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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너머의 침입자40화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40화: 벼랑 끝의 민아

시공간의 일렁임이 마침내 임계 온도에 다다른 듯, 4층 복도의 기하학적 미로가 거대한 포효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도윤은 눈을 찔러오는 강력한 자기장 광선 속에서 비틀거리며 제3공학관 옥상 철문을 박차고 나갔다. 빗줄기는 옥상의 옥외 난간을 사정없이 두들기고 있었고, 머리 위의 하늘은 검은색과 붉은 자줏빛으로 반이 갈라진 채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 옥상 난간 바로 앞, 두 차원의 대기가 만나며 공간이 칼로 벤 것처럼 쩍 찢어진 거대한 '시공간의 벼랑'이 아지랑이를 내뿜으며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그 틈새 속으로 빨려 들어간 빗방울들이 분자 단위로 분쇄되어 푸른 불꽃으로 산화되는 광경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벼랑 끝 난간 바로 앞에, 강민아가 서 있었다.

그녀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서슬 퍼런 칼날을 겨누고 있는 사내.

도윤의 깨끗한 셔츠를 입고, 이마에서 붉은 피를 흘리며 광기 어린 눈빛으로 웃고 있는 가짜 도윤이었다. 가짜는 도윤을 감금하고 탈출했을 때, 도윤의 신분으로 로비에 접근해 민아를 기습적으로 다시 낚아채 이 옥상 벼랑 끝으로 끌고 올라왔던 것이다.

"민아야!"

도윤이 싱크로 장치를 껴안은 채 울부짖었다.

"도윤아! 오지 마! 저 자식 말 듣지 마!"

민아는 옥상 난간 벼랑 끝의 소용돌이치는 흡입력 때문에 머리카락이 허공으로 휘날리는 가운데에서도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가짜 도윤은 민아의 경동맥에 칼날을 더욱 바짝 대었다. 얇은 살갗이 베이며 붉은 피 한 줄기가 그녀의 하얀 목덜미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멈춰라, 오리지널."

가짜의 목소리가 뇌우 소리를 뚫고 광포하게 울렸다.

"품에 안고 있는 그 싱크로 장치와 랩실의 헬름홀츠 코일 설정값을 즉시 초기화해라. 그리고 차원 좌표를 내 세계인 1.0001에 고정해라. 그렇지 않으면 이 계집을 이 차원의 균열 벼랑 너머로 밀어 넣어버리겠다."

가짜의 협박은 단순한 기만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벼랑 끝에 몰린 야수였고, 자신이 살아서 건너가지 못한다면 민아도 진짜 도윤도 함께 이 차원의 틈새 속으로 끌고 들어가 소멸시킬 준비가 되어 있었다.

"좌표를 동조시키면 넌 민아를 풀어줄 생각이 없잖아! 우리 모두를 죽이고 내 삶을 탈취하려는 거잖아!"

도윤이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가짜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지금 기계를 끄거나 내 요구를 거절하면, 이 계집은 당장 3초 안에 이 차원의 분쇄기 속으로 굴러떨어진다. 1초, 2초……."

가짜 도윤은 난간 바깥쪽의 아지랑이 틈새 속으로 민아의 몸을 억지로 기울였다.

민아의 발끝이 옥상 바닥을 이탈하며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소용돌이치는 중력 흡입력이 그녀의 몸을 거세게 잡아당겼다.

"안 돼! 멈춰! 하라는 대로 할게!"

도윤은 무릎을 꿇듯 주저앉으며 울부짖었다.

품에 안긴 싱크로 장치의 붉은 액정은 폭주의 막바지 단계(99.9%)를 향해 가고 있었다. 기계의 제어판을 초기화하는 순간, 가짜는 완벽한 게이트를 획득해 이쪽 차원으로 안전하게 이주하게 되고, 자신과 민아는 저 살인마의 손에 사냥당해 시체로 버려질 위기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민아를 인질로 잡은 벼랑 끝의 가짜와, 기계를 움켜쥔 진짜 도윤의 눈빛이 소용돌이치는 뇌우 아래에서 사정없이 맞부딪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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