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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를 착하게 키우기로 했습니다1화

천마를 착하게 키우기로 했습니다

천마를 착하게 키우기로 했습니다

시놉시스

천마 백운휘에게 모든 것을 잃고 죽었던 유모 출신 무사 연소화는 백운휘가 태어나던 날의 천마신교에서 눈을 뜬다.

강호의 참극을 막기 위해 요람 앞에서 칼을 든 그녀는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갓난아기를 보고 복수 대신 다른 길을 선택한다.

죽이는 대신 키운다.

그것도 아주 착하게.

1화: 요람 앞의 칼

청연문의 밤은 검붉었다.

불길이 처마를 삼키고 무너진 기둥 사이로 검은 연기가 흘렀다. 연소화는 품에 안은 아이의 입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아이는 울음을 삼키느라 작은 어깨를 떨었다.

"조금만 참아. 숨소리도 내면 안 돼."

그 말은 아이에게 하는 말이면서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소화는 유모로 청연문에 들어왔다. 검을 배운 뒤에도 가장 잘하는 일은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늘 밤에는 아무것도 먹일 수 없었다. 아무도 재울 수 없었다.

문밖에서 누군가 웃었다.

"아직도 살아 있는 숨이 있군."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이가 굳었다. 소화의 손끝도 차갑게 식었다.

강호를 피로 물들인 사내.

정파와 사파를 가리지 않고 짓밟은 괴물.

천마 백운휘.

벽이 소리 없이 갈라졌다. 어둠보다 짙은 기운이 방 안으로 밀려왔다. 소화는 아이를 뒤로 밀어 넣고 떨리는 칼을 들었다.

천마는 그녀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붉은 눈은 모든 것을 지루해하는 사람처럼 식어 있었다.

"치워라."

한마디였다.

칼이 부러졌다. 팔이 꺾였다. 품에서 밀어낸 아이의 숨이 먼저 끊겼다. 소화는 바닥에 엎어진 채 피로 젖은 손을 뻗었다.

손끝이 닿기 전에 세상이 무너졌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목 안으로 피가 차올랐다.

'그 괴물이 태어나기도 전에 막을 텐데.'

마지막 생각은 저주처럼 남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응애애애!"

소화는 아기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천장에는 낡은 서까래 대신 검은 비단 장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향 냄새가 진했고 등잔불은 붉었다. 낯선 여인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소화야! 멍하니 있지 말고 포대기 가져와!"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거칠게 흔들었다.

소화는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팔이 온전했다. 목도 붙어 있었다. 피 냄새 대신 산실의 더운 김과 약재 향이 코끝을 찔렀다.

"여긴..."

"천마맹 산실이지 어디긴 어디야. 소교주님이 태어나셨다!"

그 한마디가 벼락처럼 꽂혔다.

소교주.

천마신교의 후계자.

백운휘.

소화는 숨을 멈췄다. 산실 안쪽에서 아기가 울고 있었다. 아직 강호를 불태우지 않은 괴물. 아직 칼을 들지 않은 재앙. 아직 이름도 제대로 불리지 못하는 갓난아이.

그녀는 허리춤을 더듬었다. 하급 보모들이 쓰는 작은 손칼이 있었다. 약재 끈을 자르고 포대기 실밥을 정리할 때 쓰는 칼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소화는 산실 뒤편으로 걸었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누구도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 보모 하나가 포대기를 찾으러 다니는 모습은 흔했다.

유아전 안쪽은 의외로 조용했다.

요람 하나가 방 중앙에 놓여 있었다. 검은 나무로 만든 요람에는 금빛 부적이 매달려 있었다. 부적은 아기가 울 때마다 가늘게 흔들렸다.

소화는 문을 닫았다.

아기는 주먹을 꼭 쥐고 얼굴이 빨개질 만큼 울고 있었다. 뽀얀 볼살이 눈물로 젖어 있었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소화는 칼을 꺼냈다.

