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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너머의 침입자44화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44화: 차원의 틈새

스스로 붕괴하는 장치의 비명 소리가 옥상 전체를 뒤흔들었다.

가짜 도윤이 총상을 입고 바닥으로 구르는 순간, 옥상 중앙에 방치되어 있던 오리지널 싱크로 장치의 콘덴서 팩이 한계 온도를 초과하며 강렬한 백색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폭발은 화염을 동반하지 않았다. 대신, 기계가 놓여 있던 옥상 바닥 중앙의 공간이 마치 검은색 잉크를 뿌린 것처럼 빛조차 흡수하는 완전한 무(無)의 공간, 즉 '암흑의 틈새(Void)'로 쩍 찢어져 나갔다.

그 틈새가 벌어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처음에는 손바닥만 했던 검은 구멍이 순식간에 직경 수 미터 크기로 확장되며, 지구상의 그 어떤 태풍보다 강력한 물리적 중력 흡입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우웅-!

"으아아악! 꽉 잡아!"

최 경위가 고함을 지르며 옥상 방화문의 두꺼운 철제 문틀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사복 형사들도 서로의 허리띠를 잡고 방화문 안쪽 복도로 필사적으로 몸을 피했다.

옥상 위에 설치되어 있던 거대한 전력 안테나와 철제 피뢰침, 난간의 무거운 대리석 파편들이 쩍 쩍 뜯겨 나가며 그 검은 틈새 속으로 맹렬하게 빨려 들어가 분쇄되었다. 하늘에서 내리던 장대비마저 틈새의 거대한 나선형 흡입 기류에 휘말려 검은 구멍 속으로 강제로 소용돌이치며 빨려 들어갔다.

민아는 옥상 가장자리의 철제 가스 배관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쥐며 간신히 공중에 뜬 채 버티고 있었다.

"도윤아! 내 손 잡아!"

민아가 외쳤지만, 도윤의 상황은 더욱 절박했다.

도윤은 바닥의 기둥 배선을 붙들며 버티려 했으나, 벼랑 난간 끝에 쓰러져 있던 가짜 도윤이 총상을 입은 몸으로 사정없이 암흑의 틈새로 끌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가짜의 발끝과 어깨가 검은 구멍의 촉수 같은 중력장에 물리적으로 닿는 순간, 그의 올리브색 옷자락이 분자 단위로 지직거리며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가짜 도윤이 눈에 핏대를 세우며 최후의 발악을 감행했다.

그는 틈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손에 걸린 싱크로 장치의 구리 연결 배선 가닥을 강하게 쥐었고, 그 전선줄은 진짜 도윤의 가방 및 손목 배선에 단단히 얽혀 있었다.

가짜가 틈새의 중력에 끌려 들어가는 무게와 흡입력이 전선줄을 타고 진짜 도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진짜 도윤의 몸이 가벼운 종이 인형처럼 아스팔트 바닥을 쓸며 그 검은 균열의 아가리를 향해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안 돼! 도윤아!"

민아가 비명을 질렀지만, 틈새의 엄청난 진공 흡입력 때문에 도윤에게 다가갈 방법이 없었다.

도윤의 운동화 끝이 쩍 찢어지며 검은 틈새의 가장자리에 도달했다. 그 틈새 속으로 비치는 것은 별빛조차 존재하지 않는, 절대적인 소멸의 암흑뿐이었다.

가짜 도윤은 미친 듯이 웃으며 진짜 도윤의 옷깃과 연결선을 더욱 강하게 감아쥐었다.

도윤은 벼랑 끝의 균열에 온몸의 세포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얽혀 있는 전선줄을 끊어내기 위해 주머니 속의 펜치를 필사적으로 찾았다.

문은 완전히 찢어졌고, 벼랑 끝의 어둠은 두 도윤의 존재 전체를 통째로 삼켜버리기 위해 광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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