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37화: 경계의 과부하
쿠구구구구-.
지하 전산 창고의 바닥 타일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사정없이 요동쳤다.
도윤의 품에 안긴 싱크로 장치는 푸른색 전류 아크를 연신 뿜어내며, 지하실 천장을 향해 눈이 멀 것 같은 양자 자기장 기둥을 쏘아 올렸다. 그 눈부신 광선은 콘크리트 천장을 물리적인 저항 없이 그대로 투과하여 한서대학교 캠퍼스 상공을 향해 뻗어 나갔다.
그 순간, 두 세계를 가로막고 있던 경계선이 한계 이상으로 과부하되어 사정없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밖을 봐! 하늘이……!"
민아가 비명을 지르며 깨진 지하실 천장 환기구 틈새를 가리켰다.
지하를 빠져나와 캠퍼스 전체로 확장된 공간 왜곡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웅장하고 기괴한 종말의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하늘의 색이 정확히 지평선 한가운데를 경계로 칼로 자른 듯 두 가지로 갈라져 있었다. 한쪽은 비를 머금은 Alpha 차원의 검은 먹구름 하늘이었고, 다른 한쪽은 황폐화된 Beta 차원의 기괴하고 독성 짙은 붉은 자줏빛 대기층이었다. 두 하늘의 기류가 겹치는 영역에서는 강렬한 뇌우와 붉은 불꽃들이 소리 없이 폭발하고 있었다.
대학 도서관 건물은 기하학적인 복제 증식 현상을 일으켰다.
건물의 외벽 유리가 픽셀 형태로 쪼개지며 끊임없이 복제되었고, 3층 도서관 내부에 꽂혀 있던 수만 권의 책들이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며 복도의 계단과 책장들이 나선형 미로처럼 무한히 증식해 나갔다.
운동장의 인조 잔디와 붉은 흙스탠드는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물결치며 굴절되었고, 캠퍼스를 포위하고 있던 무장 경찰들과 기동대는 이 상상을 초월하는 물리학적 파멸 현상 앞에 경악하며 비명을 지르고 순찰차를 버린 채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지하 전산실 내부의 상황은 더욱 지옥 같았다.
도윤과 민아, 최 경위, 그리고 가짜 도윤은 왜곡된 중력 탓에 발이 바닥에서 수십 센티미터 떠오른 채 허공에서 버둥거렸다. 주변의 굵은 고압 배선 케이블들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뒤틀리며 스파크를 튀겼고, 철제 배전반 기둥들은 보이지 않는 손이 구기는 것처럼 종이처럼 쩍쩍 구겨지기 시작했다.
"기계를 꺼! 임도윤! 주파수를 차단하라고!"
가짜 도윤이 허공에서 멱살을 잡듯 도윤을 향해 손을 뻗어 외쳤다. 그의 이마에 흐르는 붉은 피가 중력 왜곡으로 인해 위로 솟구치며 기이한 붉은 구슬 모양으로 허공에 둥둥 떠다녔다.
"다이얼이 타버렸어! 수동 제어가 불가능하다고!"
도윤이 싱크로의 박살 난 다이얼을 쥐고 절규했다.
기계 내부의 회로는 과부하로 인해 이미 서로 엉겨 붙어 액체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양자 공진은 자체적인 루프를 형성하여, 두 차원의 물리적 진동수가 100% 동조되는 시점(FUSION COMPLETE)을 향해 멈추지 않고 가속페달을 밟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두 차원이 물리적으로 겹쳐지면서, 우리 몸을 포함한 이 일대의 모든 물질이 분자 단위로 으깨질 거야!"
민아의 다급한 외침이 전자기 노이즈에 묻혀 웅웅거렸다.
경계의 과부하는 세상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고, 그 균열의 한복판에서 진짜 도윤과 가짜 도윤의 운명을 건 마지막 결전의 무대는 걷잡을 수 없이 붕괴하는 시공간의 소용돌이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