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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氣)가 아니라 에너지 보존 법칙입니다만?3화

기(氣)가 아니라 에너지 보존 법칙입니다만?

기(氣)가 아니라 에너지 보존 법칙입니다만?

3화: 새지 않는 숨

백리운은 의방 침상에 등을 붙인 채 한참 눈을 감고 있었다.

명치가 타들어 가던 통증은 사라졌다. 대신 배꼽 아래 한 치쯤 되는 곳에 온기가 고였다. 손톱만 한 숯불 하나를 품은 듯한 미약한 열이었다.

문제는 그 숯불이 숨을 쉴 때마다 흔들린다는 점이었다.

들이마시면 조금 부풀었다. 내쉬면 등줄기를 타고 빠져나가며 옷깃 안쪽에 식은땀이 맺혔다. 다섯 번만 반복해도 열점은 처음보다 옅어졌다.

송 의원은 침을 정리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눈 감고 누워라. 오늘은 물도 조금씩만 마셔야 한다."

"지금 누우면 측정값을 잃습니다."

"측정값보다 네 목숨이 먼저다."

백리운은 대답 대신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아직 떨렸다. 그래도 붓을 쥘 힘은 남아 있었다.

"종이와 붓을 부탁드립니다."

송 의원의 눈가가 꿈틀했다.

"또 계산이냐."

"관통은 끝났습니다. 보존은 아직입니다."

"단전에 기운이 생겼으면 얌전히 운기조식부터 해야지."

"그래서 하는 겁니다. 지금 방식으로 숨을 쉬면 한 호흡마다 잃습니다."

송 의원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백리운의 손목을 다시 짚었다. 미세하던 맥이 들숨마다 빨라졌다가 날숨 끝에 툭 떨어졌다.

노인의 시선이 손목과 백리운의 창백한 얼굴을 오갔다.

"정말 빠져나간다는 거냐?"

"손실됩니다. 몸 안에 남아야 할 열이 등과 목으로 샙니다."

"기운이 열이란 말은 아직 인정 못 한다."

"이름은 나중에 붙이십시오. 우선 나가는 길부터 막아야 합니다."

잠시 뒤 송 의원은 낡은 종이와 붓을 침상 옆에 내려놓았다.

백리운은 종이 위에 짧은 선을 그었다. 첫 줄에는 들숨, 둘째 줄에는 날숨, 셋째 줄에는 맥박 수를 적었다. 글씨는 흔들렸지만 선은 일정했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들이켰다.

하나.

하복부의 열점이 커졌다.

둘.

어깨가 조금 올라갔다. 열이 명치까지 밀려왔다.

셋.

숨을 내쉬자 등골 사이가 서늘해졌다. 열점의 가장자리가 흐트러졌다.

백리운은 마지막 칸에 길게 줄을 그었다.

"들이마실 때 어깨가 올라갑니다."

송 의원이 눈썹을 찌푸렸다.

"숨을 쉬는데 어깨가 움직이는 게 이상하냐?"

"아랫배로 받아야 할 압력을 위쪽 근육이 먼저 잡아먹습니다. 턱도 굳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보지?"

"목이 뜨거워지고 등이 식습니다. 결과가 말해 줍니다."

문밖에서 헛기침 소리가 났다. 조운이 반쯤 열린 문에 기대 서 있었다. 아침부터 의방 근처를 맴돌던 하급 제자 두 명도 그의 뒤에 붙어 있었다.

"열이 빠져나간다니. 이제는 숨 쉬는 법까지 새로 만들겠다고?"

백리운은 종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새로 만드는 게 아닙니다. 낭비를 줄이는 겁니다."

"청운문 운기조식이 낭비라는 말이냐?"

"제 몸에는 그렇습니다."

조운의 입가가 비틀렸다.

"폐급 몸 하나 고쳤다고 감히 문파 심법을 재단해?"

송 의원이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환자 앞이다. 시끄럽게 하지 마라."

"의원님도 보셨잖습니까. 저놈은 침을 놓으며 알 수 없는 말을 했습니다. 이제는 심법까지 바꾸겠다 합니다. 잘못되면 누가 책임집니까?"

그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백리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비교합니다. 같은 몸으로 같은 시간만큼."

그는 송 의원에게 손바닥을 보였다.

"약탕 하나와 찬물에 적신 천이 필요합니다."

"이번엔 또 무엇을 보겠다는 거냐?"

"열이 빠지는 위치입니다. 약탕 김은 공기의 흐름을 보여 줍니다. 찬 천은 어느 곳이 먼저 뜨거워지는지 알려 줍니다."

송 의원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약방 쪽으로 몸을 돌렸다.

조운이 낮게 말했다.

"의원님까지 홀렸군."

"그렇게 생각하면 나가십시오."

백리운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지만 선명했다.

"당신은 내 몸에 손대지 마십시오. 관찰만 하시면 됩니다."

조운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송 의원이 약탕을 들고 돌아오자 그는 문지방에서 물러났다.

김이 얇게 피어오르는 사발이 침상 곁에 놓였다. 송 의원은 찬물에 적신 천을 백리운의 목덜미와 어깨 위에 차례로 올렸다.

"평소 하던 대로 운기해 봐라.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멈춘다."

백리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청운문의 운기조식은 들숨에 기를 끌어모으고 아랫배를 단단히 조여 단전으로 내린다. 그는 백리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첫 구절을 따라 했다.

코로 길게 들이쉬었다.

복부를 조였다.

열점이 순간 밝아졌다.

곧바로 명치가 쿡 꺾였다.

