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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氣)가 아니라 에너지 보존 법칙입니다만?2화

기(氣)가 아니라 에너지 보존 법칙입니다만?

기(氣)가 아니라 에너지 보존 법칙입니다만?

2화: 막힌 관의 압력차

금침 끝은 새벽빛을 받아 차갑게 빛났다.

백리운은 연무장 가장자리의 낮은 돌 위에 앉아 흙바닥에 그린 선을 내려다보았다. 심장. 폐. 명치. 하복부. 통증이 솟는 곳과 열이 고이는 곳을 잇자 낡은 무공 도해가 아니라 유로 회로에 가까운 그림이 됐다.

송 의원은 침통을 쥔 채 한숨을 삼켰다.

"이건 치료가 아니다."

"맞습니다. 진단을 겸한 유량 측정입니다."

"네 몸으로 그걸 하겠다는 말이냐?"

"다른 표본이 없습니다."

둘러선 하급 제자들이 수군거렸다. 조운이라는 청년은 검집 끝으로 바닥을 툭툭 쳤다. 조금 전 밀침을 흘려보낸 일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얼굴이었다.

"폐급이 의원님을 부려먹는구나. 금침이라도 망가지면 네가 갚을 수 있겠냐?"

백리운은 조운을 보지 않았다. 말을 섞는 시간도 손실이었다.

"송 의원님. 손목 맥보다 명치 아래 박동을 보십시오. 들숨 때 통증이 커지고 날숨 때 줄어듭니다. 단순히 막힌 관이라면 압력은 한쪽에 계속 쌓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건 주기적으로 밀렸다가 되돌아옵니다."

송 의원의 손끝이 백리운의 명치 아래로 옮겨졌다. 노인의 세 손가락이 피부 위를 아주 천천히 눌렀다.

그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되돌아온다는 건?"

"역류입니다. 세 갈래 흐름이 같은 길에서 부딪치는 겁니다. 한곳을 억지로 뚫으면 파열합니다. 순서를 맞춰 압력차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혈을 물길처럼 말하는구나."

"물길보다 더 까다롭습니다. 뜨겁고 점성이 있고 박동까지 있으니까요."

송 의원의 표정이 더 구겨졌다.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의술의 습관과 저 괴상한 논리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눈가에서 부딪쳤다.

결국 그는 금침을 들어 올렸다.

"어디냐."

백리운은 흙바닥의 선 하나를 짚었다.

"여기. 명치 아래에서 손가락 두 마디 아래입니다. 깊이는 얕게. 막힌 곳을 찌르는 게 아니라 옆길의 압력을 먼저 빼야 합니다."

"혈명도 모르는 놈이 침 깊이를 지시해?"

"혈명이 아니라 좌표가 중요합니다."

첫 침이 살을 뚫었다.

가느다란 통증이 들어온 뒤 곧바로 열이 솟구쳤다. 명치 안쪽에 뭉쳐 있던 뜨거운 덩어리가 목으로 치밀었다. 백리운은 이를 악물었다.

연무장의 나무 기둥이 흔들려 보였다. 귀 안에서는 물 끓는 소리 같은 것이 났다. 폐가 눌리고 혀끝에서 쇠 맛이 번졌다.

송 의원이 낮게 외쳤다.

"맥이 뛴다. 빼겠다."

"아직 아닙니다."

"이러다 쓰러진다."

"쓰러지는 게 아니라 압력이 이동하는 겁니다."

백리운은 날숨을 길게 뺐다. 폐에서 공기를 밀어내자 명치의 열이 조금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곧 왼팔 쪽으로 샜다. 손끝이 저리고 손톱 밑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그는 왼손 엄지로 팔꿈치 안쪽을 눌렀다.

"여기 흐름을 막으세요. 완전히 막지 말고 절반만."

"무슨 소리냐."

"밸브입니다. 역류량을 줄여야 합니다."

송 의원은 욕을 삼키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정확히 움직였다. 노인의 손가락이 팔꿈치 안쪽을 눌렀다.

저림이 줄었다.

백리운은 눈을 가늘게 떴다.

좋다. 압력 반응이 있다.

이 세계의 기혈은 허상이 아니었다. 다만 사람들은 이름을 붙인 뒤 설명을 멈췄다.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 재지 않았고 막힌다고 느끼면 힘으로 밀었다.

그 결과가 백리운의 몸이었다.

"두 번째 침."

"위치는?"

"하복부 왼쪽. 뜨거운 곳이 아니라 차가운 곳입니다."

송 의원의 눈썹이 치켜올랐다.

"병든 곳을 두고 멀쩡한 곳을 찌르라고?"

"높은 압력 지점을 찌르면 터집니다. 낮은 압력 지점에 통로를 만들면 흐름이 그쪽으로 당겨집니다."

"말은 그럴듯하구나."

"몸이 증명할 겁니다."

두 번째 침이 들어갔다.

이번에는 통증이 늦게 왔다. 먼저 찾아온 것은 이상한 서늘함이었다. 하복부 왼쪽에 작은 구멍이 생긴 것처럼 차가운 감각이 열을 끌어당겼다.

