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32화: 붕괴되는 현실
시간은 새벽 1시 10분을 지나고 있었다.
가짜와의 약속된 거래 시간인 새벽 2시까지 채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시각, 민아의 좁은 원룸 자취방 안에서 기괴하고 믿을 수 없는 물리 법칙의 파열이 시작되었다.
지이이이잉-.
공기를 찢는 고주파 진동음이 도윤의 귓전에서 가늘게 울렸다. 단순한 환청이 아니었다. 민아가 쥔 종이 종이컵 안의 물 표면이 동심원을 그리며 맹렬하게 요동치고 있었고, 방 안의 미세한 플라스틱 먼지들이 중력을 잃은 듯 허공으로 서서히 떠올랐다.
"도윤아…… 저기 벽 좀 봐."
민아의 떨리는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침대 머리맡의 벽면이었다.
도윤은 눈을 크게 떴다. 민아의 원룸 벽지는 평범한 하얀색 실크 벽지였지만, 지금 그 하얀색 벽면 위에 마치 3D 그래픽의 레이어가 겹쳐 보이는 것처럼 쩍 갈라진 회색 시멘트 벽면과 낡고 붉은 스프레이 낙서 자국이 반투명하게 포개져 있었다.
그것은 0.01% 어긋난 평행 우주인 Beta 차원의 같은 위치에 있는 방의 붕괴한 벽면의 실상이었다.
지리적으로 완벽하게 겹쳐진 두 공간의 물리적 좌표가, 싱크로 장치와 랩실 코일 장치의 폭주적인 동조로 인해 경계선을 잃고 서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현실의 붕괴는 점점 더 광포해졌다.
방 한가운데에 놓여 있던 원목 테이블의 다리가 일시적인 굴절 오류를 일으키며 4개에서 6개로 늘어나 보였고, 테이블 위 허공에는 저편 차원의 방에 널브러져 있는 깨진 오성 담배 갑과 녹슨 펜치 조각이 마치 홀로그램처럼 허공에 둥둥 떠다녔다. 손을 뻗으면 통과하지만, 시각적으로는 완벽한 물리적 형태를 띠고 있었다.
창밖을 내다본 도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의 색깔이 기괴했다. 가로등 노란색 불빛 아래 쏟아지는 빗물 중 일부는 투명했지만, 일부는 저쪽 차원의 산성 오염 물질 뇌우인 듯 짙은 붉은빛을 띠며 아스팔트 바닥에 닿는 순간 지직거리는 미세한 화학 연기를 내뿜으며 증발하고 있었다.
"차원의 막이 찢어지고 있어."
도윤의 목소리가 한기로 굳어졌다.
"이대로 가짜가 기계 동조를 100% 완료하고 이곳으로 넘어오면, 이 방뿐만 아니라 이 캠퍼스 일대의 공간 전체가 두 차원이 무작위로 엉겨 붙는 시공간적 블랙홀로 변해버릴 거야. 가구와 벽돌, 심지어 우리 몸뚱이까지 저쪽의 물질들과 뒤엉켜 뭉개질 거라고."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인생 탈취 스릴러가 아니었다. 시공간의 기본 프레임 자체가 파열되어 멸망하는 우주적 재앙의 시작이었다.
도윤은 노트북의 잔여 양자 분석 툴을 돌려, 붕괴 전조 파형의 위상 굴절 값을 역산했다.
다행히 차원이 중첩되면서 발생하는 전자기적 왜곡 파동의 중심지(진원지)를 핀포인트로 추적해 낼 수 있었다. 화면에 찍힌 지리적 위경도 좌표는 재개발 4구역의 가장 깊숙한 지하 보일러실 바로 옆, 버려진 전산 창고 내부였다.
가짜의 진짜 최종 게이트 조작 위치였다.
도윤은 최 경위의 무전망이 마비되어 있는 상태를 고려해, 일반 문자 수신 기지국의 미세한 전파 간섭을 뚫을 수 있도록 고주파 펄스로 암호화된 짧은 텍스트 메시지를 작성했다.
[ 최 경위님, 임도윤입니다. 지금 원룸가 일대에 차원 붕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짜의 발신 진원지는 재개발 4구역 지하 전산 창고입니다. 저희는 그리로 진입합니다. ]
전송 버튼을 누르자, 스마트폰의 안테나가 불꽃을 튀기며 메시지가 기지국 틈새를 뚫고 송출되었다.
"민아야, 준비됐어?"
도윤이 싱크로 장치의 안테나 도파관 주변에 간이 코일을 다시 덧대며 물었다. 민아는 단단히 묶은 머리를 만지며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우리가 만든 재앙이니, 우리 손으로 끝내야지."
두 사람은 붕괴되어 가는 방 안의 왜곡된 가구들의 환영을 뚫고, 차갑게 쏟아지는 붉고 투명한 두 줄기의 빗속으로 몸을 던졌다.
새벽 1시 30분.
붕괴되는 현실의 종착역을 향해, 진짜 도윤과 조력자 민아의 마지막 질주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