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기(氣)가 아니라 에너지 보존 법칙입니다만?4화

기(氣)가 아니라 에너지 보존 법칙입니다만?

기(氣)가 아니라 에너지 보존 법칙입니다만?

4화: 무게는 스스로 넘어진다

의방 문이 열리기도 전에 발소리가 들렸다.

한 사람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나무 마루를 여러 켤레의 신발이 일부러 크게 밟고 있었다.

백리운은 침상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배꼽 아래의 열점은 손톱만 한 크기로 남아 있었다. 아까보다 고르기는 했지만 조금만 긴장해도 가장자리가 흔들렸다.

송 의원이 약첩을 묶던 손을 멈췄다.

"누웠다 하지 않았느냐."

"소음의 진행 방향이 이쪽입니다. 누워 있어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맨 앞에는 조운이 있었다. 그 뒤로 하급 제자 네 명이 줄지어 섰다. 가장 덩치 큰 진택은 팔짱을 낀 채 방 안을 둘러보았다.

"백리운."

조운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네가 청운문의 운기법을 함부로 뜯어고쳤다는 말을 들었다. 의원님을 속여 사술을 행한 것도 사실이냐?"

"틀린 순서로 호흡하면 몸이 아파진다는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감히 심법을 틀렸다고 단정해?"

백리운은 조운의 얼굴을 잠시 살폈다. 화난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시선은 자꾸 뒤에 선 제자들에게 갔다.

진위를 묻는 자리가 아니었다. 조운은 구경꾼 앞에서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답을 원했다.

"내 방법을 당신에게 가르친 적은 없습니다. 그러니 폐기할 것도 없습니다."

"말장난하지 마라. 네가 여기서 이상한 숨법을 보인 뒤로 놈들이 술렁이고 있다."

"사람들이 술렁인다고 내 호흡이 잘못되는 건 아닙니다."

조운의 관자놀이가 움찔했다.

송 의원이 앞으로 나섰다.

"환자에게 무슨 짓이냐. 당장 나가라."

"의원님께서는 물러나십시오. 문파의 법도가 걸린 일입니다."

"법도는 환자를 떼로 몰아붙이라는 뜻이 아니다."

조운은 대꾸하지 않았다. 진택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조 사형. 말로는 끝이 안 납니다. 저 폐급이 정말 뭔가 배운 게 있다면 손으로 보여 주라 하십시오."

백리운은 한숨을 삼켰다. 열점이 미세하게 떨렸다.

지금 여기서 실랑이를 길게 하면 손실만 늘어난다. 의방 안에서 밀치고 당기다 약장이 넘어지면 송 의원만 곤란해진다.

"연무장으로 갑시다."

송 의원이 고개를 돌렸다.

"안 된다. 네 맥이 겨우 가라앉았어."

"검을 잡지 않겠습니다. 세 걸음 이상 뛰지도 않겠습니다."

"그 약속이 무슨 소용이냐?"

"조건을 정하면 측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조건이 너무 나쁩니다."

송 의원은 이를 악물었다. 한참 뒤 침통을 허리에 찼다.

"내가 옆에 선다. 맥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끝이다."

"합리적입니다."

연무장에는 이미 제자들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 조운의 말을 듣고 사람을 불러 모은 모양이었다.

백리운은 흙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단단히 다져진 땅이었다. 젖은 곳도 없고 돌출된 돌도 없었다. 미끄러질 변수는 적었다.

조운이 팔을 뻗었다.

"이제 네 사술을 보여 봐라."

"사술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냐?"

"사람이 밀면 그 몸이 어느 방향으로 기우는지 보는 일입니다."

웃음이 터졌다.

진택이 앞으로 나왔다. 백리운보다 머리 하나는 컸다. 두꺼운 손이 허리춤에 놓였다.

"내가 손 하나로 널 눕히겠다. 버틸 수 있으면 네 말부터 들어 보지."

송 의원이 백리운의 소매를 붙잡았다.

"그만둬라."

백리운은 진택의 발을 봤다. 오른발이 앞이었다. 발끝은 바깥으로 벌어졌고 몸은 이미 앞으로 쏠려 있었다. 팔을 뻗는 순간 어깨와 손목은 곧게 이어질 것이다.

