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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너머의 침입자28화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28화: 지하실의 탈출

지독한 암흑 속에서 도윤은 깨질 듯한 두통을 겪으며 벽면에 머리를 기대었다.

가짜의 쇠 파이프 타격으로 인해 왼쪽 관자놀이에서 흘러내린 피가 뺨에서 굳어 끈적거렸다. 방음 및 전자기 차폐가 완벽하게 설계된 고압 시약 및 전산 통제실. 이 방의 두꺼운 철문 외부에는 서버 통제용 스마트 도어락이 굳게 잠겨 있었다.

밖으로 소리를 질러봤자 흘러나가지 않을 터였고, 휴대폰과 지갑까지 모두 가짜에게 빼앗긴 상태였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어……."

도윤은 바닥을 더듬어 가짜가 흘리고 간 몇 개의 고주파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 부품 조각들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감각만으로 서버 랙 장비로 다가갔다. 전산실 구석의 비상 백업용 무정전 전원 장치(UPS)에서 녹색 배터리 인디케이터 표시등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이 유일한 광원이자 전력원이었다.

도윤은 드라이버 대신 바닥에 굴러다니던 쇠 클립을 펴서 UPS 장치의 철제 덮개를 억지로 뜯어냈다.

그 안에는 고전압 축전기(Capacitor) 팩과 충전 회로가 들어있었다. 도윤은 이 대용량 콘덴서에 충전된 전하를 순간적으로 방출시켜 강력한 전자기 펄스(EMP)를 만들어내는 간이 방전 장치를 고안했다.

그는 서버 랙의 예비 쿨링팬 모터에서 구리 에나멜선을 거칠게 뜯어내어 볼펜대 주위에 촘촘하게 감아 소형 솔레노이드 코일을 만들었다.

그리고 배터리 출력 단에 커패시터를 직렬로 연결하고, 가짜가 흘린 트랜지스터를 스위칭 소자로 삼아 초간이 고전압 펄스 발생 회로를 땜질 없이 배선 꼬기만으로 완성했다.

"한 번뿐이야. 제대로 쇼트가 나지 않으면 기판이 아니라 배터리가 폭발해 버릴 거야."

도윤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다.

그는 굳게 닫힌 철문의 도어락 내부 배선 플레이트로 다가갔다. 철문 틈새의 고무 패킹을 손톱으로 뜯어내자, 도어락의 구동 솔레노이드로 연결되는 미세한 구리 전선 가닥이 어렴풋이 보였다.

도윤은 자신이 만든 구리 코일 안테나의 끝부분을 그 틈새 전선 가까이에 밀착시켰다.

그리고 반대편 손으로 UPS의 고전압 단자와 커패시터 라인을 강제로 쇼트시켰다.

파지직-!

순간, 눈이 멀 것 같은 파란색 백색 불꽃이 피어오르며 매캐한 오존 냄새가 좁은 방 안에 진동했다. 강력한 고주파 과전류 유도 전자기장이 문틈을 뚫고 도어락의 핵심 제어 IC 칩셋으로 흘러 들어갔다.

띠리리리딕-!

기판 내부의 메모리가 순간적인 과전류로 리셋되며, 스마트 도어락의 데드볼트(Deadbolt) 잠금 빗장이 둔탁한 해제음을 냈다.

철컥!

"하아…… 하아……."

도윤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전단 방전 장치를 떨어뜨리고 문고리를 밀었다.

끼이이익- 하고 무거운 철문이 열리며 랩실의 푸른색 비상구 안내등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탈출에 성공한 것이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랩실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하지만 412호 랩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자신이 안고 내려왔던 싱크로 장치가 여전히 액정을 붉게 번쩍이며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도윤은 싱크로 장치를 주워 올렸다.

액정 화면에 잡힌 차원 주파수의 신호 감도가 1층 로비 쪽을 향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 TARGET_SIGNAL: 100% (STABLE AT 1F) ]

"1층에 있어…… 가짜가 내 옷을 입고 나갔으니, 민아와 최 경위님을 속이고 있을 거야."

도윤은 귀에 꽂힌 무선 이어폰을 켜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반장님! 들리세요? 임도윤입니다! 제 말 들리세요?! 1층에 있는 놈이 가짜예요!"

하지만 송수신기 너머에서는 지이이익 하는 거친 양자 노이즈만이 울릴 뿐, 최 경위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랩실 전체에 퍼진 시공간 굴절 왜곡 에너지가 일반 무선 전파 통신을 완벽하게 마비시켜 버린 탓이었다.

도윤은 싱크로 기계를 꽉 쥔 채, 찢어지고 피 묻은 가짜의 올리브색 맥코트를 걸치고 1층 로비를 향해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내려 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얼굴을 한 그 가면 살인마를 세상 사람들의 눈앞에서 완전히 폭로하기 위해, 진짜 도윤이 사투의 무대로 돌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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