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43화: 최 경위의 결단
피지직, 툭.
옥상을 가득 채우고 있던 푸른 전자기 전류 아크가 순간적인 전압 변동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사그라들었다.
그 찰나의 틈을 타, 최 경위는 방화문을 밀치며 옥상 콘크리트 바닥 위로 굴러 들어왔다. 빗물에 젖은 권총 총구를 꽉 쥐고 일어선 그의 눈앞에, 생전 처음 보는 기괴하고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두 명의 임도윤이 빗물이 고인 붉은 진흙탕 바닥에서 엉겨 붙어 뒹굴고 있었다.
격렬한 몸싸움으로 인해 두 사람 모두 셔츠가 갈기갈기 찢겨 나가 맨살이 드러나 있었고, 온몸에 진흙과 붉은 피가 범벅이 되어 있어 외관상으로는 둘을 구분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했다.
최 경위는 총구를 겨눈 채 흔들렸다.
"그만해! 둘 다 떨어져!"
최 경위가 빗속에서 소리쳤으나, 바닥의 두 사내는 목을 조르고 주먹을 휘두르며 멈추지 않았다.
그때, 바닥에 깔려 있던 한 사내가 고개를 들며 최 경위를 향해 필사적으로 외쳤다.
"반장님! 저놈을 쏘세요! 제가 진짜 임도윤이에요! 저놈이 저를 습격해서 옷을 빼앗아 입고 시약실에 가둬둔 살인마라고요!"
동시에 그 위의 사내도 똑같이 찌그러진 안경을 너머로 핏발 선 눈을 부릅뜨며 비명을 질렀다.
"거짓말입니다, 경위님! 제가 진짜 도윤입니다! 저놈이 제 자취방에서 옷을 훔쳐 입고 저를 연쇄살인범으로 모함한 가짜예요! 저놈이 조교 지훈 형을 죽인 흉악범이라고요!"
최 경위의 권총 총구가 두 명의 임도윤을 번갈아 조준하며 사정없이 흔들렸다.
목소리의 성대 주파수도, 단어의 억양도, 심지어 절박하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과 지문까지 완벽하게 일치하는 두 사내. 만약 여기서 총탄을 잘못 발사하여 진짜 도윤을 죽인다면, 진실은 영원히 묻히고 이 세상은 살인귀 가짜의 손에 넘어가 파멸하게 된다.
"반장님……."
뒤에서 달려온 사복 형사들도 총을 쥔 채 다리가 풀려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최 경위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식은땀이 빗물과 함께 안면을 가렸다. 20년 형사 생활 동안 수많은 결단의 순간을 거쳤지만, 이번만큼 자신의 격발 한 발에 우주적인 재앙과 인간의 존엄성이 통째로 걸려 있는 순간은 없었다.
그때, 최 경위의 뇌리 속에 형사 특유의 촉과 단서들이 번개처럼 교차했다.
'가짜는 도윤의 뇌와 기억을 폰으로 복제했으나, 도윤이 지닌 본질적인 인간성까지는 복제하지 못했어.'
최 경위는 총구를 한쪽 사내의 이마로 고정하며, 빗속에서 나지막하게 물었다.
"임도윤. 새벽에 네가 민아의 폰으로 가짜와 통화했을 때, 가짜 놈이 제안한 그 '밤의 거래'의 진짜 목적이 뭐였지?"
바닥에 누워 있던 사내가 다급하게 외쳤다.
"저를 Beta 차원의 지옥으로 추방해 버리고, 자신은 진짜 임도윤으로 안착해 부모님의 수수료와 일상을 강탈하려는 기만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거래에 응하는 척하며 이 새벽 2시의 동조 시간대를 노려 역공을 짠 겁니다!"
반면, 위에 올라타 있던 사내는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 그건 저를 사지로 몰아넣고 기계를 빼앗기 위한……."
최 경위의 안광이 살기 어린 확신으로 좁혀졌다.
진짜 도윤은 가짜의 위선을 깨부수고 세상을 구하겠다는 명확한 공학적 작전 개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가짜 도윤은 그 순간의 심리적 타협과 기만에만 집중했기에, 진짜 도윤이 지닌 맹목적인 희생과 저항의 본질적인 인과관계를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게다가 진짜 도윤의 왼쪽 귀 뒤편에는 전산실을 탈출할 때 철제 배수관 배관에 긁려 피가 엉겨 붙은 신선한 찰과상 상처가 남아 있었다. 반면 가짜 도윤의 옷을 빼앗아 입은 몸에는 그런 긁힌 흉터가 없었다.
"결정했다."
최 경위의 방아쇠를 쥔 검지손가락이 굳건하게 당겨졌다.
탕-!
폭우를 뚫고 두 번째 총성이 울려 퍼졌고, 위에 올라타 있던 가짜 도윤의 어깨(또는 허벅지)에 탄환이 정확히 박혔다.
"아아악!"
가짜 도윤이 비명을 지르며 진짜 도윤의 위에서 튕겨 나가 진흙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최 경위는 주저 없이 진짜 도윤을 향해 손을 뻗어 일으켰다.
"일어나라, 임도윤. 넌 흉악범이 아니다."
도윤은 최 경위의 억센 손을 잡고 일어나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형사의 위대한 촉과 결단이, 파멸하기 직전의 진짜 도윤을 극적으로 지옥의 늪에서 건져 올린 역사적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