"미안해."

목소리가 갈라졌다.

"네가 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는 건 알아. 그래도 너는..."

말을 끝낼 수 없었다.

아기가 울음을 멈추고 그녀를 보았다. 붉은 눈동자가 등잔불을 받아 반짝였다. 미래의 천마와 같은 색이었다. 그런데 그 눈은 차갑지 않았다.

그저 배고프고 졸리고 낯선 손길이 필요한 아기의 눈이었다.

"아아..."

아기가 팔을 뻗었다. 작은 손이 허공을 헤매다 소화의 손가락을 붙잡았다.

칼끝이 흔들렸다.

손가락을 붙잡은 힘은 너무 약했다. 그런데 놓지 않으려는 의지는 필사적이었다. 아기는 입을 오물거리다 소화의 손등에 볼을 비볐다.

그 순간 소화의 머릿속에 청연문의 아이들이 떠올랐다.

무서워서 울지도 못하던 얼굴. 품에 안겨 숨을 참던 작은 몸. 지키겠다고 말했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아이들.

소화는 이를 악물었다.

"너 때문에..."

아기가 배고픈지 입을 벌렸다.

"너 때문에 다 죽었어."

"응..."

그 소리는 대답이 아니었다. 그저 옹알이에 가까웠다. 그런데 소화의 가슴 한가운데를 찔렀다.

이 아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소화는 칼을 더 높이 들었다. 손목이 떨렸다. 팔이 내려가지 않았다.

아기가 웃었다.

입가에 작은 보조개가 잡혔다. 눈물 젖은 볼이 동그랗게 올라갔다. 세상을 멸망시킬 재앙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고 너무 따뜻했다.

딸랑.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

소화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숨이 터져 나왔다. 울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소리가 목에서 새었다.

"미쳤어. 내가 정말 미쳤어."

아기는 다시 울었다.

이번에는 소화가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재빨리 요람 곁에 무릎을 꿇고 아기의 배를 살폈다. 포대기는 너무 단단했다. 배가 눌려 있었고 젖은 천도 갈지 않아 축축했다.

"이런 식으로 싸매면 숨이 막히잖아!"

문밖의 보모 하나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뭐 하는 거냐? 소교주님의 마기를 잡으려면 단단히 묶어야 한다고 산파님이 명하셨다."

"아기는 마기를 잡기 전에 숨부터 쉬어야 해요."

소화는 포대기를 풀었다. 아기의 작은 팔다리가 버둥거렸다. 순간 방 안의 촛불이 휘청였다. 보모가 비명을 삼켰다.

"소교주님의 기운이!"

"기운이 아니라 답답해서 그러는 거예요. 따뜻한 물수건과 젖병을 가져와요. 당장."

"하급 보모 주제에 명령을..."

소화가 고개를 들었다.

그 눈빛에 보모가 한 걸음 물러섰다. 소화는 자신도 놀랄 만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기가 굶고 있어요."

보모는 결국 뛰어나갔다.

소화는 아기를 조심히 안아 올렸다. 목을 받치고 등을 붙였다. 너무 오랜만에 해 보는 동작인데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자 아기의 울음이 조금 잦아들었다.

"그래. 괜찮아. 숨 쉬어. 천천히."

아기는 딸꾹질을 했다.

소화는 저도 모르게 웃을 뻔했다. 천마가 딸꾹질을 한다니. 그 괴물이 이런 소리를 냈던 시절이 있다니.

잠시 뒤 젖병이 들어왔다. 산양 젖에 약재 냄새가 너무 강했다. 소화는 냄새를 맡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못 먹여요."

"마혈초를 우린 첫 젖이다. 소교주님께 필요한 영약이다."

"신생아에게 이런 독한 걸 먹이면 배탈 납니다."

방 안이 얼어붙었다.

