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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너머의 침입자22화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22화: 덫

깨진 붉은 벽돌더미와 썩어가는 가구들이 널브러진 재개발 구역의 골목길.

도윤과 최 경위, 그리고 형사들은 발소리를 죽이며 어둡고 축축한 골목 안쪽으로 진입했다. 철거 예정인 낡은 빌라들의 검은 창문들이 마치 해골의 빈 눈구멍처럼 도윤 일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빗방울은 한층 가늘어졌지만, 대기 중에 고인 음산한 냉기는 뼈마디를 시리게 했다.

그때였다.

도윤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화면에는 발신 번호가 없었지만, 그가 어제 잃어버렸던 구형 공기계의 전파 인덱스가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도윤은 걸음을 멈추고 최 경위를 바라보았다. 최 경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통화 녹음 장치를 작동시키는 제스처를 취했다.

도윤이 떨리는 손가락으로 수락 버튼을 누르고 폰을 귀에 댔다.

"……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음성은 비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짜의 목소리였다. 주변에서 빗물이 천장에서 뚝, 뚝 떨어지며 함석판을 때리는 둔탁한 반향음이 흘러나왔다.

"강민아 어딨어. 민아 건드리면 널 가만 안 둬!"

가짜의 목소리가 한층 서늘하게 낮아졌다.

"이 개자식……."

가짜의 말은 도윤의 심장 가장 깊은 곳을 후벼팠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모순이었다.

"덫이라고?"

가짜는 민아의 목에 밧줄을 매어두고, 경찰이 감지되면 원격 제어 스위치로 도르래를 가동해 목을 꺾어버리는 끔찍한 함정을 파놓은 것이었다.

뚝.

통화가 거칠게 끊어졌다.

도윤은 스마트폰을 쥔 채 자리에 굳어버렸다. 가슴속이 사정없이 조여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뭐라더냐?"

최 경위가 다가와 도윤의 어깨를 흔들었다. 도윤은 땀과 비로 젖은 안경을 벗어 닦으며, 메마른 입술을 열었다.

"창고 천장에 민아를 묶어두고 도르래 장치를 연결해 뒀대요. 경찰이 진압을 시도하면 원격으로 작동시켜서 민아를 죽이겠다고…… 저보고 혼자 들어오래요."

형사들이 발끈했다.

"반장님, 저 새끼 구라치는 겁니다! 인질범들 특유의 시간 끌기예요! 저희가 신속하게 진입해서 대가리를 깨버리면……."

"아니야."

최 경위가 엄하게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는 오디오 기록을 통해 가짜가 살인과 차원 왜곡 기술을 극도로 집요하게 활용하는 소시오패스임을 알고 있었다. 단순한 허풍이 아닐 터였다. 경찰의 진입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그는 주저 없이 강민아를 살해할 인간이었다.

"임도윤. 넌 어떻게 하고 싶지?"

최 경위가 도윤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도윤은 품에 숨긴 쇠 파이프와 찢어진 가방의 흔적을 쳐다보았다. 무섭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자신이 도망치면 민아도 죽고 자신의 가족들도 파멸할 터였다.

"제가 갈게요. 혼자 들어갈게요."

도윤이 안경을 고쳐 쓰며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신 반장님은 창고 후방의 환기구나 배수 통로를 찾아내서 우회로로 진입해 주세요. 제가 안에서 저놈의 시선을 끄는 동안, 민아를 확보하셔야 합니다. 저놈의 덫을 역이용해야 해요."

최 경위는 잠시 도윤을 바라보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무선 송수신기 이어폰 하나를 꺼내 도윤의 귀에 직접 꽂아주었다.

"우리가 뒤를 지킨다. 임도윤, 몸조심해라. 넌 결코 혼자가 아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홀로 재개발 구역의 가장 어둡고 비틀린 지하 창고의 철문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가짜가 쳐놓은 피비린내 나는 덫의 입구로, 그가 스스로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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