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48화: 닫히는 문
차원의 균열이 흔적도 없이 닫히고, 옥상 바닥이 정상적인 콘크리트 타일로 복구되었을 때, 옥상 방화문이 거칠게 부서지며 수십 명의 무장 경찰과 기동대원들이 옥상으로 들이닥쳤다.
"용의자 임도윤! 꼼짝 마! 무기 버리고 엎드려!"
형사들의 전등 불빛과 총구가 옥상 한가운데 쓰러져 숨을 헐떡이는 도윤을 향해 일제히 조준되었다. 도윤은 찢어지고 피 묻은 가짜의 올리브색 맥코트를 걸친 채, 빗물 고인 바닥에 멍하니 주저앉아 있었다.
"총 내려! 쏘지 마!"
최 경위가 황급히 앞질러 달려와 진짜 도윤의 몸을 자신의 남색 방수 점퍼로 감싸 안으며 형사들을 막아섰다.
"과장님, 상황 끝났습니다. 이 친구는 범인이 아닙니다! 진짜 흉악범은 저 벼랑 너머로 사출되어 사라졌습니다!"
"최진혁 경위! 너 미쳤어? 눈앞의 저놈이 연쇄살인 흉기를 매트리스에 숨겨둔 피의자 임도윤이잖아!"
진입한 수사과장이 소리를 질렀지만, 최 경위는 흔들림 없는 형사의 매서운 눈빛으로 과장과 본서 형사들을 쏘아보았다.
"사건의 진짜 내막은 강력3팀이 증명합니다. 저 피의자 임도윤은 사기 대출을 당하고 삶을 탈취당할 뻔한 피해자일 뿐입니다. 진짜 살인마는 조교 김지훈과 사기 브로커 최만수를 죽이고 이 친구에게 누명을 씌운 뒤, 스스로 빗속의 소용돌이 속으로 추락해 시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최 경위는 도윤이 미리 복원해 두었던 가짜 도윤의 'Beta 차원 백업 드라이브 오디오 기록'과 살인 실험 일지 데이터를 본서 수사대에 공식 증거물로 제출했다.
비록 '평행 우주'와 '차원 이동 장치'라는 초자연적인 전말을 대중과 언론에 공식 공표할 수는 없었지만, 제출된 가짜의 기괴한 살인 자백 음성과 위조된 지문 궤적 분석 자료는 진짜 임도윤의 결백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CCTV 속 폭행 용의자 임도윤의 미세한 걸음걸이 불일치, 그리고 진짜 도윤의 완벽한 자취방 IP 컴퓨터 알리바이 패러독스가 맞물려, 법적 사법 체계는 진짜 임도윤을 용의 선상에서 완전히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은 의문의 '도플갱어 모방 살인마의 엽기 살인 및 도주 실종 사건'으로 종결 처리가 진행되었다.
도윤은 형사들의 경호 아래 담요를 두른 채 옥상을 내려왔다.
민아는 그의 곁을 지키며 다친 팔뚝과 뺨의 자상을 손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눌러 지혈해 주었다.
"다 끝났어, 도윤아. 넌 이제 살인마가 아니야."
민아의 다정한 속삭임이 빗소리를 뚫고 도윤의 귓가에 따뜻하게 감겨왔다.
본서로 향하는 경찰차 안에서, 도윤은 창밖으로 멀어지는 제3공학관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찢어졌던 시공간의 문은 닫혔고, 침입자는 영원히 다른 세계의 진공 속으로 사출되어 가두어졌다.
비록 대학 졸업 작품은 파괴되었고 대성전자 인턴십의 꿈도 산산조각 났지만, 도윤의 마음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완전한 해방감과 안도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무겁고 어두웠던 문을 제 손으로 완전히 닫아건 채, 진짜 자신의 삶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