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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너머의 침입자34화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34화: 피의 목격

비가 쏟아지는 재개발 4구역의 폐허 골목길.

도윤과 민아는 발소리를 죽인 채, 붕괴되어 가는 현실의 시공간 아지랑이를 헤치며 가짜의 최종 아지트가 위치한 지하 기계실 외곽의 녹슨 철제 보일러 건물로 진입했다. 깨진 유리창 틈새로 눅눅한 피비린내와 습기가 거세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사박, 사박.

미세한 자갈 밟는 소리조차 빗소리에 묻히는 어두컴컴한 밤.

보일러 건물 1층의 불 꺼진 관리실 창문 틈새로 희미한 노란색 꼬마전구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그 안에서 무겁고 둔탁한 타격음이 빗소리를 뚫고 흘러나왔다.

퍽! 퍽!

도윤은 불길한 예감에 민아의 손을 잡고 창문 밑으로 몸을 웅크렸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깨진 유리창 틈새로 내부를 들여다본 도윤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공포로 확대되었다.

"……!"

민아는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도윤이 기민하게 그녀의 입을 손바닥으로 꽉 틀어막았다.

불 꺼진 관리실 안바닥에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사내가 밧줄에 묶인 채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그 사내는 가짜 도윤에게 대포통장과 3천만 원 송금 세탁을 도왔던 사기 조직의 브로커 '최만수(35)'였다.

그리고 그 위에 우뚝 서서 철제 렌치를 무자비하게 내리치고 있는 사내.

도윤과 똑같은 안경을 쓰고, 도윤의 단정한 남방을 피로 흠뻑 적신 채 휘두르고 있는 가짜 도윤이었다.

퍽!

"끄으윽…… 살려…… 살려줘……."

최만수가 피를 토하며 바닥을 기었으나, 가짜 도윤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일말의 동정심이나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김 박사를 해치웠을 때처럼 지극히 담담하고 냉혹한 과학 실험을 집도하듯 렌치를 다시 치켜들었다.

"말했잖아, 만수 씨."

가짜의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유리창 너머로 서늘하게 전달되었다.

"경찰이 내 자취방 계좌 경로를 추적하기 시작했어. 넌 내 돈 세탁을 도왔으니, 경찰에게 불어버릴 가장 위험한 링크지. 난 이쪽 차원에서 완벽하게 임도윤으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네가 살아있으면 내 알리바이가 더러워지잖아."

"돈…… 돈은 다 돌려줄 테니까…… 히익!"

"돈보다 네 목숨이 내 완벽한 이주를 증명해 줄 거야. 네 죽음 직전의 뇌파 왜곡 주파수도 꽤나 쓸 만한 양자 에너지가 되니까 말이지."

가짜 도윤은 렌치를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퍼억-!

기괴한 파열음과 함께 최만수의 신음 소리가 완전히 뚝 끊겼다. 바닥의 붉은 피가 가짜 도윤의 하얀 셔츠와 얼굴 뺨 위로 튀어 올라 붉은 흔적을 남겼다. 가짜는 시체를 대수롭지 않게 밟고 서서, 걸레를 가져와 렌치에 묻은 피를 쓱쓱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의 맹목적인 살의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도살하는 잔혹한 피의 살인 현장.

도윤과 민아는 눈앞에서 벌어진 처참한 도살극을 직접 시각적으로 목격하며, 온몸의 뼈마디가 차갑게 얼어붙는 듯한 원초적인 오한과 공포를 겪었다. 가짜는 단순한 도망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목적(차원 이주와 신분 강탈)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생명도 장난감처럼 부수어버리는 끔찍한 연쇄 살인마 괴물이었다.

가짜는 시체를 구석의 보일러 연료 탱크 안으로 밀어 넣은 뒤, 훔쳐 간 '싱크로' 장치를 켜서 주파수를 맞추기 시작했다.

지이이이잉-.

기계가 가동되자, 시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생체 붕괴 에너지파와 공명하듯 랩실의 게이트 좌표 동조율 수치가 디스플레이에 99.8%로 고정되기 시작했다.

그는 시체의 물리적 붕괴 에너지까지 차원 동조의 불꽃으로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윤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더는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가짜가 게이트를 완성하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자신들의 세상은 피비린내 나는 도살장으로 변할 터였다.

그는 민아에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쇠 파이프를 다잡으며 가짜가 싱크로를 구동하고 있는 지하 전산 창고의 최종 철문을 향해 차갑게 발걸음을 옮겼다. 피의 전율을 뚫고, 마지막 결전의 막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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