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33화: 형사의 촉
제3공학관 1층 로비는 사이렌 소리와 무장 경찰들의 고함, 그리고 폭발의 매캐한 잔해 연기로 아수라장이었다.
"최 반장! 용의자는 어디로 갔나? 어째서 기동대를 진입시키는 중에 사제 폭탄 같은 게 터진 거지?!"
강북경찰서 수사과장이 무장 헬멧을 벗으며 최 경위의 멱살을 잡듯 다그쳤다.
주변에는 방검 장구를 착용한 형사 수십 명이 깨진 유리창을 통해 빗속의 캠퍼스로 연신 랜턴 불빛을 비추며 서성이고 있었다. 그들에게 용의자 임도윤은 대낮 길거리 폭행과 사기를 저지르고 랩실 폭발까지 일으킨 흉악범에 불과했다.
"죄송합니다, 과장님. 용의자가 기습적으로 분전반을 터뜨리고 뒷유리창을 깨서 대학가 주택가 방향으로 도주했습니다. 신속히 차단막을 쳐야 합니다."
최 경위는 짐짓 무표정한 얼굴로 허위 보고를 올렸다.
그의 머릿속은 수십 개의 깨진 유리 조각들이 엉겨 붙듯 복잡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국과수의 공식 감정서가 도윤을 연쇄살인범으로 확정 지었지만, 최 경위의 20년 강력계 베테랑 경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촉은 전혀 다른 진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견과류 알레르기.'
그 사소한 바이오 메커니즘의 차이. 그리고 멱살을 잡혔던 진짜 도윤의 눈빛과, 소름 끼치는 냉소를 지으며 도어락을 부수고 기계를 훔쳐 간 가짜의 눈빛.
최 경위의 직감은 확신으로 변해 있었다. 본서 수사팀이 쫓고 있는 그 '임도윤'은, 0.01%의 틈새를 뚫고 이 세계의 법적, 생물학적 신분을 해킹하듯 강탈한 저쪽 차원의 소시오패스 살인마라는 것을.
진짜 도윤은 그 괴물에게 일상과 신분을 송두리째 빼앗긴 채 사지로 내몰린 비극적인 피해자였다.
징-! 지이익.
그때, 최 경위의 굳게 닫혀 있던 개인 스마트폰 액정이 미세하게 번쩍였다.
강렬한 전자기 노이즈 속에서, 암호화된 양자 주파수 전송 데이터 형태로 수신된 문자 메시지 한 통이 화면에 해독되어 떠올랐다.
[ 최 경위님, 임도윤입니다. 지금 원룸가 일대에 차원 붕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짜의 발신 진원지는 재개발 4구역 지하 전산 창고입니다. 저희는 그리로 진입합니다. ]
최 경위는 화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지도가 가리킨 곳은 조금 전 자신들이 철수했던 재개발 구역의 깊은 지하 통로 옆 폐건물 단지였다.
용감하고도 무모한 녀석.
자신의 알리바이 패러독스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겠다며, 스스로를 사지로 내던져 가짜의 덫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최 경위는 그 나약하지만 눈동자만큼은 빛나던 대학생의 신뢰에 형사로서의 목숨을 걸기로 결심했다.
그는 무전기 마이크를 잡았다.
"강북3팀 들어라. 용의자가 정문 야산 서편 등산로 쪽으로 도주했다는 목격 제보가 들어왔다. 기동대는 즉시 등산로 서쪽 포위망을 강화해라. 우리 강력3팀은 주택가 후방을 지원 수색하겠다."
- 수신 양호. 강력3팀 후방 수색으로 이탈합니다.
최 경위는 교묘하게 거짓 무전을 날려 본서의 무장 경찰들과 기동대의 관심을 대학 야산 서편으로 완전히 유도해 돌렸다. 진짜 도윤이 가짜와 대결하는 동안, 경찰들의 총구로부터 그를 지키기 위한 교란 작전이었다.
"반장님, 차 돌렸습니다. 진짜 재개발 구역으로 가는 겁니까?"
순찰차에 올라탄 강력3팀의 최측근 형사가 빗길을 주시하며 물었다.
"그래. 진짜 임도윤을 지키고, 그 똑같은 얼굴을 한 살인귀 놈을 제 손으로 감옥에 처넣어야지."
최 경위는 권총 실탄 탄창을 단단하게 체결했다.
빗방울이 앞 유리를 사정없이 때렸지만, 그의 매서운 안광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형사의 날카로운 촉과 신뢰를 걸고, 최 경위와 강력3팀 형사들은 붕괴되어 가는 현실의 어둠을 뚫고 재개발 4구역의 최종 결전지를 향해 은밀하게 진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