어깨 위의 찬 천이 빠르게 미지근해졌다. 약탕의 김이 그의 턱과 귓불 쪽으로 휘어 올라갔다. 목덜미에 땀이 맺히자 하복부의 열점은 움츠러들었다.

백리운은 이를 악물고 손을 들었다.

"멈춥니다."

송 의원이 즉시 손목을 짚었다.

"맥이 뜬다."

"압력을 너무 빨리 올렸습니다."

"내공은 원래 모아서 내리는 것이다."

"모으기 전에 새는 길을 닫아야 합니다. 빈 독에 물부터 붓는 꼴입니다."

조운이 코웃음을 쳤다.

"기운을 모으지 말라니. 그게 무슨 심법이냐?"

백리운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명치 안쪽에 다시 얇은 통증이 생겼다. 방금 한 번의 실수로 열점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조급해지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는 종이에 네 개의 칸을 그렸다.

먼저 비운다.

그다음 푼다.

그 뒤에 짧게 받는다.

마지막으로 자리를 잡는다.

"송 의원님. 제 맥이 날숨 끝에서 가장 고르다고 하셨죠?"

"그렇다."

"그때가 기준입니다. 들숨으로 억지로 누르지 않겠습니다. 날숨을 먼저 길게 빼겠습니다."

"기를 밖으로 내보내겠다는 말이냐?"

"공기만 내보냅니다. 어깨와 턱이 힘을 먹지 않게 하려는 겁니다."

백리운은 손끝으로 턱 아래를 가볍게 눌렀다. 이를 맞물고 있던 힘이 조금 풀렸다. 이어 어깨를 침상 쪽으로 가라앉혔다.

"몸이 밀폐된 상자는 아닙니다. 완전히 막으면 터집니다. 다만 출구를 정해야 합니다."

송 의원은 찬 천을 다시 적셨다. 이번에는 목이 아니라 백리운의 등 중앙에 올렸다.

"어디가 뜨거워지는지 보겠다."

"좋습니다. 세 번만 합니다. 세 번째에도 맥이 흐트러지면 중단하죠."

그 제한은 송 의원을 움직이게 했다. 노인은 백리운의 손목에 두 손가락을 얹고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호흡.

백리운은 입술을 조금 벌리고 길게 숨을 내보냈다. 억지로 끝까지 비우지 않았다. 몸이 스스로 멈추려는 지점에서 멈췄다.

턱을 풀었다.

어깨를 내렸다.

그 뒤 코로 짧게 공기를 들였다. 하복부가 아주 조금 부풀자 그는 배에 힘을 주는 대신 그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열점은 커지지 않았다. 그러나 흐트러지지도 않았다.

송 의원의 손끝이 움직였다.

"날뛰지 않는다."

두 번째 호흡.

등의 찬 천이 조금 미지근해졌다. 하지만 목덜미는 여전히 차가웠다. 약탕의 김도 턱 위로 치솟지 않고 사발 가장자리에서 천천히 흩어졌다.

백리운은 종이 한쪽에 작은 점을 찍었다.

"열이 위로 안 샙니다."

조운이 문밖에서 팔짱을 꼈다.

"겨우 숨 두 번 쉰 걸로 뭘 안다는 거냐."

"두 번 모두 같은 결과면 우연일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말장난하지 마라."

"그럼 세 번째를 보십시오."

세 번째 호흡에 들어가기 직전 백리운의 손이 멈췄다. 하복부의 열점 가장자리가 다시 흔들렸다. 욕심내어 더 받으면 명치로 치밀 것이 분명했다.

그는 짧은 들숨을 더 짧게 잘랐다.

송 의원이 숨을 삼켰다.

"왜 줄였지?"

"저장량보다 안정성이 먼저입니다."

에너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백리운의 몸은 들어온 것보다 흩어지는 것이 많았다. 열이 되어 땀으로 빠지고 어깨의 긴장에 소모되며 엉킨 흐름을 밀어내는 데 탕진됐다.

그러니 해야 할 일도 명확했다.

더 크게 끌어모으는 게 아니다.

새는 양부터 줄인다.

그는 마지막 날숨을 조용히 내보냈다. 몸의 힘을 풀고 짧게 들이쉬었다. 하복부에 시선을 모았다.

열점은 손톱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줄어들지 않았다.

송 의원의 손가락이 멈췄다.

"맥이... 고르다."

백리운은 천천히 눈을 떴다.

명치의 통증은 없었다. 등도 식지 않았다. 몸속에 새로 생긴 작은 온기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단한 공력은 아니었다. 검 한 번 휘두를 만큼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남았다.

그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이게 첫 순서입니다."

송 의원이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날숨. 이완. 짧은 들숨. 하복부에 머무르게 한다."

"억지로 누르지 않는 게 핵심입니다."

"운기조식이라 부를 수는 있겠구나."

백리운은 작게 웃었다.

"아직 임시방편입니다. 제 몸에만 맞춘 저손실 순환법이죠."

문밖이 조용해졌다.

조운은 백리운의 종이와 안정된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눈에 떠오른 것은 납득이 아니었다. 자기가 믿던 기준이 흔들릴 때 생기는 불쾌한 공포였다.

그는 검집을 움켜쥐었다.

"문파 심법을 멋대로 고쳤으니 이 일은 장로님께 말씀드리겠다."

송 의원이 눈을 부릅떴다.

"조운."

그러나 조운은 이미 돌아섰다.

백리운은 붙잡지 않았다. 하복부의 열점은 아직 너무 작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에 쓸 숨이 아니었다.

그는 종이의 네 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손실률을 재고 줄일 것.

문밖으로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다음 실험은 혼자 할 수 없게 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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