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24화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24화: 빗속의 추격

탕-!

지하 기계창고의 차가운 정적을 깬 것은 날카로운 권총 소리였다.

창고 후방의 낡은 철제 환기구 덮개가 뜯겨 나가며, 최 경위가 권총을 조준한 채 굴러 들어왔다. 그가 발사한 총탄은 가짜 도윤의 올리브색 맥코트 소매깃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뒤편 콘크리트 벽면에 박혔다.

"이 자식, 움직이지 마! 경찰이다!"

가짜 도윤은 눈을 찌푸리며 반사적으로 도르래의 고정 레버를 거칠게 풀어버렸다.

스르륵! 탁!

민아가 묶여 있던 쇠사슬이 맹렬한 속도로 풀려내리며, 그녀가 허공에서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민아야!"

도윤은 쇠 파이프를 내팽개치고 몸을 날렸다. 바닥에 거칠게 무릎을 찧으며 민아가 탄 의자 밑으로 슬라이딩해 들어간 도윤은, 자신의 등과 어깨로 의자의 하중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쿵! 으드득!

"아악!"

도윤의 어깨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에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그는 이 악물고 민아의 추락을 완벽하게 저지했다.

최 경위가 가짜를 향해 다시 한번 격발하려 했으나, 가짜 도윤은 이미 지하실 구석의 노후된 보일러 비상 탈출용 해치를 열고 빗속으로 몸을 던진 뒤였다. 그 해치는 재개발 구역과 철조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물려 있는 한서대학교 캠퍼스 뒤편 야산의 산책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도윤아! 괜찮냐?!"

최 경위가 달려와 민아의 재갈과 밧줄을 신속하게 풀었다. 민아는 기침을 터뜨리며 도윤의 피투성이 어깨를 붙잡았다.

"도윤아…… 도윤아……."

"난 괜찮아. 민아야, 무사해서 다행이야."

도윤은 떨리는 몸을 일으켰다. 가슴속에 웅웅거리는 싱크로의 주파수 파동이 야산 등산로 쪽을 가리키며 세차게 요동치고 있었다. 가짜는 훔쳐 간 오리지널 싱크로 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해, 대용량 게이트인 랩실의 헬름홀츠 코일 장치로 향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 가짜를 놓치면 끝장이었다. 가짜는 기어코 게이트를 완벽히 고정하여 넘어올 것이고, 자신은 평생 엽기 연쇄살인마의 누명을 쓴 도망자로 남게 된다.

"반장님, 민아를 부탁해요. 전 저놈을 쫓아갈게요!"

"임도윤! 위험해! 혼자 가지 마!"

최 경위의 외침을 뒤로하고, 도윤은 보일러 비상 해치 문을 통과해 빗속의 야산 산책로로 뛰쳐나갔다.

하늘에서는 양동이로 들이붓는 듯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한여름 밤의 장대비가 야산의 울창한 나뭇잎들을 사정없이 때렸고, 흙길은 순식간에 미끄러운 붉은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다.

도윤은 진흙 범벅이 된 운동화로 가파른 등산로를 올랐다. 가쁜 숨결이 목구멍을 찢는 듯했지만, 멀리 어둠 속에서 나뭇가지를 헤치며 도망치는 올리브색 외투의 가짜 도윤의 그림자가 눈에 띄었다.

"거기 서! 이 미친 새끼야!"

도윤이 소리를 지르며 가짜를 추격했다.

등산로 중턱, 가파른 흙벼랑 옆의 좁은 능선 평지였다. 가짜 도윤은 빗물에 미끄러져 비틀거리다 뒤를 돌아보았다. 빗물이 그의 안경 유리를 타고 흘러내려 그의 눈동자가 기괴하게 비틀려 보였다.

"기어코 쫓아왔군, 나약한 오리지널."

가짜가 훔쳐 간 싱크로 장치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차갑게 웃었다.

"여기서 널 묻어버리면, 귀찮은 수고를 덜 수 있겠지."

가짜가 빗속의 진흙을 박차고 도윤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억!

가짜의 젖은 주먹이 도윤의 뺨을 사정없이 갈겼다. 도윤은 뇌가 흔들리는 충격과 함께 진흙 바닥으로 굴렀다. 하지만 도윤은 무너지지 않았다. 가짜에 대한 살의에 가까운 분노가 소심했던 대학생을 야수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

도윤은 가짜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뒤, 그의 몸 위에 올라타 주먹을 미친 듯이 내리쳤다.

퍽! 퍽!

"으윽!"

두 사내는 빗물과 붉은 진흙탕 속에서 엉겨 붙어 뒹굴었다. 누구의 얼굴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두 사람 모두 흙과 빗물,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거울 속의 두 나가 진흙탕 속에서 서로의 멱살을 잡고 목을 죄는 이 기괴하고 처절한 육탄전은, 폭우 소리에 묻혀 오직 거친 호흡과 살이 찢어지는 둔탁한 타격음만을 냈다.

가짜는 도윤의 목을 꽉 쥐고 흙바닥으로 짓눌렀다.

"죽어라…… 죽어서 내 껍데기가 되어라!"

가짜의 뱀 같은 눈이 번뜩였다. 도윤은 숨이 막혀 눈앞이 흐려졌지만, 흙 속을 더듬던 그의 손끝에 둥글고 단단한 돌멩이 하나가 걸렸다.

도윤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돌멩이를 쥔 손으로 가짜의 이마를 강하게 후려쳤다.

깡-!

"아악!"

가짜가 머리를 감싸 쥐며 뒤로 나뒹굴었다. 가짜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빗물에 씻기며 붉은 진흙탕 위로 붉은 흔적을 남겼다.

도윤은 가쁜 숨을 내쉬며 가짜가 흘린 싱크로 장치를 낚아채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가짜는 품에서 또 다른 주머니 속에 든 예비용 칼을 꺼내 도윤을 향해 휘둘렀다.

서슬 퍼런 칼날이 어둠 속에서 빗물을 가르며 번쩍였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