힘은 크다.

하지만 한 줄이다.

"제 손목을 잡으십시오."

진택이 피식 웃었다.

"네가 고르라며."

손이 날아왔다. 진택은 백리운의 오른손목을 움켜잡고 그대로 아래로 눌렀다.

백리운은 맞잡지 않았다. 손목이 끌려가는 대로 반걸음 앞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진택의 엄지 뿌리 옆을 손가락 두 개로 짧게 밀었다.

강하게 누르지 않았다. 팔꿈치가 바깥으로 펴져 어깨가 지탱할 수 없는 각도만 만들었다.

동시에 백리운은 왼발을 진택의 오른발 바깥으로 옮겼다. 진택이 밀어 넣은 힘은 백리운의 몸을 지나갈 길을 잃었다. 어깨가 발끝보다 먼저 앞으로 나갔다.

"어?"

진택이 급히 팔을 당겼다.

그러나 그의 무게는 이미 발끝 앞으로 넘어가 있었다. 당긴 힘은 백리운에게 닿지 못하고 자기 팔꿈치와 허리에 걸렸다.

백리운은 손가락을 떼며 옆으로 비켰다.

진택의 무릎이 흙바닥을 찍었다.

쿵.

연무장이 조용해졌다.

진택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멍하니 자기 손을 보았다.

"내가... 미끄러졌나?"

"아닙니다."

백리운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가슴이 조금 뛰었지만 열점은 아직 남아 있었다. 힘을 맞받지 않았으니 소비도 작았다.

"당신이 저를 누르려 할 때 몸무게까지 같이 밀었습니다. 저는 그 선에서 비켰습니다."

"손가락으로 뭘 했지?"

"팔꿈치가 접힌 채 버티지 못하게 방향을 바꿨습니다. 힘을 뺏은 게 아닙니다. 당신 힘이 갈 곳을 바꾼 겁니다."

제자 하나가 중얼거렸다.

"그래도 진택 사형이 무릎을 꿇었잖아."

조운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헛소리다. 진택이 중심을 놓친 것뿐이야."

진택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일어나려다 백리운의 발자국을 보았다. 자기 오른발 바깥에 찍힌 얕은 자국 하나가 선명했다.

조운은 그 흔적을 밟아 지웠다.

"내가 해 보지."

송 의원이 팔을 벌렸다.

"조운. 검집에서 손 떼라."

조운의 손은 어느새 허리의 검집을 쥐고 있었다. 그는 검을 빼지 않았다. 대신 검집째로 백리운의 가슴을 밀어붙일 자세를 잡았다.

"칼은 안 뺀다. 이 정도도 못 견디면 네가 떠든 말이 다 허튼소리겠지."

송 의원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가슴을 밀면 갈비뼈가 상한다. 당장 물러서라."

"어깨를 노리십시오."

백리운이 말했다.

"명령하지 마라."

조운이 돌진했다.

그는 진택보다 빨랐다. 앞발이 땅을 박차고 어깨가 낮아졌다. 검집 끝은 백리운의 왼가슴으로 곧장 향했다.

백리운은 숨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목과 어깨가 굳고 열점이 위로 샌다.

그는 날숨을 반 박자 내보냈다.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 검집이 스치게 두었다. 왼손으로 검집 끝을 아래로 눌렀다.

조운의 팔은 아래로 꺾였다. 하지만 조운의 몸은 여전히 앞으로 달려왔다.

백리운은 조운의 팔꿈치 위를 짧게 밀었다. 밀어낸 것이 아니었다. 조운이 검집을 되찾으려 당기는 방향에 작은 기울기를 얹었다.

앞으로 가던 몸과 뒤로 당기려는 팔이 서로 엇갈렸다.

조운의 허리가 돌아갔다.

"윽!"

그는 반 바퀴를 돌며 등을 흙바닥에 박았다. 검집이 손에서 튕겨 나가 두 번 굴렀다.

송 의원이 숨을 들이켰다.

백리운은 한 걸음 물러났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복부 열점은 작아졌지만 꺼지지 않았다.

조운이 벌떡 일어났다. 얼굴에는 먼지가 묻어 있었다.