명치의 압력이 흔들렸다.

백리운은 박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들숨에 밀리고 날숨에 내려간다. 심박 세 번마다 역류한다. 두 흐름은 서로 박자가 맞지 않았다. 하나는 폐의 움직임을 따라 올라오고 다른 하나는 심장 박동을 따라 옆으로 튀었다.

그 사이에 남는 열이 살을 태우고 있었다.

"세 갈래가 서로 반대 박자로 움직입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

"아픕니다."

송 의원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를 보았다.

"통증을 셈하느냐?"

"계측기가 없을 때는 감각을 씁니다."

그때 조운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만하십시오. 저놈 헛소리에 의원님까지 휘말렸습니다. 문파 연무장에서 사술을 벌이다 사람이 죽으면 누가 책임집니까?"

그의 손이 침통을 향했다. 명분은 그럴듯했다. 눈빛은 분노로 탁했다.

송 의원이 막으려 했지만 늦었다.

백리운은 몸을 크게 움직일 수 없었다. 침 두 개가 꽂힌 몸에서 허리를 비틀면 흐름이 찢어진다.

그래서 팔만 움직였다.

조운의 손목이 침통을 잡기 직전 백리운의 손가락이 그의 엄지 뿌리를 눌렀다. 힘을 맞받지 않았다. 손목이 꺾이는 방향과 팔꿈치가 버티는 방향 사이에 작은 틈을 만들었다.

조운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악!"

침통은 송 의원의 손안에 그대로 남았다. 조운은 자기 손목을 붙잡고 물러났다.

백리운은 숨을 삼켰다. 그 짧은 움직임으로 명치 안의 열이 크게 흔들렸다. 목까지 치밀던 압력이 하복부 쪽으로 쓸려 내려갔다.

위험했다.

동시에 기회였다.

흔들린 압력은 한순간 세 갈래 흐름을 같은 방향으로 밀었다. 꼬인 실타래가 아주 짧게 풀린 것 같았다.

"세 번째."

송 의원이 눈을 크게 떴다.

"지금?"

"지금입니다. 아니면 다시 꼬입니다."

"어디냐."

백리운은 배꼽 아래를 짚었다.

"가운데. 깊게 넣지 마십시오. 관통이 목적이 아니라 기준점을 만드는 겁니다."

"기준점?"

"흐름이 돌아갈 저장점입니다."

송 의원의 손이 빨라졌다. 세 번째 금침이 들어갔다.

백리운의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

열이 한꺼번에 꺼지는 느낌이 왔다. 아니었다. 꺼진 것이 아니었다. 흩어지던 열이 방향을 얻고 아래로 말려 들어갔다. 명치의 뜨거운 통증이 좁은 실처럼 가늘어져 하복부 중심으로 흘렀다.

그는 날숨 끝에서 호흡을 멈췄다.

몸 안쪽 어딘가에서 아주 작은 문이 열렸다.

소리도 빛도 없었다.

다만 압력이 사라졌다.

백리운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송 의원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맥이..."

노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는 백리운의 손목을 다시 짚었다. 세 손가락의 압력이 조금씩 바뀌었다. 잠시 뒤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고르다."

주변 제자들이 웅성거렸다.

"뭐가 고르다는 겁니까?"

"맥이 안정됐다는 뜻이냐?"

조운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아직 손목을 감싼 채 백리운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에는 분노보다 당혹이 컸다.

백리운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하복부 안쪽에 작은 열점이 있었다. 방금 전까지 살을 태우던 열과 달랐다. 흩어지지 않았다. 새지 않았다. 아주 작지만 일정한 밀도로 머물러 있었다.

이 세계 사람들은 그것을 단전이라 부를 것이다.

그에게는 저장소였다.

"막힌 게 아니었습니다."

송 의원은 침을 뽑지 않은 채 물었다.

"그럼 무엇이었느냐."

"흐름의 위상이 어긋났습니다. 압력이 서로를 밀어내며 열로 새고 있었습니다. 내력이 없는 게 아니라 계속 낭비되고 있었던 겁니다."

"낭비?"

"예. 최악의 설계입니다."

송 의원은 한동안 말을 잃었다.

백리운은 겨우 웃었다. 온몸이 땀에 젖었고 손가락 끝은 떨렸다. 그래도 통증은 사라지고 있었다.

대신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하복부의 작은 열점은 숨을 들이쉴 때마다 조금씩 흔들렸다. 내버려 두면 다시 새어 나갈 것이다. 보존 장치가 없었다.

"종이와 붓이 필요합니다."

송 의원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상황에서 또 무엇을 하려고?"

"운기조식법을 수정해야 합니다."

"네 몸을 방금 뚫어 놓고 바로 수련하겠다는 말이냐?"

"수련이 아닙니다. 손실률 계산입니다."

백리운은 하복부의 열점을 느끼며 숨을 천천히 골랐다.

"들어온 에너지를 저장했으면 이제 새지 않게 해야죠."

연무장에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조금 전까지 조롱하던 제자들 중 누구도 그를 폐급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 침묵이 가장 정확한 측정값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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