마혈초를 독하다고 말한 하급 보모는 아마 천마신교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하지만 소화는 물러서지 않았다. 전생에 수십 명의 아이를 돌봤다. 피비린내 나는 마교 법도보다 아기의 배앓이가 더 무서웠다.

"맑은 젖. 미지근하게. 약재는 빼고요."

"네가 책임질 거냐?"

"제가 책임집니다."

말하고 나서 소화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래도 물릴 수 없었다. 품 안의 아기가 그녀의 옷깃을 꼭 쥐고 있었다.

새 젖병이 들어왔다. 소화는 손목 안쪽에 몇 방울 떨어뜨려 온도를 확인했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운휘야."

이름을 부르는 순간 가슴이 욱신거렸다.

"먹자."

아기는 젖꼭지를 물었다. 처음엔 서툴렀지만 곧 꿀꺽꿀꺽 삼키기 시작했다. 작은 목울대가 움직였다.

소화는 그 모습을 멍하니 보았다.

미래의 천마를 먹이고 있었다.

죽여야 했던 아이를 살리고 있었다.

방 밖에서는 호위무사들의 발소리가 다가왔다. 누군가 사건을 알린 모양이었다. 하급 보모가 소교주를 제멋대로 안고 젖까지 바꾸었다면 목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았다.

문이 벌컥 열렸다.

"그 아이에게서 떨어져라."

검은 갑주를 입은 무사들이 들이닥쳤다. 소화는 아기를 더 단단히 안았다. 칼을 든 손들이 그녀를 향했다.

그때 아기가 젖병을 놓고 찡그렸다.

"응애!"

짧은 울음이었다.

그런데 무사들이 동시에 멈췄다. 바닥의 먼지가 원형으로 밀려났다. 촛불이 일제히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아기는 소화의 옷깃을 붙든 채 무사들을 노려보는 듯했다.

소화는 식은땀이 흘렀다.

'갓난아기인데 벌써 이 정도라니.'

두려움이 다시 올라왔다. 이 아이는 정말 백운휘였다. 세상을 무너뜨릴 힘이 이미 작은 몸 안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것도 보였다.

그 힘은 소화가 품에서 떨어지려 할 때만 흔들렸다. 아기는 그녀를 잃기 싫어서 울었다.

소화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아기는 품에 안은 채였다.

"저를 처벌하셔도 됩니다."

무사들의 눈썹이 움직였다.

"하지만 소교주님을 굶기거나 아프게 두지는 않겠습니다."

그녀는 바닥에 이마를 숙였다.

"저를 전담 보모로 쓰십시오. 먹이고 씻기고 재우겠습니다. 그리고..."

소화는 잠든 듯 눈을 감는 아기를 내려다보았다.

"바르게 키우겠습니다."

무사 하나가 헛웃음을 흘렸다.

"천마신교의 소교주를 바르게 키우겠다고?"

"예."

소화는 처음으로 망설이지 않았다.

"누구보다 착하게 키우겠습니다."

그 말에 방 안의 공기가 묘하게 흔들렸다. 어떤 이는 미쳤다고 생각했고 어떤 이는 담대하다고 생각했다.

소화는 둘 다 상관없었다.

품 안에서 백운휘가 작게 트림했다.

"끄윽."

살벌한 정적이 깨졌다.

소화는 반사적으로 아기의 등을 두드렸다.

"잘했어요."

아기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그 순간 복수의 칼은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소화의 마음속에 작고 말도 안 되는 계획 하나가 자리를 잡았다.

천마를 죽일 수 없다면.

천마가 되지 않게 키우면 된다.

방 밖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멈췄다. 무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교주님을 뵙습니다."

소화의 등줄기가 차가워졌다.

문밖의 그림자가 천천히 길어졌다. 현 천마신교 교주 백천마가 산실 앞에 도착해 있었다.

소화는 잠든 아기를 품에 안고 숨을 골랐다.

첫 번째 고비는 이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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