"사술을 썼다!"

"아니요."

"내가 네게 밀렸다고?"

"당신은 제게 밀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밀어 넣은 힘과 되돌리려 한 힘이 충돌했습니다. 그 사이에서 몸이 돌았을 뿐입니다."

"입 다물어!"

조운이 다시 검집을 집으려 했다. 송 의원이 먼저 그 앞을 막았다.

"끝이다."

"의원님도 봤잖습니까. 저놈이 손 하나로 사람을 날렸습니다."

"날린 적 없다. 네가 바닥에 닿기 전 저 애가 네 팔을 놓는 것도 봤다."

조운의 입술이 굳었다.

백리운은 땅 위에 검집으로 선을 하나 그었다.

"사술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다시 하면 됩니다."

제자들의 시선이 모였다.

"진택 사형. 아까처럼 제 손목을 잡으십시오. 이번에는 여기서 출발하고 여기까지만 밀어 오세요."

그는 발자국 옆에 짧은 선을 그었다. 구경하던 제자 하나를 가리켰다.

"당신은 제 발을 보십시오. 제가 선 밖으로 나가는지 보세요."

진택은 조운을 한 번 보고 백리운을 한 번 보았다.

"또 무릎 꿇으라는 거냐?"

"아닙니다. 이번에는 멈추는 법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진택이 조심스럽게 손목을 잡았다. 백리운은 그의 팔꿈치 방향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힘이 이쪽으로 들어옵니다. 발은 저기 있습니다. 둘이 같은 줄에 있으면 당신은 버팁니다. 팔을 꺾어 잡아당기면 어깨가 앞으로 나가고 발은 뒤에 남습니다. 그때 넘어집니다."

"그럼 어떻게 하지?"

"밀다가 이상하면 더 세게 당기지 마십시오. 발부터 옮기십시오."

진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천천히 밀었다.

백리운이 옆으로 비키자 진택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그는 본능처럼 팔을 당기려 했다.

"발."

백리운의 한마디에 진택은 오른발을 반걸음 내디뎠다.

몸이 멈췄다.

진택의 눈이 커졌다.

"안 넘어지네."

"발이 무게를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아까는..."

"당신이 더 빨랐고 화가 나 있었습니다. 몸이 먼저 나가면 발이 따라오지 못합니다."

연무장에 있던 누군가가 낮게 웃었다. 비웃음이 아니었다. 납득할 때 나오는 짧은 숨이었다.

조운은 그 소리를 들었다. 그의 얼굴이 굳었다.

"그래도 청운문 무공은 아니다."

"맞습니다. 아직 무공도 아닙니다."

백리운은 송 의원 쪽을 보았다. 노인은 그의 손목을 잡아 맥을 확인했다. 걱정스러운 눈이었다.

"사람이 자기 무게를 어떻게 쓰는지 본 것뿐입니다. 검을 쥐기 전에도 필요한 일입니다."

조운은 이를 악물었다.

"장로님께 가겠다. 네가 심법을 비웃고 제자들을 홀린 일을 장로님 앞에서 따지겠다."

"가십시오."

"뭐?"

"장로님이 오시면 말이 아니라 같은 일을 보여 드리면 됩니다."

조운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검집을 주워 들고 연무장 밖으로 나갔다. 뒤따르던 제자 둘은 발을 떼지 못했다.

백리운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무릎이 늦게 떨렸다.

송 의원이 곧장 그의 팔을 붙잡았다.

"이제 끝이다. 의방으로 돌아가라."

"동의합니다. 오늘 열점은 충분히 썼습니다."

그가 몸을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연무장 위쪽 돌계단에서 박수 소리가 한 번 울렸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박수였다.

제자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백리운도 고개를 들었다.

푸른 도포를 입은 청년이 계단 난간에 기대 서 있었다. 잘 정돈된 옷차림과 곧은 자세가 이곳의 하급 제자들과 달랐다.

백리운의 기억이 그 얼굴을 먼저 알아보았다.

백리향.

청운문의 소문주이자 이복형이었다.

그가 백리운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네가 방금 쓴 것은 어느 사부에게 배운 것이냐?"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