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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너머의 침입자23화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23화: 증거 인멸

끼이이익-.

도윤은 굳게 닫혀 있던 지하 기계창고의 무거운 철문을 천천히 밀어 열었다.

어두컴컴한 지하 계단 아래에서 불어오는 공기는 차가웠고, 지독한 곰팡이 냄새와 습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그의 한 손에는 랩실에서 챙겨온 쇠 파이프 조각이 땀에 젖은 채 꽉 쥐어져 있었다.

귀에 꽂은 무선 송수신기 이어폰 너머로, 바스락거리는 전자기 잡음과 함께 최 경위의 다급한 무전 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도윤이 계단을 한 칸씩 내려가며 나지막하게 답했다.

그때였다.

최 경위가 쥐고 있던 메인 무전 채널을 통해, 강북서 본서의 현장 압수수색 팀 형사의 찢어지는 듯한 급박한 목소리가 송수신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도윤의 귀에 꽂힌 이어폰으로도 그 대화가 고스란히 유입되었다.

최 경위의 억눌린 목소리가 무전을 쳤다.

쿵.

도윤은 계단 중간에 멈춰 섰다. 심장이 사정없이 발밑으로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수사팀 형사의 다급한 외침이 귀를 사정없이 찔렀다.

도윤은 머리를 쥐어짜며 절규하고 싶었다. 가짜 도윤의 짓이었다. 가짜는 도윤의 자취방에 침입했을 때, 단순히 옷을 훔쳐 입고 나간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0.01% 어긋난 차원에서 횡령과 살인을 저지를 때 사용했던 피 묻은 흉기와 훔친 물건들을, 이쪽 차원의 진짜 도윤의 침대 매트리스 속에 고의로 숨겨둔 것이었다. 진짜 도윤이 눈치채고 증거를 인멸하기 전에, 경찰이 압수수색을 가동하여 도윤을 완전무결한 흉악 살인마로 확정 짓게 하려는 교활한 '증거 위조' 음모의 최종 단계였다.

이제 진짜 도윤은 3천만 원 보이스피싱 사기꾼이자, 벽돌 폭행범을 넘어, 조교를 살해하고 유기한 엽기 연쇄살인범으로 물리적 증거가 확정되었다.

가짜의 정교한 덫은 진짜 도윤이 설 자리를 현실에서 완전히 소멸시켜 버린 것이었다.

지하 기계창고 가장 깊숙한 어둠 속에서, 기괴하고 음산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윤은 고개를 들었다.

계단 끝, 넒은 지하 창고 한가운데에 있는 고압 변전 설비기기들 사이로 흐릿한 조명등이 켜져 있었다. 철제 기둥과 굵은 케이블선들이 얽혀 있는 그 한복판, 공중에 매달린 거대한 도르래 쇠사슬 끝에 강민아가 의자에 결박된 채 허공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그녀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고, 눈물로 범벅이 된 눈동자가 도윤을 향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 도르래 작동 레버를 손에 쥔 채, 올리브색 맥코트를 입은 가짜 도윤이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도윤의 오리지널 '싱크로' 장치가 붉은 불빛을 내뿜으며 들려 있었다.

"들었지? 도윤아."

가짜가 도윤의 안경 너머 젖은 얼굴을 빤히 보며 싱긋 웃었다.

"경찰들이 네 방에서 참 아름다운 흉기를 찾아냈더군. 네 손으로 그 증거물들을 먼저 찾아서 태워버렸어야 했는데, 나보다 둔해서 기회를 놓쳤어. 이제 넌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완벽한 살인귀다. 네가 여기서 살아나간다 한들 사형선고를 피할 수 없을 텐데, 왜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을 쳐?"

가짜는 도르래 레버를 가볍게 툭 툭 치며 도윤을 조롱했다.

"민아를 구하고 싶다면, 가방에 든 쇠 파이프를 버리고 이쪽으로 와서 싱크로의 차원 주파수를 최대로 고정해라. 내 게이트의 마지막 퍼즐은 네가 직접 기계를 작동시키는 거니까."

도윤은 이빨이 깨질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사방이 가짜가 파놓은 절망의 늪이었다.

하지만 도윤은 이어폰을 만지며, 최 경위의 진입 소리를 기다렸다. 가짜의 위선의 무대를 깨트릴 마지막 사투의 시간이, 바로 이 어두운 지하실에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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