.

"마혈초 첫 젖을 물리지 말라 한 이유는."

"향이 너무 강했습니다. 위가 놀랄 수 있습니다."

"포대기를 느슨하게 맨 이유는."

"가슴이 눌려 숨이 얕아졌습니다. 다리도 너무 곧게 묶으면 관절에 좋지 않습니다."

"네 말은 천마신교 산파들이 모두 틀렸다는 뜻인가."

산파의 어깨가 잘게 떨렸다.

소화는 잠시 눈을 감았다.

여기서 산파를 적으로 돌리면 앞으로가 어렵다. 하지만 틀린 것은 틀렸다.

"소교주님께 맞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백천마의 입가가 아주 희미하게 움직였다.

"말을 고르는구나."

"살고 싶어서입니다."

무사 하나가 헛기침을 삼켰다.

소화는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거짓말로 강한 척할 여유가 없었다.

백천마는 운휘를 보았다.

운휘는 소화의 손가락을 쥔 채 눈꺼풀을 끔뻑이고 있었다. 방금까지 산실을 흔든 아기가 지금은 졸음과 싸우는 작은 생명일 뿐이었다.

"그 아이가 네게만 기운을 낮춘다."

소화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 말을 들은 무사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불경한 하급 보모가 아니라 소교주의 기운을 묶는 이상한 그릇을 보는 눈이었다.

백천마도 같은 의심을 하는 듯했다.

"네가 무슨 술법을 쓴 것이냐."

"아무것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럼 무엇으로 달랬지."

"젖을 먹이고 등을 두드렸습니다."

"그것뿐인가."

"그리고 이름을 불렀습니다."

말이 끝나자 운휘가 작게 입을 열었다.

"우휘..."

옹알이에 가까웠다. 이름을 따라 하려 한 것인지 그냥 숨이 샌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방 안의 사람들은 모두 굳었다.

소화의 심장도 멈출 뻔했다.

"운휘야?"

"으..."

아기가 배시시 웃었다.

살벌한 산실에 이상한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는 눈을 의심했고 누군가는 무릎 꿇은 자세를 더 낮췄다.

백천마는 처음으로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하급 보모 연소화."

"예."

"네 죄는 가볍지 않다."

"압니다."

"그러나 소교주가 너를 붙잡고 있다."

소화는 운휘의 작은 손을 보았다. 놓으려 하면 금세 칭얼거렸다.

"사흘을 주마."

소화가 고개를 들었다.

"사흘 동안 소교주의 울음과 기혈을 안정시켜라. 네 방식이 그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고 증명하면 전담 보모의 자리를 허락하겠다."

"실패하면..."

"네 월권의 죄를 묻겠다."

참하겠다는 말을 굳이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소화는 아기를 더 조심히 안았다. 무서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칼끝 앞에 선 것처럼 막막하지는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분명했기 때문이다.

"명 받들겠습니다."

백천마는 몸을 돌렸다. 무사들이 길을 열었다.

나가기 직전 그가 멈췄다.

"그리고."

소화의 어깨가 굳었다.

"그 아이가 다시 토하지 않게 하라."

방 안의 모두가 눈을 깜빡였다.

소화는 뒤늦게 교주가 아까 그녀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 반드시 그리하겠습니다."

백천마가 산실을 떠났다.

긴장이 풀리자 상급 보모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너는 정말 목숨이 몇 개냐."

"하나예요."

소화는 운휘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그래서 조심히 써야죠."

운휘가 그녀의 품 안에서 작게 하품했다. 정수리의 머리카락이 뿔처럼 살짝 솟았다가 가라앉았다.

소화는 그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눌렀다.

"착하게 자야 해요. 사흘 동안 우리 둘 다 살아야 하니까."

"우..."

대답처럼 들렸다.

아기의 입가에 젖 냄새가 남아 있었다. 소화는 가제 손수건으로 조심히 닦아 주었다. 운휘는 손수건이 간지러운지 코를 찡긋했다.

그 작은 표정에 소화의 마음이 잠깐 풀렸다.

그러나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산파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연 보모. 교주님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새벽 의식은 예정대로 진행해야 합니다."

"새벽 의식이요?"

"마혈초 목욕과 기혈 봉인입니다. 소교주님의 마기를 바로잡는 첫 절차이지요."

소화의 손이 멈췄다.

운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소화의 옷깃을 물고 잠들려 했다.

마혈초 목욕.

기혈 봉인.

이름만 들어도 갓난아기에게 좋을 리가 없었다.

소화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교주는 사흘을 주었다. 하지만 마교식 육아는 새벽도 기다려 주지 않았다.

그녀는 잠든 운휘를 내려다보며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첫밤부터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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