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8화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8화: 거울 뒤의 시선

과방을 나선 이후로 도윤은 어떻게 자취방까지 걸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가짜 도윤의 섬뜩한 얼굴로 보이는 착각 속에서, 그는 거의 기다시피 해 302호 현관문 앞에 섰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띠리릭 하는 익숙한 도어락 해제음이 울렸다.

방 안으로 들어선 도윤은 현관문을 닫고 쇠 잠금장치 두 개를 걸어 잠근 뒤, 등에 문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좁고 어두운 원룸. 언제나 안식을 주던 낡은 자취방이었지만, 지금은 사방이 꽉 막힌 거대한 콘크리트 감옥처럼 느껴졌다.

도윤은 벽면의 전등 스위치를 올렸다. 형광등이 몇 번 지직거리더니 이내 백색광을 뿜어냈다. 방 안은 도윤이 나가기 전과 다름없이 고요했다. 하지만 도윤의 예민한 신경은 즉각 방 안의 미세한 위화감을 포착했다.

무언가 달라졌다.

도윤은 개인주의적인 성격만큼이나 물건의 배치에 결벽증에 가까운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책상 위의 전공 서적 높이, 필기구의 정렬 방향, 심지어 모니터 옆에 놓인 종이컵의 각도까지 그에게는 정형화된 위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책상 위에 엎질러져 방치해 두었던 다 마신 종이컵의 손잡이 방향이 180도 반대로 돌아가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침대 머리맡에 깔아둔 이불의 주름 모양이 평소 도윤이 개어두는 방식과 달랐고, 무엇보다 벽면 중앙에 걸려 있던 다이소제 원형 거울이 비스듬하게 옆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누군가 방에 침입한 것이 분명했다.

도윤은 황급히 현관문으로 달려가 도어락을 검사했다. 외부에서 강제로 뜯어내거나 파손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다는 뜻이다.

'비밀번호를 안 건가? 어떻게?'

아니, 비밀번호를 알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저쪽 차원의 가짜 도윤 역시 이 방의 오리지널 주인이었다. 그곳에서의 도어락 비밀번호가 이쪽과 동일했다면, 그에게 도윤의 자취방은 열쇠가 없는 열린 공간이나 다름없었다.

도윤은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 내리는 듯한 공포를 느끼며 방 한가운데에 우뚝 섰다.

가짜는 이 방에 들어왔었다.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들어와서 도윤의 이불을 만지고, 도윤의 책상을 만지고, 도윤의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윤의 옷을 꺼내 입고 나가 대학가에서 깽판을 치고 다녔던 것이다.

"여기 있어…… 어딘가에 숨어 있는 거야?"

도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허공에 외쳤다. 옷장을 벌컥 열어젖히고 침대 밑을 손전등으로 비추었지만, 물리적인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지독한 긴장감 속에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도윤은 땀과 붉은 진흙 냄새를 씻어내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좁은 화장실 겸 욕실.

도윤은 세면대에 물을 틀고 차가운 물로 거칠게 세수를 했다. 얼굴에 닿는 찬물이 일시적으로 흥분된 뇌를 식혀주는 듯했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세면대 위에 걸린 직사각형 욕실 거울 속의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도윤은 순간 숨을 멈췄다.

거울 속의 '나'는 자신과 완벽하게 똑같이 서 있었다. 젖은 앞머리, 충혈된 두 눈, 창백한 안색까지 모두 동일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거울에 비친 상이 미세하게 비틀려 있었다. 마치 물속에 잠긴 물체를 보는 것처럼, 테두리 부분이 0.01%의 굴절 오차를 일으키며 찌그러져 굴절되고 있었다. 거울 면 자체가 빛을 정상적으로 반사하지 못하고, 시공간 왜곡 필터를 거친 듯 일렁였다.

도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거울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얼굴과 거울 면의 거리는 불과 10센티미터.

그때, 도윤의 등줄기를 타고 생전 느껴본 적 없는 원초적인 전율이 일어났다.

눈을 깜빡였다.

자신이 눈꺼풀을 닫았다가 뜬 찰나의 순간.

거울 속의 '나'는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거울 속의 상은 도윤이 눈을 뜬 지 약 0.1초 정도의 아주 미세한 시차를 두고 뒤늦게 눈을 깜빡였다. 인공지능 영상 통화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딜레이(Delay)처럼, 반사된 상의 반응 속도가 실제 물리 법칙을 이탈해 있었다.

도윤은 숨을 들이쉬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거울 속의 나는 즉각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거울 속의 사내는 오히려 거울 면에 바짝 얼굴을 대고, 진짜 도윤을 향해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거울 표면의 유리 안쪽에서 지직거리는 전자기 스파크 소리가 미세하게 울렸다. 거울 유리가 반사경이 아니라, 반대편 차원과 연결된 투명한 창문(Windows)처럼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거울 너머에 있는 존재.

그것은 거울에 비친 도윤의 상이 아니었다. 거울 면 바로 뒤, 0.01% 어긋난 반대편 차원의 욕실에 서서 진짜 도윤을 소름 끼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짜 임도윤이었다.

그는 거울 유리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현실의 도윤의 거울 위로, 보이지 않는 반대편의 손자국이 유리를 꾹 누르는 듯한 압력이 가해지며 뽀얗게 서린 김 위에 손자국 모양이 기이하게 생겨났다.

동시에, 욕실 구석에 있는 작은 불투명 유리창 너머에서 기괴한 긁는 소리가 들렸다.

스르륵…… 스르륵.

그 유리창은 원룸 건물의 외벽에 붙어 있는 창문이었다. 3층 높이의 벽면이기에 사람이 서 있을 수 없는 허공의 위치였다. 하지만 불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빗물에 젖은 거대한 사람의 실루엣이 유리창을 손바닥으로 슬며시 쓸어내리는 윤곽이 어렴풋이 투영되었다.

두 개의 시선이 도윤을 덮쳤다.

거울 뒤의 나, 그리고 공중에 뜬 화장실 창문 너머의 검은 그림자.

"으아아아악-!"

도윤은 비명을 지르며 욕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욕실 문을 거칠게 닫아걸고 침대 위로 굴러떨어졌다. 온몸이 사정없이 굳어 고통스러울 정도로 숨이 가빴다.

욕실 안에서는 거울 유리를 툭, 툭, 하고 손가락 끝으로 두드리는 날카로운 타격음이 벽을 타고 방 안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똑. 똑. 똑.

마치 들어오게 해달라고 노크를 하는 것처럼.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