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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너머의 침입자29화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29화: 뒤바뀐 증거물

따르릉! 따르릉!

로비 대기실의 정적을 깨고 최 경위의 스마트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연동된 강북경찰서 감식계장이었다. 최 경위는 민아의 간절하고 떨리는 눈빛 신호를 읽으며, 가짜 도윤을 집요하게 응시한 채 전화를 받아 귀에 대었다.

"어, 최진혁이다. 감정 결과 나왔나?"

수화기 너머 감식계장의 목소리는 흥분과 긴장으로 젖어 있었다.

"어떻게 나왔지?"

감식계장의 보고는 쐐기를 박는 확정 선고였다.

지문 일치, 모근 DNA 일치.

최 경위는 전화를 천천히 내려놓으며, 눈앞의 가짜 도윤을 노려보았다. 국과수의 과학 수사가 도윤을 범인으로 확정 지었지만, 최 경위는 이미 민아의 '알레르기 지적'을 통해 눈앞의 존재가 기괴하게 위장한 가짜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가짜가 일부러 흘린 범행 현장의 칼에서 진짜 도윤의 모근과 지문이 나온 이유는 명확했다.

그들의 생물학적 DNA와 지문 정보가 0.01%의 오차를 제외하고는 완벽히 동일했기 때문이다. 가짜는 이 완벽한 생물학적 동일성을 과학 수사의 맹점으로 삼아, 진짜 도윤에게 모든 살인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자신은 유유히 빠져나가려 했던 것이다.

가짜 도윤은 최 경위의 굳어진 안색과 전화 대화 내용을 들으며,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음을 직감했다.

그는 한 입 먹다 남은 에너지바를 테이블에 툭 던져놓고, 소름 끼치는 냉소를 지으며 벤치에서 일어났다.

"반장님, 감정 결과가 참 재미있게 나왔나 보군요."

가짜가 안경을 고쳐 쓰며, 더 이상 진짜 도윤의 소심한 흉내를 내지 않고 본연의 살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 칼의 지문과 모근은 제 것이기도 하죠. 어차피 이 세계의 사법 체계는 저와 그놈을 구분하지 못해요. 영원히 이 차원의 진짜 임도윤이 저지른 잔혹한 살인극으로 기록될 겁니다."

"이 더러운 새끼가……!"

최 경위가 허리춤의 권총을 꺼내 조준하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

가짜 도윤은 소시오패스 특유의 맹수 같은 반사신경으로 곁에 서 있던 민아의 멱살을 움켜쥐고 품 안에서 날카로운 칼날을 꺼내 그녀의 목에 겨누었다.

"움직이지 마! 한 발짝이라도 들이밀면 이 계집의 경동맥을 그어버릴 테니까!"

"앗……!"

민아의 짧은 비명이 울렸다. 사방이 가짜가 파놓은 덫의 수렁으로 변해가던 일촉즉발의 순간.

벌컥-!

로비 안쪽의 비상계단 방화문이 거칠게 열리며, 한 사내가 숨을 헐떡이며 로비 한가운데로 난입했다.

얼굴과 머리에 굳은 피가 묻어 있고, 찢어진 바지에 흙투성이인 가짜의 올리브색 맥코트를 걸친 초라한 몰골.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분노와 살기로 이글거리는 존재.

진짜 임도윤이었다.

"그 자식 가짜예요! 제가 진짜 임도윤입니다!"

도윤의 절규가 로비에 메아리쳤다.

로비 한가운데, 완벽하게 똑같은 얼굴을 한 두 명의 임도윤이 마주 섰다. 한 명은 단정한 도윤의 옷을 입고 인질을 잡은 살인귀였고, 다른 한 명은 피 묻은 가짜의 옷을 입고 분노에 떠는 오리지널이었다.

최 경위와 사복 형사들은 눈앞의 기괴한 동일인 대치 광경을 목격하고, 뇌가 정지하는 듯한 거대한 시각적 충격에 사로잡혔다. 뒤바뀐 증거물과 깨어진 현실이, 마침내 하나의 공간에서 폭발적인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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