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26화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26화: 감금

쿵! 콰당탕!

빗물과 진흙으로 범벅이 된 도윤은 제3공학관 1층 비상구 뒷문을 거칠게 부수고 건물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의 어깨에서는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격통이 일었고, 뺨에 난 자상에서는 연신 붉은 피가 흘러내려 시야를 붉게 물들였다. 하지만 도윤은 멈출 수 없었다. 품에 쥔 싱크로 장치의 액정은 여전히 미친 듯이 경고 노이즈를 내뿜으며 두 개, 아니 세 개의 차원 좌표가 중첩되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윤은 비틀거리며 4층 412호 랩실을 향해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랩실 유리문을 밀치고 들어선 그 순간, 매캐한 탄내와 함께 기괴한 침묵이 방 안을 채웠다.

"민아는…… 최 경위님은 어디 계시지?"

도윤이 사방을 두리번거렸지만, 랩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들이 아직 재개발 구역 지하실에서 철수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바로 그 찰나였다.

어두운 시약 보관실 입구 쪽 섀도 너머에서, 묵직한 쇠 파이프 조각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휘익, 퍽!

"아악!"

도윤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왼쪽 관자놀이 부근을 정타로 얻어맞았다. 강렬한 충격과 함께 눈앞에 백색 스파크가 튀었고, 그는 비틀거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손에 쥐고 있던 싱크로 장치가 복도 바닥을 굴렀다.

가짜 도윤이었다.

살인마 특유의 야수 같은 지름길 추적 능력과 월등한 신체 능력으로, 그는 진짜 도윤이 야산 진흙탕을 굴러 내려오는 사이 미로 같은 환기 통로를 통해 랩실에 먼저 와서 잠복해 있었던 것이다.

"나약하군, 정말."

가짜 도윤이 쓰러진 도윤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도윤의 입에서 비명과 함께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의식이 서서히 흐려져 갔다.

"이게 오리지널과 복제품의 차이다."

가짜는 도윤을 끌어당겨 랩실 구석에 위치한 두꺼운 방음 철문 구조의 '고압 시약 및 전산 통제실' 안으로 던져 넣었다.

이 방은 외부 소음과 전자기 차폐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한 평 남짓한 감옥 같은 밀폐 공간이었다.

바스락.

가짜는 쓰러진 도윤의 안경을 거칠게 벗겨 자신이 썼다. 그리고 도윤이 입고 있던 젖은 남방셔츠와 바지, 그리고 주머니 속의 지갑과 학생증을 강제로 빼앗아 제 몸에 걸쳤다. 대신 가짜는 자신이 입고 있던 피 묻은 올리브색 맥코트와 범죄 증거물인 젖은 신발을 도윤의 몸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다.

완벽한 신분 교체였다.

"고마워, 옷 잘 입을게."

안경을 고쳐 쓴 가짜 도윤이 철문 틈새로 도윤을 내려다보며 소름 끼치게 웃었다.

"이제 경찰들이 들이닥치면, 이 시약실 안에 처박혀 피 묻은 맥코트를 입고 쓰러져 있는 용의자 임도윤이 체포될 거고, 난 밖에서 너를 최초로 신고한 목격자 임도윤이 되는 거야. 지문과 얼굴이 같으니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겠지."

"너…… 이 살인마 새끼……."

도윤이 손가락을 까딱이려 했으나, 뇌진탕의 여파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잘 자라, 도윤아. 감옥에서 평생 내 죄값을 치르며 썩어가길 바란다."

철컥. 투둑.

두꺼운 철문이 닫히고, 바깥에서 이중 시건장치 빗장이 걸리는 둔탁한 쇠 소리가 울렸다.

완전한 암흑이었다.

비상 전등조차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밀폐실 안에서, 도윤은 차가운 바닥에 뺨을 댄 채 숨을 헐떡였다. 밖에서는 가짜가 도윤의 옷을 입고 유유히 걸어 나가는 구두 소리가 멀어졌다.

자신은 이제 조교를 죽이고 사람들을 친 흉악범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채 평생 감옥에 갇혀야 했다. 가짜는 자신의 따뜻했던 집, 부모님의 품, 그리고 학교의 친구들을 완벽하게 탈취해 나갈 것이다.

"안 돼……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도윤은 바닥을 더듬었다.

손끝에 가짜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 방 바닥에 떨어뜨렸던, 가짜의 주머니 속에서 흘러나온 작은 간이 다이오드 부품 조각들과 전선 쪼가리가 걸렸다.

어둠 속에서, 감금된 진짜 도윤은 마침내 소외감과 공포를 딛고 일어서기 위해, 차가운 벽을 짚으며 홀로 몸을 일으켰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