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46화: 좌표 왜곡
가짜 도윤이 암흑의 틈새 속으로 빨려 들어갔지만, 옥상의 균열은 닫히지 않았다.
오히려 틈새의 경계선(Event Horizon) 부근에서 공간 왜곡 노이즈가 지직거리며, 가짜 도윤의 피투성이 손가락과 올리브색 옷자락의 상이 0.01%의 굴절 오차를 일으키며 겹쳐진 환영처럼 어른거렸다. 그는 차원의 인력에 걸려 완전히 사출되지 못한 채, 틈새의 입구에 걸쳐 마지막 단말마의 손길을 이쪽 차원을 향해 뻗고 있었다.
게다가 싱크로 장치가 뿜어내는 테라헤르츠 대역의 전자기 폭주는 더욱 심해져, 옥상의 시공간 균열은 캠퍼스를 넘어 마포구 대학가 전역으로 서서히 확장될 조짐을 보였다.
"도윤아! 이대로 두면 공간 장벽이 완전히 찢어져!"
민아가 소리쳤다.
도윤은 피가 흐르는 팔을 쥐고 진흙탕 바닥을 기어 싱크로 장치 앞으로 다가갔다.
수동 다이얼은 이미 가열되어 녹아붙어 있었지만, 기계 내부의 논리 회로는 아직 작동하고 있었다. 도윤이 잡혔던 그 공포의 제거 부대 'Gamma' 차원의 신호(DIM_INDEX: 1.0002)와 가짜의 1.0001 채널이 이쪽 세계의 1.0000 채널과 삼각형 형태로 맞물려 공명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주파수 자체를 붕괴시켜야 해. 이 결합 선을 강제로 왜곡해서 게이트의 척력을 유도하는 거야."
도윤은 니퍼의 뾰족한 끝을 싱크로 기판의 양자 위상 제어 칩셋 단자 사이로 강제로 찔러 넣었다.
강력한 전자기 스파크가 그의 손끝을 태우며 지독한 전기 냄새를 풍겼다. 도윤은 아픔을 참으며 칩셋의 리셋 핀과 고주파 접지 라인을 접합시켜 쇼트를 유도했다.
OLED 디스플레이의 수치들이 미친 듯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 DIM_INDEX ALTERATION ACTIVE ]
[ FREQUENCY SHIFT: MAX VALUE OVER ]
[ PHASE MODULATION: 180 DEGREE (REPULSIVE FORCE) ]
도윤은 기계의 주파수 대역을 존재할 수 없는 극단적인 왜곡 지수, 즉 위상차 180도 반전 상태로 변조했다.
이것은 게이트의 작동 원리를 작용 반작용의 반대 방향으로 비트는, 강력한 전자기적 '척력(Repulsive Force) 펄스'를 유도하는 공학적 트릭이었다.
파지직! 콰아아앙-!
싱크로 장치에서 푸른 번개가 척력파가 되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벼랑 끝의 검은 암흑의 틈새가 뒤집히며, 빨아들이던 흡입력을 멈추고 반대로 틈새 내부의 모든 이물질을 바깥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 강렬한 위상 왜곡 펄스에 직격당한 가짜 도윤의 실루엣은, 소름 끼치는 비명소리와 함께 이쪽 차원과의 결합력이 강제로 박리당하며 Beta 차원 너머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진공과 절대 영도의 깊은 차원의 틈새로 완전히 사출되어 튕겨 나갔다.
- 으아아아아아악-!
가짜의 마지막 단말마가 주파수 왜곡 노이즈 속에서 완전히 찢겨 사라졌다.
동시에, 척력 펄스가 균열의 입구 부분을 강하게 짓누르며 쩍 갈라졌던 옥상 바닥의 시공간 틈새가 지익지익 소리를 내며 서서히 봉합되기 시작했다.
하늘을 가르고 있던 두 차원의 데칼코마니 하늘(검은 먹구름과 자줏빛 대기) 역시 척력파의 파동에 밀려 서서히 경계선을 허물며, 붉은빛이 걷히고 원래의 비 내리는 밤하늘로 복구되어 가고 있었다.
도윤은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며 완전히 소모되어 꺼진 싱크로 장치를 껴안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
"끝났어…… 진짜로 끝난 거야……."
도윤의 목소리가 젖은 흙바닥에 흐려졌다. 좌표의 극단 왜곡은 차원의 경계를 닫아걸었고, 침입자의 도주로는 완전히 봉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