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42화: 혼돈의 밤
탕-!
옥상 방화문 틈새를 찢고 격렬한 화염과 함께 마침내 총성이 터져 나왔다.
최 경위가 쏜 구경 38구경 권총 탄환이 빗속을 뚫고 날아가, 가짜 도윤의 오른쪽 칼을 쥔 어깨관절을 정확히 관통했다.
퍽!
"으아아악!"
가짜 도윤이 비명을 지르며 쥐고 있던 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 반동으로 가짜는 잡고 있던 민아의 멱살을 놓치며 뒤로 크게 비틀거렸다. 민아는 대리석 바닥을 굴러 도윤이 서 있는 안쪽 안전지대로 가까스로 피신했다.
"민아야! 괜찮아?!"
"난 괜찮아! 도윤아, 조심해!"
그 순간, 하늘의 소용돌이치던 붉은 자줏빛 대기와 검은 먹구름이 맞물려 기이한 차원 간 대방전 현상을 일으켰다.
콰콰콰쾅-!
일반적인 벼락이 아니었다. 푸른색과 자줏빛이 소용돌이치는 기이한 전자기 뇌우가 옥상 중앙의 피뢰침과 헬름홀츠 중계 코일 안테나를 직격했다.
파지직! 콰아아악!
순간 옥상 바닥 전체가 그물망 같은 푸른 전류 아크로 뒤덮였다. 강렬한 척력이 사방으로 뿜어지며 옥상 방화문을 열고 진입하려던 최 경위와 형사들은 강한 전자기 반발력에 밀려 문안으로 다시 나자빠졌다.
"젠장! 자기장 때문에 문을 넘어갈 수가 없어!"
최 경위의 외침이 무전기를 통해 지직거리는 노이즈로 흩어졌다.
이제 옥상 한가운데는 완벽한 물리 법칙의 아수라장이었다. 빗방울들은 중력을 잃고 허공으로 역류하여 수직으로 솟구쳤고, 옥상 바닥의 갈라진 틈새로는 저쪽 차원의 붉은 진흙과 말라붙은 시멘트 더미들이 지진처럼 스며 나와 겹쳐졌다.
그 붕괴하는 시공간의 한복판, 뇌우와 불꽃이 춤추는 혼돈의 밤 아래에서 두 명의 임도윤이 최후의 혈투를 시작했다.
가짜 도윤은 총 맞은 오른쪽 어깨에서 뿜어 나오는 피를 움켜쥔 채, 왼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워 들고 미친 야수처럼 도윤을 향해 돌진했다.
"임도윤! 너와 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이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져야 해!"
"내가 만든 재앙이다! 내 손으로 끝내겠어!"
도윤은 싱크로 기계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빗물과 진흙 범벅이 된 손으로 쇠 파이프를 고쳐 잡았다.
가짜의 칼날이 도윤의 뺨과 어깨를 가차 없이 베어 가며 날아들었다. 도윤은 쇠 파이프를 방패막이 삼아 칼날을 막아내었으나, 칼끝이 그의 팔뚝을 깊게 긁어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 나왔다.
챙! 카강!
날카로운 마찰음과 스파크가 폭우와 전자기 뇌우 속에서 춤추듯 사방으로 튀었다.
도윤은 어깨의 격통을 잊은 채, 가짜의 빈틈을 노려 쇠 파이프로 그의 다리를 쳐서 넘어뜨렸다.
두 사내는 차원의 균열 벼랑 바로 앞, 붉은 진흙탕 바닥에서 서로 엉겨 붙어 굴렀다.
주먹이 얼굴을 갈기고, 손톱이 살점을 찢는 처절하고도 원초적인 육탄전.
가짜는 부상당한 어깨에도 불구하고 살인귀 특유의 독기로 도윤의 목을 꽉 졸라왔고, 도윤은 숨이 막혀 시야가 붉게 물들어가는 속에서도 가짜의 피 묻은 안경을 벗겨 바닥에 던져 깨뜨려 버렸다.
깨진 안경 유리가 진흙 속에서 푸른 번개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두 명의 임도윤은 시공간 틈새의 강한 흡입력이 자신들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벼랑 끝에서, 목숨을 건 마지막 숨결을 들이쉬며 처절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물리 법칙이 붕괴하는 혼돈의 밤 한복판에서,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완전히 불태워버릴 결전은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