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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너머의 침입자45화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45화: 나를 죽이는 나

"임도윤! 넌 내 도플갱어야! 내 지옥을 네가 대신 짊어져야 해!"

가짜 도윤의 광포한 절규가 귀를 찢는 진공의 흡입음 사이로 터져 나왔.

그의 몸뚱이는 이미 절반 이상이 검은 차원의 틈새 속으로 빨려 들어가 분자 단위로 조각나 흩어지고 있었지만, 진짜 도윤의 손목을 감아쥔 그의 왼손 아귀힘만큼은 쇠 집게처럼 견고했다. 그 무게와 인력이 도윤의 몸을 틈새 입구로 거침없이 끌어당겼다.

도윤의 무릎이 아스팔트 바닥을 쓸며 쓸려나갔고, 바지가 찢어져 무릎 뼈가 드러났다.

벼랑 끝의 어둠이 도윤의 안경 유리에 푸른 인광으로 길게 반사되었다. 한 걸음만 더 끌려가면 소멸이었다.

순간, 도윤의 머릿속에 소심하고 비겁했던 과거의 자신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학창 시절 일진들에게 돈을 빼앗겨도 말 한마디 못 하던 나약함, 랩실에서 조교와 교수의 무리한 요구에 그저 고개를 숙이던 무기력함, 평생을 흙수저라는 굴레 속에 갇혀 도망칠 궁리만 하던 아웃사이더 임도윤.

가짜의 말대로, 그는 언제나 도망치기만 하던 비겁한 '껍데기'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도윤은 고개를 들어 옥상 난간 구석의 철 배관을 꽉 쥔 채 자신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고 있는 민아의 맑은 눈동자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만성 신부전증으로 투석실에 누워 아들의 안부를 걱정하던 다정한 부모님의 주름진 얼굴이 뇌리를 쳤다.

자신이 여기서 비겁하게 휩쓸려 사라진다면, 그 소중한 사람들의 삶은 이 살인귀에 의해 참혹하게 도살되고 유린당할 터였다.

그가 지켜야 할 일상은 가짜가 비웃는 나약한 온실이 아니었다. 그것은 임도윤이라는 인간의 본질이자, 그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수호해야 할 가장 위대하고 따뜻한 우주였다.

"난…… 도망치지 않아!"

도윤의 내면에서 잠자고 있던 날것의 야성이 분노와 결의로 완전히 깨어났다.

그는 바닥의 붉은 진흙탕 속을 더듬던 왼손으로, 가짜가 아까 떨어뜨렸던 날카로운 펜치(니퍼) 조각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벼랑 끝에 매달려 자신을 잡아당기던 가짜 도윤의 피 묻은 손목 관절을 향해 펜치를 거칠게 내리찍었다.

퍽!

"아아악!"

가짜 도윤이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며 손목의 아귀힘을 일순간 늦추었다.

도윤은 그 짧은 찰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짜의 어깨 위로 기어올라가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거칠게 날렸다.

퍽! 퍽!

소심했던 임도윤이 쥐어짜 낸 평생의 첫 주먹질이었다. 가짜의 안경 유리가 완전히 산산조각 나며 그의 얼굴이 붉은 피와 진흙으로 뭉개졌다.

"이게 진짜 임도윤의 힘이다, 이 기생충 같은 새끼야!"

도윤이 소리치며, 두 사람의 몸을 얽어 매고 있던 싱크로 장치의 구리 연결 배선줄을 향해 손에 쥔 니퍼 날을 가져다 대었다.

서걱! 서걱!

강한 자기장 불꽃이 튀며 가짜와 진짜의 물리적 경계를 잇고 있던 마지막 전선 가닥이 완전히 끊어져 나갔다.

"안 돼! 임도윤!"

가짜의 마지막 발악적인 비명과 함께, 가짜 도윤의 몸뚱이는 틈새의 거대한 인력에 휘말려 암흑의 구멍 속으로 사정없이 빨려 들어갔다. 그의 올리브색 옷자락과 살인마의 붉은 미소는, 차원의 문 너머 절대적인 소멸의 무(無)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으아아앗!"

연결선이 끊어지는 반동으로 도윤 역시 뒤로 튕겨 나갔다.

벼랑의 흡입력에 빨려 들어갈 찰나, 민아가 뻗은 따뜻하고 강한 손이 도윤의 흙투성이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잡았어! 도윤아!"

민아의 외침과 함께 도윤은 벼랑의 아가리 바로 문턱에서 극적으로 바닥 위로 끌어 올려졌다.
진짜 도윤이 나약한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자신의 소중한 세계를 지켜낸 위대한 승리의 피날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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