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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너머의 침입자38화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38화: 거울 전쟁

파지직-!

순간적으로 지하실의 중력 붕괴가 격렬한 백색광의 파동을 뿜어내며 모든 시야를 지워버렸다.

도윤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지하실이 아닌 한서대 제3공학관 4층 복도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사방의 복도는 비정상적이었다. 오른쪽 복도가 기이하게 90도로 꺾여 위쪽 천장으로 이어져 있었고, 계단들은 위아래의 중력이 뒤바뀐 채 에셔(Escher)의 그림처럼 무한히 루프를 돌며 맞물려 있었다.

싱크로 기계의 폭주가 만들어낸 초차원적 기하학 미로였다.

최 경위와 민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이 비틀린 차원의 거울 미로 속에, 진짜 임도윤과 가짜 임도윤 단 둘만이 갇혀 있었다.

타벅, 타벅, 타벅.

복도 너머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도윤은 찢어진 올리브색 맥코트 자락을 여미며 몸을 기둥 뒤로 숨겼다.

"포기해, 도윤아."

사방의 비틀린 벽면에 설치된 소형 비상 스피커들과 거울 유리창 면을 타고 가짜의 조롱 섞인 음성이 동시에 에코를 내며 반사되었다. 가짜는 도윤과 완벽하게 똑같은 목소리로, 그의 이성을 마비시키려는 고도의 심리 가스라이팅을 시작했다.

"이 비틀린 미로의 출구는 오직 나만이 알고 있어. 네가 여기서 날 죽여봤자 넌 밖으로 나가지 못해. 넌 이미 세상에 묻지마 폭행범이자 조교를 살해한 연쇄살인귀로 공표되었지. 네가 살아서 나간다 한들 차가운 사형대뿐이야."

가짜 도윤의 그림자가 찌그러진 거울 벽면 너머로 굴절되어 비쳤다.

"하지만 내가 나가면 달라져. 난 사교성 좋고 매력적인 진짜 임도윤이 되어 네 부모님의 수술비를 대줄 거고, 네 친구들과 민아 곁에서 완벽한 아들이자 친구로 살아갈 거다. 한 명만 사라지면 모두가 구원받는데, 넌 왜 그렇게 네 흉악범 껍데기에 집착하는 거지?"

그 잔인한 회유는 도윤의 정신적 기반을 사정없이 쥐흔들었다.

하지만 도윤은 안경 너머로 비틀린 복도의 천장 접합부를 쏘아보았다. 그는 가짜와 지능과 사고 패턴이 동일했다. 가짜가 심리전을 거는 동안 자신을 추적하기 위해 복도의 소리 반사각(Acoustic Reflection Angle)을 계산하고 있음을 즉각 간파했다.

그렇다면 역공의 기회도 있었다. 가짜가 자신과 똑같은 사고를 한다면, 가짜가 느낄 심리적 결핍 또한 도윤과 똑같을 터였다.

"가면극은 끝났어, 이 살인마 새끼야."

도윤이 벽면에 대고 조용히 대꾸했다. 그의 음성 역시 굴절된 복도를 타고 가짜의 귓전으로 유도되어 흘러갔다.

"넌 날 나약하다고 조롱하지만, 넌 질투하고 있어. 넌 Beta 차원의 지옥 같은 곳에서 도망쳐 나와 남의 일상을 훔치려 발악하는 기생충에 불과하니까. 네가 아무리 내 사교성을 업그레이드하고 내 척을 해도, 민아는 단 한 번의 견과류 에너지바로 널 가짜로 확신했어. 내 부모님도 결국 네 눈빛 속의 살기를 보게 될 거다. 넌 평생 내 가짜라는 그림자 속에서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해."

"닥쳐!"

복도 너머에서 가짜의 차분했던 음성에 처음으로 이글거리는 분노와 쇳소리 같은 균열이 일어났다.

심리적 거울 전쟁에서 진짜 도윤이 가짜의 가장 취약한 자존심(영원한 복제품이자 기생충이라는 콤플렉스)을 정확하게 찔러 붕괴시킨 것이었다.

타다다닷!

가짜 도윤이 살의를 품고 미로의 굴절 통로를 뛰어오는 거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도윤은 기하학적 미로의 위상 굴절률(Phase Shift Rate)을 역산하여, 계단실 천장과 벽면의 꺾임 각도를 이용한 낙하 지점을 예측했다. 그는 복도 천장에 붙어 있는 중력 반전 구간의 철제 난간을 딛고 조용히 몸을 숨겼다.

가짜 도윤이 칼을 쥔 채 굴절된 복도 모퉁이를 성급하게 돌아서는 순간.

"지금이야!"

도윤은 허공의 중력 왜곡 난간에서 몸을 던져, 아래 복도로 달려가는 가짜의 어깨 위로 덮쳐 내려갔다.

쿠당탕!

두 개의 임도윤이 미로의 굴절된 바닥 위로 엉겨 붙어 구르며, 현실과 거울상의 경계를 완전히 파괴할 피비린내 나는 생존의 종착역을 향해 다시 한 번 처절한 몸싸움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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